오케이금융그룹 최 윤 회장과 그가 현재 맡은 주요 보직(홈페이지)
[편집자주] 2천년대 초반에 한국에 진출,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재일동포기업 OK금융그룹에 급브레이커가 걸렸다. 작년까지 2년 연속 그룹 합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계열사간 내부거래도 여전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TK와 호남기반 2개 금융지주사 최대주주이고, 한양증권을 통해 증권업 진출도 노리고 있다. OK금융의 적자 원인과 내부거래 상황, 그룹 확장 이유와 전망, 문제점 등을 차례로 점검해본다.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오케이캐피탈의 직격탄을 바로 맞은 계열사들도 몇 개 있다. 온라인 P2P대출 전문업체인 엑스인하우징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영업수익) 13억원에 영업적자가 9500만원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업체다. 하지만, 작년 당기순손실은 무려 475억원에 달했다. 매도가능증권 손상차손을 579억원이나 입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오케이캐피탈 지분 7.44%를 보유 중이어서 이 주식투자자산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두고 있다. 오케이캐피탈이 2년 연속 대규모 적자에 누적결손도 심해지자 작년 엑스인하우징은 이 매도가능증권 손상평가를 실시, 대규모 손상차손을 장부상으로 인식한 것이다.
자산의 회수가능금액이 장부가보다 현저히 적어질 때 그 차액을 미리 비용 또는 손실로 인식하는 것을 손상차손이라고 한다. 투자한 기업의 재무상태를 그때 그때 장부상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투자기업 상태가 좋아지면 그만큼 손상차손 환입이라고 해서 다시 수익으로 잡는다.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낸 오케이캐피탈 지분은 엑스인하우징 말고 국내 준 지주사격인 오케이홀딩스대부도 64.25%나 갖고 있다. 최대주주다.
하지만 오케이홀딩스대부는 작년 종속기업투자주식 손상차손을 20억원 밖에 인식하지 않았다. 2023년에도 0였다. 누적결손도 상당한 오케이캐피탈 지분에서 원칙대로라면 최소 수백억원, 많으면 수천억원대 손상차손을 장부상으로 처리해야할텐데, 그러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
오케이캐피탈 주식 손상차손을 반영 안하더라도 종속기업 실적들을 뺀 자신의 별도 영업실적부터가 계속 적자에 누적결손도 상당하기 때문에 종속기업 손상차손까지 반영할 엄두도 못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오케이홀딩스대부는 오케이저축은행, 오케이캐피탈, 오케이신용정보 등을 종속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준 지주회사여서 연결기준 실적에는 이들 자회사 실적이 대거 반영된다.
연결 영업손익은 2023년 2342억원 적자에서 작년 4827억원 적자, 같은 기간 당기손익은 2059억원 적자에서 5122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자회사들 중 오케이저축은행, 오케이네트웍스는 아직 흑자지만 오케이캐피탈과 오케이신용정보, 오케이벤처스 등은 모두 적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오케이캐피탈의 대규모 적자 영향이 컸다.
종속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기준으로 따져도 작년에 적자가 더 커졌다. 별도기준 영업손익은 23년 376억원 적자에서 작년 520억원 적자, 같은 기간 당기손익은 376억원 적자에서 540억원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오케이홀딩스대부의 별도 영업수익이라면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수익과 브랜드로열티수입, 각종 수수료수입 등도 있지만 계열사들과의 자금거래에서 생기는 이자수익 비중이 단연 크다.
그룹의 대부업 철수 선언 이후 준 지주사 성격의 이 회사는 과거에 하던 대부업을 정리하고 계열사 상대 ‘돈놀이’로 자체 업종을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계열사 상대 ‘돈놀이’를 시작했다면 제대로 해야할텐데, 오히려 이 돈놀이에서 상당한 적자를 보고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차입금은 오케이넥스트를 상대로 발행한 회사채 8900억원(발행금리 6~8%대)과 오케이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차입금 1793억원(연4.92%) 등 1조693억원이 전부다.
이 차입금에서 생긴 재원으로 오케이캐피탈에 4900억원(연 7.06~8.48%),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에 2500억원(연 7.81%)씩 빌려주고 있다. 대출보다 차입금이 3293억원이나 더 많다.
그러다보니 작년 이자수익(590억원)보다 이자비용(1041억원)이 훨씬 많아 순이자손익은 450억원 적자였다. 2023년에도 285억원 적자였다. 이 적자가 회사 전체 별도기준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케이넥스트를 상대로 발행한 회사채 8900억원의 발행금리도 높은 편”이라며 “비싸게 조달한 자금을 계열사 대출 등에 활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곡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부실과 적자 투성이인 자회사 오케이캐피탈을 도우려고 오케이넥스트를 상대로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아직 도울 기회와 방법이 적절치 않아 대기 중인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찌됐든 오케이홀딩스대부는 연결기준이든 별도기준이든 적자가 심해지고 재무상태가 악화하자 작년 330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신주는 전액 오케이넥스트가 떠안았다. 오케이넥스트는 이 유상증자 전까지 오케이홀딩스대부 지분이 단 한주도 없던 계열사다.
2023년 말까지 오케이홀딩스대부 최대주주이던 최 윤 회장은 유상증자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 준 지주사가 어려워지면 개인 최대주주부터가 당연히 증자에 참여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단 한푼도 내놓지 않고, 국내 계열사 중 그나마 상태가 아직 괜챦은 오케이넥스트에 모든걸 떠넘긴 꼴이었다.
작년 오케이홀딩스대부의 3자배정유상증자와 회사채를 모두 떠안은 오케이넥스트
오케이넥스트는 일본 대부업체 J&K캐피탈이 지분 99%를 갖고 있고, 최 회장은 또 J&A캐피탈 지분 100%를 소유한 1인 주주여서 오케이넥스트 자체가 최 회장 개인회사 성격이 있기는 하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국내 계열사들의 어려움을 그룹 오너가 외면하는 꼴이어서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오케이넥스트는 증자자금 뿐 아니라 오케이홀딩스대부 회사채 8900억원도 떠안고 있다. 오케이넥스트에 너무 미안했던지 오케이홀딩스대부는 유상증자로 생긴 자금 중 일부로 작년 회사채 일부를 상환하기도 했다.
3자배정 유상증자로 최윤 회장의 오케이홀딩스대부 지분율은 종전 97.4%에서 58%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오케이홀딩스 지분이 없던 오케이넥스트는 작년 말 지분율 40%로, 졸지에 오케이홀딩스대부 2대주주로 올라섰다.
작년 3자배정 유상증자후 확 줄어든 오케이홀딩스대부의 최 윤 회장 지분
국내 주력 계열사들의 부실과 적자를 온몸으로 막아주고 있는 꼴인 오케이넥스트의 전신은 2022년까지 ‘러시앤캐시’로 유명했던 국내 최대 대부업체 아프로파이낸셜대부였다.
그룹의 대부업 전면철수 방침에 따라 2023년 대부업 대출채권 등을 모두 계열사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에 매각하고 회사명도 오케이넥스트로 바꾸었다. 지금은 오케이홀딩스대부처럼 계열사 대상 자금거래를 주업으로 삼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계열사들에 빌려준 대출채권 잔액이 1.53조원 정도인데, 차입부채가 966억원 밖에 되지 않아 작년 별도기준 1087억원의 당기순이익(23년 1804억원)을 올렸다. 같은 업종인 오케이홀딩스대부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룹 내 몇 안되는 흑자기업들 중 하나다.
종속 자회사로는 작년 대부업체 미즈사랑을 흡수합병한 오케이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와 중국, 인도네시아, 홍콩, 베트남 등의 현지법인들이 있다. 이 자회사들도 대부분 흑자를 유지 중이다.
특히 오케이넥스트의 관계기업인 캄보디아 현지 대부업체는 작년 매출 1364억원에 386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들의 호조로 오케이넥스트는 작년 연결기준으로도 1107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오케이넥스트와 그 종속 자회사인 오케이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외에 엑스인하우징 비슷한 온라인연계 P2P대출업체인 오케이네트웍스(옛 원캐싱), 광고업체인 뉴데이즈 등도 아직 소폭 흑자는 유지 중이다. 그러나 나머지 계열사들은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다.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가 작년 오케이캐피탈 때문에 간접적으로 입은 지분법손실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 역시 과거엔 대부업이 주업종이었으나 지금은 오케이저축은행 등 계열사들의 부실대출채권을 염가에 매입, 이를 처분하거나 회수해 주수익을 올리는 일종의 채권추심업체다.
작년 말 계열사들로부터 사들인 외부매입채권 잔액만 1.31조원에 달하고 작년 1400억원의 매입채권회수이익과 51억원의 매입채권처분이익을 각각 올렸다. 별도기준 영업이익도 2023년 309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작년 195억원을 올려, 영업흑자는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기손익(별도)은 2023년 190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225억원 적자로, 적자 전환했다. 100% 종속 자회사 엑스인하우징에서 생긴 476억원의 지분법손실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엑스인하우징은 오케이캐피탈에서 입은 대규모 손상차손 때문에 적자에 빠진 기업이다. 결국 오케이캐피탈의 직격탄을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온라인 연계투자업체인 오케이벤처스는 결손과 완전자본잠식에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업체다. 채권추심업체인 오케이신용정보도 결손에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