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성다이소 창업자 박정부 회장(회사 홈페이지)

[편집자주] 국내 최대 균일가 생활용품점인 아성다이소는 ‘가격은 놀랄 정도로 저렴하되 품질은 기대보다 훨씬 뛰어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크게 성공한 기업이다. 고속성장을 거듭했고, 어느 유통업체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한다. 뛰어난 국내외 저가상품 조달 및 소싱능력이 그 비결이다. 하지만 논란도 자주 따라다닌다. 골목상권 침해와 품질 및 내부거래 논란, 노동 및 부당반품 관련이슈, 일본기업 색채 등이다. 최근 공시된 작년 재무제표들을 바탕으로 아성다이소의 최근 현황과 문제점 등을 차례로 점검해본다.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아성다이소그룹은 저가 균일상품 판매사인 아성다이소(작년 매출 3조9689억원)와 국내외에서 저가 상품들을 조달해 이 회사에 납품하거나 다른 곳에도 파는 아성HMP(작년매출 8613억원) 및 아성(작년 별도매출 2863억원) 등 3사가 주력사들이다.

아성HMP는 아성다이소 지분을 76% 갖고 있어 상위지배회사이고, 아성은 또 아성HMP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아성다이소의 최상위 지배회사라고 볼 수 있다. 또 아성이나 아성HMP 모두 매출의 대부분을 아성다이소 납품으로 올리고 있어 아성다이소의 상위 지배회사들이자 아성다이소 납품사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 3사 외에 작은 계열사들로, 부동산임대업체인 한웰과 PWR, 에이치원동탄과 무역-도소매업체인 아성솔루션 등이 있다. 이들도 아성다이소 등 계열사들에 빌딩, 물류센터 등을 임대하거나 아성다이소와의 거래 등으로 주로 먹고 산다. 큰 틀로 보면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아성다이소가 중심이 된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로 먹고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성다이소그룹 창업자인 박정부 회장(80)에게는 박연수, 박영주 등 딸만 둘이 있다. 이중 장녀인 박연수씨는 초기 그룹경영에 참여했다가 포기하고 지금은 미국에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차녀 박영주씨(46)만 현재 경영에 참여 중이다. 영주씨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준지주사격인 아성의 대표이사이고, 주력기업 아성다이소의 사내이사 직도 맡고 있다.

아성다이소 2024년 손익계산서

아성다이소그룹과 박정부 회장 부녀는 품질 괜챦은 저가 상품들을 국내외에서 조달, 아성다이소를 통해 판매하는 경영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기업지배구조 공개 등에는 극히 폐쇄적이다.

웬만한 비상장사들은 아무리 작은 기업일지라도 보통 감사보고서 주석난을 통해 오너 일가를 비롯한 최대주주 지분율을 공개한다. 하지만 아성다이소 계열사들은 주주 구성에 대한 설명 한마디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 계열사들 중 상장기업이 하나도 없고, 특히 오너 일가 지분율을 밝히고 있는 계열사는 단 한군데도 없다.

준 지주사인 아성의 경우 2013년까지 감사보고서 주석난은 주주 구성에 대해 박수연 45%, 박영주 45%, 박정부 10%라고 밝혔다. 이 지분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면 이때 이미 두 딸에게 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넘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이 주주에 대한 설명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다만 감사보고서의 기업개황자료를 통해 주주 숫자 변동은 알 수 있다. 2017년 말까지 3명이던 주주수가 2018년부터 2명으로 줄어 지금도 2명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말 기준 아성의 주주 구성

미국으로 간 장녀 지분을 아버지와 차녀가 매입했거나 아버지 지분 10%를 두 딸이 나눠 매입 또는 증여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알 길이 없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대개 이런 식이어서 추정만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추정해볼 때 현재 박정부 회장 일가가 100% 주주일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아성과 한웰, 아성솔루션, PWR, 에이치원동탄 등이다. 아성다이소에는 2013년 말까지 박정부-박수연 부녀 지분이 일부 남아 있었으나 작년 말 지분 설명에는 ‘아성HMP 76%’라는 표현 외에 나머지 주주 설명이 없다. 기업개황자료에만 주주수가 5명이란 설명이 있다.

나머지 4명 중 2명이 박영주 13.9%, 박수연 1.87%란 일부 보도가 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는다. 아성다이소에 오너일가 지분이 약간 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굳이 주주 구성까지 숨길 필요는 없는데, 이렇게까지 하는걸 보면 오너 가족이 대부분일 주주 구성이나 경영권승계를 위한 가족간 지분 이동 등을 숨길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주구성에 관해 아무 설명이 없는 2024년 아성의 재무제표 주석

아성다이소 계열사들의 실적은 주력기업인 아성다이소의 영업실적이 1997년 첫 영업 시작 이후 계속 좋았기 때문에 덩달아 대부분 좋았다. 아성다이소의 경우 2013년 한 해만 매출 7465억원에 2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해에는 모두 흑자였고, 흑자규모는 갈수록 커졌다. 그동안의 흑자가 쌓여 만들어진 이익잉여금 누계가 작년 말 1조537원에 달할 정도다.

주주 배당은 보통 그해 벌어들인 당기순익과 이 순익이 쌓여 만들어진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지급된다. 지난 30여년 이상 적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너일가 지분이 있는 아성이나 아성다이소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주배당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 말 일본 자본이 아성다이소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아성과 아성다이소는 주주 배당에 극히 소극적이었다.

일본 다이소의 1백엔숍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97년 서울 천호동에 첫 점포를 열었던 아성다이소는 2001년 일본 다이소산업(대창산업)이 아성HMP에 저가상품 독점계약 요청을 하자 이를 거부하는 대신 아성다이소에 대창산업 지분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금액은 4억엔(38억원 상당)으로 아성다이소 지분 34.21%였다.

이 때문에 아성다이소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돼 한일 합작사가 되었고, 2013년과 2019년 반일감정 고조 때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안그래도 틈만 나면 ‘불매운동’ 운운하는데 ,배당까지 일본 합작사에 주면 ‘국부유출’ 누명까지 덮어쓸 수 있었다. 주로 이런 이유로 아성다이소는 거의 노골적으로 주주배당을 가급적 안주는 정책을 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아성다이소의 주주 배당을 보면 합작 첫해인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전혀 없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연속 매년 150억원씩 모두 450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당시 일본 합작사에는 150억원 안팎이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합작사의 배당 요구에 어쩔수 없이 3년 동안 일시적으로 배당을 하긴 했지만 나머지 해에는 오해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배당에 극히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5천원이하 값싼 상품을 팔아 남긴 이익으로 주주들에게 수백억 배당을 했을 때 생길지도 모를 사회적 비판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성다이소 2024년 재무상태표

이후 2024년까지는 다시 배당을 하지 않았다. 2023년 들어 일본 대창산업이 또 다시 주주배당에 경영참여까지 요구하자 일본 측과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 결과 결국 대창산업 지분 전부를 5352억원에 자사주로 매입, 모두 소각처리했다. 대창산업은 38억원에 사서 5352억원에 팔고 나갔으니 22년 만에 무려 141배나 벌었다.

아성다이소로서는 주당 5천원짜리 주식을 주당 243만원, 486배에 사서 소각처리한 셈이었다. ‘일본 기업’ 소리를 더 이상 듣기 싫어서 그랬다지만 또 다른 국부유출이기도 했다.

일본 합작사 철수 이후인 작년에 다시 오랜만에 200억원의 주주배당을 실시했다. 지난 3월 말 지급된 작년 연말배당도 400억원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일본 합작사가 철수하자말자 배당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24년과 올해 아성다이소 배당지급액

2012년부터 감사보고서가 공시되기 시작한 아성도 2017년까지는 보통주 주주에 대한 주주배당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성다이소와 달리 일본 지분이 없었던 아성은 일본 주주 때문이 아니라 이때까지만 해도 기업 실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배당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성다이소와의 내부거래가 계속 늘면서 이익도 쌓여가자 2018년 83억원의 중간배당을 한번 했고, 2021년에 50억원, 22년 30억원씩의 배당을 또 지급했다. 그러다 한 해 건너뛰고 작년에 모두 27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한 후 지난 3월 말 지급된 작년 말 결산배당은 500억원으로 더 커졌다.

2023년 말 일본자본이 철수하자말자 작년부터 갑자기 배당을 크게 늘리고 있는 아성다이소와 비슷한 흐름이다.

2024년과 올해 아성의 배당지급액

일본 합작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아성다이소나 아성과 달리 부동산임대기업인 한웰은 일찌감치부터 기업규모에 비해 다소 과해 보이는 배당을 서슴치 않았다. 2004년 90억원, 2005년 50억원, 2010년 51억원, 2013년 51억원, 2016년 30억원, 2018년 100억원 등이다. 당기순익이 75억원이었던 2018년의 경우 그해 당기순익보다 더 많은 배당을 실시했다.

2020년에는 배당 50억원 말고 199억원의 유상감자도 실시했다. 유상감자는 기존 주주에게 투자금을 되돌려주는 효과가 있다. 100% 박정부 회장 일가로 추정되는 한웰 주주 3명은 그해 25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챙겼다고 보면 된다.

한웰 주주 3명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는 매년 50억원씩의 배당을 4년 연속으로 받았다. 그해 당기순익은 모두 50억원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과거 벌어놓은 이익잉여금이 상당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년 오랜 만에 6.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자 주주들도 꺼림칙했던지 작년 말 연말배당(올해 3월말 지급)은 오랜만에 받지 않았다.

한웰은 아성다이소 등 계열사 대부분이 세들어 있는 서울 강남 도곡동 한웰빌딩 소유 기업이다. 서울 역삼동과 명동, 구로동 및 경기도 화성 등지에도 토지와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 이 건물과 토지를 임차해 쓰고 있는 계열사들이 모두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이 임대료수입이 곧 한웰의 매출 100%다.

아성다이소 등 돈 잘버는 계열사들 덕에 가만히 앉아서 같이 돈을 벌고, 그 이익을 바탕으로 박정부 회장 등 오너 일가 주주 3명에게 거액의 배당을 꼬박꼬박 해주는 구조다. 과거 아성다이소 일본 주주 눈치 때문에 아성과 아성다이소는 배당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이 한웰 배당만으로도 박정부 회장 일가는 충분한 수입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오너일가 지분이 있는 아성다이소 계열사들의 주주현금배당 지급액(억원)

한웰에 비해 매출이나 이익이 더 시원지 않는 아성솔루션과 PWR도 그동안 배당을 거의 하지 않다가 작년에 각각 20억원 및 13억원씩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아성솔루션 주주는 1명, PWR 주주는 2명이다. 이들 역시 모두 오너 일가로 추정된다.

오너 일가로 추정되는 개인주주 최대 3명은 작년에 아성, 한웰, 아성솔루션, PWR 등 4개사로부터만 모두 353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박정부 회장 두 딸이 아성다이소에 합쳐서 15%가량 지분을 들고 있는게 맞다면 두 딸은 거기서도 30억원 가량의 배당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아성에서만 2명의 오너일가가 모두 500억원을 배당으로 받았다. 이 정도면 아성다이소보다 훨씬 더 큰 대형 재벌 오너일가들이 받는 배당 못지 않은 수준이다. 박정부 회장과 차녀 박영주 대표는 배당 말고도 여러 계열사에 회장이나 대표, 사내이사직 등을 걸어놓고 있어 여기서도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론 일본 합작선 때문에 못 챙겼던 배당을 이제 정상적으로 챙기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한웰 등의 배당과 계열사 연봉 등도 적지 않았다”면서 “일본 합작선이 철수하자말자 갑자기 이렇게 배당을 크게 늘리는 것은 다른 이유들도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웰의 작년 감사보고서를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그 단서 같은 것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