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고정이하자산비율 전국 1위인 상상인저축은행

[편집자주] 저축은행 업계에 작년은 2011년 ‘저축은행사태’ 이후 최악의 한해였다. 부동산에 이어 실물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부실 급증으로 실적이 역대급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차츰 안정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저축은행들도 적지 않다. 최근 공시가 끝난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의 작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현 상황을 차례로 진단해본다.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부실여신)비율 및 연체율 평균은 각각 12.7%, 9.9%로, 2023년 말 대비 3.9%p 및 2.5%p씩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부실여신 경·공매 유도로 적지 않은 부실채권들이 정리되었는데도 이 정도다. 부동산경기와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끊임없이 새 부실이 또 생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PF대출 부실은 이제 상당히 많이 정리되었지만 새로 실물경기 부진 때문에 영세 사업자나 저신용 개인대출 등에서 새로 부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들의 PF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규모는 3조6천억원이라는 금감원 발표도 있었다. 전체 부동산PF대출의 26%로 정도로, 여전히 높은 비중이다. 낮은 사업성 등으로 인해 정리 및 재구조화 속도가 더딘 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올해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리스크 사전 억제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부실정리 압박 수위를 여느 때보다도 더 높이고 있어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미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작년 말에는 파주 안국저축은행과 구미 라온저축은행에, 또 지난 3월에는 상상인저축은행에 각각 경영개선권고 조치가 부과됐다. 이들 저축은행은 6개월 이내에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

부실 대출은 매각 등으로 정리하고 고금리 예금도 가급적 안받다보니 대출, 예금, 자산 모두가 계속 줄어드는 저축은행들도 아직 적지 않다. 자산규모 1, 2, 4위인 SBI, OK, 웰컴저축은행들을 비롯, 모두 34개 저축은행들의 대출, 예금, 자산이 2023년 말보다 줄었다. 작년 중반보다는 숫자가 줄어든 것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치다.

작년처럼 전세계적인 금리하락 분위기속이라면 예금금리를 내리면 대출금리도 따라 내리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실적 방어에 급급했던 상당수 저축은행들은 작년에 평균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평균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렸다.

한국투자-웰컴-JT-JT친애-OSB-신한-키움-키움예스-IBK-다올-스카이-유안타-조은-푸른-한화저축은행 등이 이 대열에 속한다. 79개 저축은행들 중 27개가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작년 영업실적이 양호했거나 안정세를 되찾은 저축은행들도 적지 않다. SBI-한국투자-신한-애큐온-민국-DB-조은-안양 부림-안양-춘천 CK-포항 머스트삼일-광주 스마트-진주저축은행 등은 부실이 줄거나 부실 통제에 성공하면서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두었다.

웰컴-NH-키움-한화-푸른-스카이-유안타-하남 삼정-이천 세람-광주 센트럴-전주 스타-아산-광명 융창-옥천 한성-부산 흥국저축은행 등은 ‘양호’까지는 아니지만 부실 방어에 어느 정도 성공, 적어도 더 이상의 실적 악화는 막았다.

79개 저축은행들 중 13개는 ‘양호’, 15개는 ‘안정세 회복’ 등 모두 28개 정도는 적어도 안정세는 되찾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수치도 작년 중반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나머지 51개 저축은행들은 아직도 부실의 늪에서 제대로 헤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현저한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관련여신 현황

우선 부실채권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자산비율로 따질 때 작년 말 기준 상상인(26.9%)-부산 솔브레인(26.2%)-상상인플러스(23.59%)-포항 대아(22.05%)저축은행 등 4곳이 아직 20%를 넘는 높은 부실채권비율에 시달리고 있다.

이중 상상인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모두 상상인그룹 계열사들로, 약간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룹 오너인 유준원 회장과 두 저축은행들의 불법대출 및 그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금융당국과 현재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본안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될 경우 두 저축은행은 강제매각에 들어가야 한다.

안그래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PF 부실 등까지 겹치면서 두 저축은행과 같은 계열사인 상상인증권 등은 작년에 경영실적과 재무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적기시정조치까지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은 고정이하자산비율이 2023년 말 15.05%에서 작년 말 26.90%로 급등하고, 같은 기간 유동성비율은 555%에서 204%로 급락했다.

1482억원에 달한 작년 대손상각비, 580억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 등까지 겹쳐 작년 영업적자는 736억원, 당기순손실은 683억원에 각각 달했다. 2023년보다 적자규모가 약간 줄어든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과도한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이 저축은행은 다른 많은 저축은행들이 작년에 많이 정리했다는 부동산PF대출 부실 정리에도 아직 소극적이다. 고정이하비율을 보면 부동산PF대출은 42%, 건설업 대출은 43%, 부동산업대출은 55%에 각각 달한다. 전체 여신 부실비율이나 부동산관련대출 부실비율 모두 업계 최고 수준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유동성비율과 예대율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이 저축은행은 BIS자기자본비율이 작년 말 8.87%까지 떨어져 업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법규정상 요구비율 8%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유동성비율도 23년 말 513%에서 작년 말 218%로 급락했다. 작년 당기순손실은 379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저축은행 모두 소송전 비용 부담 때문에 작년 소송관련 충당부채를 각각 97억원, 178억원씩 새로 전입시켰다. 이 때문에 영업적자보다 당기순손실 규모가 더 커졌다.

포항지역 소형 저축은행인 대아저축은행도 다소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 저축은행의 작년 말 자산총액은 90억원, 매출이라고 볼 수 있는 영업수익은 작년 2.55억원에 각각 불과했다. 약간의 영업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누적결손이 674억원이나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 생긴 대규모 부실로 정리 중이거나 매각을 추진 중인 저축은행으로 추정된다.

결손과 자본잠식에 빠진 부산 솔브레인저축은행

이 세 저축은행을 뺀 멀쩡한 상태의 저축은행 들 중에서는 부산 소재 소형 저축은행인 솔브레인저축은행의 부실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2023년 말 15.46%이던 이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작년 6월말 43.11%까지 치솟았다가 9월말 36.9%, 작년 말 23.59% 등으로 많이 떨어진 것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부실 여신을 그나마 많이 정리한 덕에 부실채권비율이 다시 떨어졌다. 그 대신 자산은 23년 말 2313억원에서 작년 말 1731억원으로,1년 만에 25%나 줄었다. 부실 정리에도 계속 부실이 쌓이다보니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신규전입)는 23년 116억원에서 작년 364억원으로 급증했다. 그 결과 23년 92억원이던 영업적자는 작년 34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익잉여금을 모두 까먹어 작년 결손 상태로 전환했고 자본잠식도 시작되었다. 작년 중 35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도 자본잠식을 막지 못했다. 아직도 총대출 1263억원 중 부동산 관련여신이 589억원일 정도로 부동산 비중이 높은데다 부동산PF대출(15%), 건설업대출(29%), 부동산업대출(54%)의 고정이하비율도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기시정조치를 이미 받은 구미 라온저축은행은 작년 말 전체여신 고정이하비율이 19.84%로, 전국 5위권이다. 이 저축은행도 작년 말 총대출 780억원 중 부동산관련 여신이 417억원으로 여전히 과다하다.

구미 라온저축은행의 부동산여신 현황

이중 부동산PF대출은 47억원에 불과하고 고정이하비율도 0으로 정리가 잘 된 편이다. 하지만 건설업과 부동산업대출의 연체율은 각각 29%, 30%로, 여전히 정리가 거의 안된 상태다. 당국이 부동산PF 부실대출 정리 압박에 최우선 중점을 두자 이 저축은행처럼 부동산PF만 우선 정리하고 나머지 부동산 부실여신들은 아직 거의 방치상태인 저축은행들이 많다.

그래도 부동산PF 부실을 많이 줄인 덕에 이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신규전입액(대손상각비)은 23년 52억원에서 작년 26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도 55억원에서 4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전체 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5~20%인 곳은 부산 DH-대구 대백-창원 SNT-부천 영진-서울 OSB-서울 바로-부산 국제-구미 오성-전주 삼호-대구 드림-파주 안국-광주 더블-대구 MS-대구 유니온저축은행 등 모두 14곳이었다. 대구 4곳, 부산 2곳 등 지방, 특히 영남권 저축은행들이 많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