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저축은행 업계에 작년은 2011년 ‘저축은행사태’ 이후 최악의 한해였다. 부동산에 이어 실물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부실 급증으로 실적이 역대급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차츰 안정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저축은행들도 적지 않다. 최근 공시가 끝난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의 작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현 상황을 차례로 진단해본다.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자산규모 2위인 OK저축은행과 4위 웰컴저축은행은 고금리발 자금시장 혼란이 지속되던 2023년 상반기 한때 ‘위기설’에 직접 휘말렸던 저축은행들이다.
부동산PF대출 부실이 워낙 많다는게 소문의 근원이었다. 오케이금융그룹과 웰컴금융그룹이 나서 총력 지원을 한 탓인지 그후로는 악성 소문이 많이 사라졌다. 지금은 어떨까?
OK저축은행은 2023년부터 선제적으로 부실 정리에 앞장섰다. 그 결과 감소폭은 크지 않지만 대출-예금-자산 모두 2년 연속 조금씩 줄었다. 작년 말 총대출 11조원 중 부동산관련대출 잔액도 2.96조원으로, 많이 줄었다.
전체 자산의 고정이하비율도 2023년 말 7.56%에서 작년 말 9.91%로, 10%를 넘기지 않는데 성공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평균치 12.7%보다 낮은 수치다.
OK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지표(저축은행중앙회 공시포털)
하지만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은 탓인지 대손상각비는 2023년 2764억원에서 작년 4247억원으로 더 크게 늘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58억원에서 32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아직 적자상태는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실이나 충당금 규모에 비해 2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부실채권비율 대폭 상승 억제에도 성공한 것은 OK금융 다른 계열사들이 부실채권을 유리한 조건으로 매입해주는 등 크게 도와준 영향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대출 비중을 많이 줄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연체율과 고정이하비율이 아직 높은 점은 해결 과제다.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은 10.39%, 건설업과 부동산업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은 각각 31%,15%에 각각 달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부동산여신현황(저축은행중앙회 공시포털)
웰컴저축은행도 어려운 상황속에서 어느 정도 방어에 성공한 점은 OK와 비슷하다. 전체자산 고정이하비율은 23년 말 7.77%에서 작년 말 11.38%선으로 막았고, 대손상각비는 23년 1804억원에서 작년 1598억원으로 약간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3억원에서 402억원으로 1억원 밖에 줄지 않았다.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비율도 9.67%로, 10%선을 넘기지 않았다. 선방 정도가 OK저축은행보다 다소 낫다고 평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동성비율은 2023년 말 173%에서 작년 말 119%로 급락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각각 33%, 44%에 달하는 점도 여전히 취약요소다. 웰컴금융그룹 전체가 나서 저축은행 지키기에 어느 정도 성공은 했지만 불씨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는 점은 명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최근 교보생명 인수 소식이 전해진 업계 1위 일본계 SBI저축은행의 경우는 작년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이 6.36%에 불과하고, 영업이익도 2023년 1090억원에서 작년 1135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저축은행 업계 전체가 작년에 그렇게 어려웠다는데도 이 저축은행은 사실상 큰 요동이 없었다.
작년 대손상각비가 7347억원(23년 8141억원)에 달하는데도 이렇다. 작년 말 총대출잔액 11.27조원 중 부동산관련대출이 1.59조원에 불과할 정도로 여신포트폴리오가 잘 분산되어 있고, 부실방어 시스템 자체도 다른 저축은행들과 차별적인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우키움그룹 소속 2개 저축은행들도 작년 희비가 엇갈렸다. 부천 소재 키움저축은행은 작년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이 12.66%,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이 15%, 건설업대출 고정이하비율은 46%에 각각 달했다.
대손상각비도 23년 468억원에서 작년 504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억원에서 48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대손상각비 등 영업비용보다 영업수익을 늘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에 본점이 있는 키움예스저축은행도 고정이하비율(14.27%)이나 건설업대출 고정이하비율(44%) 등은 키움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2023년 50억원 적자에서 작년 345억원 적자로, 영업적자폭은 크게 늘었다.
대손상각비가 23년 371억원에서 작년 776억원으로 크게 늘면서 여전히 영업비용보다 영업수익이 적었던 점이 키움과의 결정적 차이였다.
태광그룹 계열 고려와 예가람저축은행은 둘 다 모두 작년에 영업적자가 더 크게 늘어났다.
고려저축은행의 영업적자는 2023년 69억원에서 작년 301억원, 같은 기간 예가람저축은행은 19억원에서 332억원으로, 모두 영업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저축은행 규모에 비해 영업적자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작년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은 두 저축은행 모두 11.4%대로 엄청나게 높다고 볼 수 없다. 문제가 많다는 부동산PF대출 부실도 많이 정리된 편이고, 대손상각비도 작년에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영업적자가 크게 확대된 것은 다른 이유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부상만으로는 뚜렷한 이유를 알기 어렵다.
대형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들 중에서는 우리금융과 하나, IBK저축은행 등이 여전히 많은 부실과 대규모 영업적자로 고전 중이다. 반면 KB와 NH저축은행은 작년 흑자 전환하면서 부실의 늪에서 일단 탈출했다. 한국투자와 신한저축은행은 SBI처럼 ‘저축은행 위기설’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양호한 실적을 뽐냈다.
청주에 본점이 있는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경우 작년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은 9.82%, 연체율은 6.5%로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2023년 476억원이던 대손상각비가 작년 904억원으로 급증하면서 같은 기간 영업적자도 387억원에서 72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 중 영업적자규모 3위급이다.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19%, 건설업과 부동산업대출은 각각 31%, 21%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관련대출의 부실이 아직도 많은 것이 전체 대손상각비와 영업적자 규모를 키운 주원인으로 보인다.
IBK저축은행의 작년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은 13.85%이고, 역시 대손상각비가 23년 401억원에서 작년 623억원으로 더 늘었다. 그 결과 영업적자도 같은 기간 299억원에서 478억원으로 증가했다.
하나저축은행도 비슷한 구조다. 고정이하자산비율 11.65%에 대손상각비가 645억원에서 907억원으로 더 늘면서 영업적자도 223억원에서 347억원으로 커졌다. 모두 부실이 새로 많이 생기거나 기존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 대손상각비가 급증하면서 적자가 더 커진 케이스들이다.
기본적으로 위험성이 높다는 부동산관련대출을 아직도 많이 떠안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여전히 수두룩하다.
전체 대출 중 부동산대출이 절반 안팎일 정도로 높은 비중을 갖고 있는 저축은행들을 대충 꼽아도 OSB, 스카이, 바로, 대신, 한화, 푸른, 구미 라온, 파주 안국, 창원 SNT, 광주 더블, 광주 대한, 부산 동원제일, 제천 대명. 부산 국제. 통영 조흥, 인천 인성, 진주저축은행 등 20여개에 가깝다. 부동산대출 비중 40% 이상으로 넓히면 이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대부분 저축은행들의 주수익원이 부동산PF 등 부동산대출이었고, 여기서 부실이 급증했지만 쉽게 손을 털고 나오기 어려운 구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위기설에 아랑곳없이 양호한 실적을 계속 보여주는 SBI나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부터가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부동산대출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들의 부실 위험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부동산경기는 지방일수록 살아나기는 커녕 더 악화일로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