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 로고와 최대주주 최 윤 회장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진출,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재일동포기업 OK금융그룹에 급브레이커가 걸렸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그룹 합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계열사간 내부거래도 여전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TK와 호남기반 2개 금융지주사 최대주주이고 증권업 진출도 노리고 있다. OK금융의 적자 상황과 내부거래 현황, 문제점 등을 차례로 점검해본다.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공정위 산정 자산 순위 국내 77위 그룹인 OK금융그룹은 일본 대부업을 기반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 들어와 저축은행, 캐피탈 등으로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만 해오던 그룹이다. 그룹 합산으로 2022년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고금리 전환 등으로 부동산경기가 급냉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급브레이커가 걸렸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16개 계열사 합산으로 2023년 90억원의 첫 적자(당기순손실)를 내더니 작년에는 412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2년 연속 적자에, 적자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

그룹 자산총계가 5조원이 넘어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92개 그룹 중 2년 연속 적자인 곳은 OK금융을 비롯, 중앙-부영-대방건설-원익 등 5개 그룹뿐이다. 이 5개 그룹 중에서도 OK금융은 중앙과 함께 적자규모가 가장 크고, 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공정위 기업집단포털의 오케이금융그룹 소개

OK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재일동포 3세로, 그룹 최대주주인 최 윤 회장이 한국과 일본에 2개의 준 지주회사를 따로 만들어놓고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동남아 등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국내 준 지주사 격인 OK홀딩스대부는 최 회장 지분이 58%다. 그룹 주력 기업들인 OK저축은행(24년 말 오케이홀딩스 지분율 100%), OK캐피탈(64%)과 OK신용정보(51%), OK벤처스(100%) 등이 모두 오케이홀딩스대부의 종속 자회사들이다.

또 최 회장 지분이 100%인 일본 현지 대부업체 J&K캐피탈을 통해 OK넥스트(옛 아프로파이낸셜대부, J&K캐피탈 지분율 98.8%), OK에프앤아이대부(100%) 등의 국내 여신금융업체들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의 대부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다.

2개의 준 지주회사들 중 OK저축은행, OK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갖고있는 OK홀딩스대부 계열의 덩치가 국내에선 아무래도 훨씬 더 크다.

16개 국내 계열사들 중 규모가 특히 큰 곳은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 2위인 대형 저축은행 오케이저축은행과 오케이캐피탈, 과거 대부업체였으나 지금은 대부업 정리자금을 계열사들에게 빌려주는 기능을 하는 오케이넥스트 등 3사라고 볼 수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대부분 이 주력기업들의 부실 채권들을 넘겨 받아 거래하는 일종의 채권추심업체들이거나 P2P대출전문업체 또는 주력기업들에 의존해 먹고 사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다.

오케이홀딩스대부의 종속 자회사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이들 주력 3사 중 오케이넥스트만 그런대로 양호할 뿐 오케이저축은행과 오케이캐피탈은 상태가 썩 좋지 않다. 특히 오케이캐피탈이 심각한 편이다. 그룹 2년 연속 적자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과다한 부동산PF부실과 실물경기 침체 지속에 따른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 부실 때문에 몇 년째 고전하고 있다.

그래도 그룹의 총력 지원 등에 힘입어 최대 주력사인 오케이저축은행은 아직 적자는 아니다. 하지만 연결 당기순익은 2023년 1233억원에서 작년 69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부실채권비율도 10%선에 육박한다. 같은 일본계로,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과는 실적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오케이저축은행 별도 손익계산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오케이캐피탈이다. 2022년에만 해도 419억원 흑자이던 이 회사의 당기손익은 2023년 2203억원 적자를 낸데 이어 작년에는 4328억원 적자로, 적자규모가 2배 가까이 더 커졌다.

거기에다 전체 대출금의 절반 가까이가 부실성 여신들이다. 캐피탈업계에서 가장 부실이 많은 캐피탈사 중 하나다.

오케이캐피탈 외에 오케이홀딩스대부(24년 당기손익 -541억원), 엑스인하우징(-475억원),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225억원), 오케이신용정보(-35억원) 등 계열사 9곳도 작년에 적자를 냈다.

16개 계열사들 중 10곳이 작년에 적자였다. 자체 영업실적이 부진한 탓도 많았지만 오케이캐피탈 대규모 적자의 영향을 받은 계열사들도 적지 않았다.

오케이캐피탈 별도 손익계산서

가장 심각하다는 오케이캐피탈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오케이캐피탈의 작년 말 고정이하여신 또는 무수익여신 비율은 무려 46.33%로, 2023년 말 10.94%에 비해 한 해 동안 4배 이상 뛰었다.

작년 말 총여신(연결기준) 1조2318억원 중 이자를 제대로 받는 정상여신은 5174억원(42%) 뿐이고, 연체 1~3개월 정도인 요주의여신이 1437억원(11.7%)이다.

나머지는 사실상 부실여신으로 취급받는 고정(2958억원·24%), 회수의문(2241억원·18.2%), 추정손실(508억원· 4.1%) 단계의 여신들이다. 지난 3월 말 부실성 여신(고정이하) 비율은 49.74%로 작년 말보다 더 높아졌다.

부실성 여신으로 분류되면 신용손실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충당금은 비용이므로 충당금이 늘어날수록 영업이익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 오케이캐피탈의 작년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4381억원(23년 4283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이자까지 제대로 못받아 순이자손익은 2023년 1529억원에서 작년 874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작년 385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23년 2767억 적자보다 영업적자폭이 더 커졌다.

2023년 쯤부터 부동산PF에서 대거 부실이 생기면서 오케이캐피탈은 작년에 잔액기준으로 기업대출을 1조원 가량, 가계신용대출도 1천억원 가량씩 줄였다.

부실이 워낙 많이 생기자 가급적 위험한 신규대출은 취급하지 않고, 기존 대출 중에서도 부실위험이 보이면 만기를 연장하지 않았다. 또 부실성 대출은 대거 매각했다. 예금도 손익에 큰 도움이 안되는 고금리 예금은 대거 줄였다.

그래서 2022년 말 3조6786억원에 달했던 이 회사의 연결 자산은 23년 말 2조3980억원, 작년 말 1조1385억원 등으로 급격히 줄었다. 자산이 3분의1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조심하며 안전하다는 대출만 취급했는데도 부실이 이렇게 또 다시 급증하고 적자폭은 더 커진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금융당국이 부실자산 분류를 더 엄격히 하도록 하고 부실자산 정리를 독려한 탓도 있지만 부동산 및 실물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부동산PF와 자영업자-다중채무자 및 서민 대출 등에서 계속 부실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케이캐피탈 무수익여신 현황

캐피탈업체들의 경우 건당 5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여신금융협회 공시포털에 공시하도록 되어있다. 작년 한해 동안 오케이캐피탈이 여신금융협회에 스스로 공시한 부실대출 금액은 모두 3720억원에 달했다.

작년 11월 말 이 회사 자기자본 6006억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 액수였다. 전체 부실발생 규모나 자기자본 대비로도 모두 단연 캐피탈업계 압도적 1위다. 올들어서도 지난 4월말까지 모두 8건, 722.87억원의 부실채권 발생이 또 공시되었다. 부실발생 속도가 약간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오케이캐피탈이 이렇게 과다한 부실과 적자에 시달리자 오케이금융그룹 전체가 오케이캐피탈 살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는 작년 한해 동안 모두 849억원의 오케이캐피탈 부실채권들을 인수해 주었다. 2023년의 인수규모는 91억원이었다.

오케이홀딩스대부와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는 작년 말 기준 각각 4900억원 및 1500억원의 오케이캐피탈 회사채를 떠안고 있다. 오케이넥스트의 오케이캐피탈 지급보증 잔액도 2023년 말 747억원에서 작년 말 131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아직 오케이캐피탈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PF 위기에서 완전 탈출했다고도 보기 어려운 상태다. 작년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아직 9.91%(23년 말 7.56%)에 달하고, 지난 3월 말에도 9.85%를 기록했다.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 신규전입)는 2023년 2764억원에서 작년 에는 4247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작년 대출채권 처분손실도 2996억원에 달한다. 아직 적자상태까지 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일 정도다.

금융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부업에서 출발해 서민금융이나 부동산금융이 주력일 수 밖에 없는 그룹 주요 업종의 특성 때문인지 오케이금융 주력기업들 대부분이 여전히 부동산PF는 물론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일반대출 부실 확대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