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회장(홈페이지)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우리금융지주는 작년부터 인수를 추진했던 동양생명과 ABL생보 등 2개 생명보험사의 인수 작업을 완료하고 계열 편입했다고 지난 1일 공시한 바 있다. 모두 1조5494억원이 투입된 인수 작업의 마무리였다.

이에 앞서 작년 8월에도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다시 설립,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작년 3월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던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1.24%를 사들이며 100% 민영화 선언을 한 후 1년4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벌어진 일들이다.

2014년 공적자금 상환 과정에서 증권과 보험, 파이낸셜 등 주요 자회사들을 분리 매각하며 금융지주체제를 사실상 해체한지 11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2019년 다시 금융지주 체제를 복원했지만 그동안은 증권과 보험사가 없는 반쪽 금융그룹이었다.

임종용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두 생보사를 지주사로 편입하면서 “완전 민영화와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1등 금융그룹으로의 재도약을 하기위한 여정에 큰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동양생명 지주사 편입 관련 공시


우리금융지주의 역사를 살펴 보면 이 일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은행들이 크게 부실화되면서 5개 은행이 퇴출되었고, 당시 대형 시중은행들이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도 통합, 한빛은행으로 새 출발해야 했다. 2001년에는 첫 국내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으로 편입되면서 국유화되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국영 금융그룹이었지만 2012년에만 해도 우리금융은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파이낸셜 등 모두 11개 계열사에 총자산 403조원의 국내 1위 금융그룹이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 이 후 공적자금 상환 과정에서 자회사들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반쪽 금융그룹이 된 것이다. 이 후 다시 금융지주체제가 됐지만 공적자금에 정부가 주인이라 규제가 너무 심했다. 은행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다시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하고 싶어도 M&A(인수합병) 같은 것은 엄두도 못냈다.

그 사이에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같은 경쟁 민간금융그룹들은 훨훨 날았다. 증권과 보험, 카드사 등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며 비은행 부문 몸집을 크게 키웠다. 한때 1위이던 우리금융의 몸집은 4위, 5위로까지 계속 추락했다.

ABL생명 지주사 편입관련 공시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많이 남아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연결 총자산은 533조원인데, 우리은행의 별도기준 총자산은 469조원이다. 우리금융 전 자산의 무려 88%를 우리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 1위 KB금융 총자산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71%에 그친다. 2위 신한금융 총자산에서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보다 더 낮은 69%다. 그만큼 다른 금융그룹들은 증권, 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들이 탄탄하게 잘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그룹의 총당기순익에서 비은행 부문 순익비중을 따져도 비슷하다.

은행만으로 따지면 우리은행은 1, 2위 은행인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덩치가 크거나 이익을 많이 내는 유력 자회사가 거의 없다보니 비은행 부문을 포함한 금융그룹 전체 자산이나 순익에선 지금까지 계속 크게 밀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자본적정성


이에 2023년 부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완전 민영화와 종합금융그룹 체제 복원에 사활을 걸었다. 부임 초 전 회장과 관련된 부당대출과 직원 불법대출 등 뒤치다꺼리를 해야할 현안들이 많아 상황은 어려웠지만 예보 잔여지분 전액 매입으로 완전 민영화부터 이뤄 정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시킨 후 본격적인 M&A에 나섰다.

증권사는 덩치가 큰 10대 증권사 정도를 매입하면 좋았겠지만 그런 대형 매물이 없었다. 일단 작은 증권사를 산 후 기존 종금사와 합쳐 출범시켰다. 일단 자기자본 1조원 정도로 출발해 내실을 다진 후 매물이 또 나오면 M&A를 계속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보험사도 한꺼번에 꿈을 충족시켜줄만한 대형 매물은 없고, 사모펀드가 현재 최대주주인 롯데손보 정도가 탐을 낼만한 매물이었다. 역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롯데카드도 괜챦은 매물이었다.

하지만 두 매물 모두 사모펀드들이 부르는 호가가 너무 비싼게 문제였다. 롯데카드의 호가는 한때 3조원 선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도 다급한 우리금융지주가 덥썩 물지 않겠는가 하는게 당시 시장의 대체적 관측이었지만 우리금융과 임 회장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한 ‘무시 전략’으로 나갔다.

대신 1.5조원 안팎을 투입, 2개 생보사로 내실부터 다지기로 했다.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잘 한 M&A로 현재 평가받고 있다. 4대 금융지주들 중 최근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을 합하면 55조원 정도다. 두 생보사 계열 편입으로 당장 올해부터 총자산에서 농협금융지주를 앞지르고, 3위 하나금융을 위협할 수 있게 된다.

두 생보사의 작년 당기순익도 합쳐서 4200억원 정도여서 이 순익이 올해도 유지된다면 3위 하나금융의 순익규모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우리금융지주가 철저한 무시전략으로 나오자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호가도 현재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2조원 밑으로까지 떨어지면 우리금융이 마지못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같은 우리금융과 임 회장의 ‘선 완전민영화-후 종합금융그룹 재구축’ 전략에 대해 많은 금융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역시 임종룡 답다”는 얘기들도 많이 들린다.

우리금융지주 본사


임 회장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화려한 경력의 경제관료 출신이다. 아직도 ‘모피아’라고 불리는 옛 재무부는 서울법-상대나 경기고, TK(경북고) 출신이 아니면 진입조차 어렵다는 경제부처였다. 그중에서도 핵심이라는 이재국(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호남(전남 보성) 출신에 연세대 상대를 졸업한 임 회장은 그 이재국 중에서도 가장 핵심 과인 금융정책과에서 사무관 생활을 대부분 보냈다. 당시 같이 근무했던 선배 사무관들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장관,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김광수 전 은행연합회장 등이다.

그와 같이 근무해본 선후배 경제관료들이 임 회장에 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꼼꼼하고 출중한 업무능력에 유연하고 무난한 선후배관계 등 흠집을 찾기 어려운 경제관료”라고 대부분 극구 칭찬하는 것을 기자는 많이 들었다.

이런 평가와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며 이후 임 회장은 화려한 출세의 길을 달렸다. 2007년에는 옛 경제기획원의 최대 핵심자리였던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자리를 재무부 출신으로 보기 드물게 꿰어 찼고, 국무총리실장, 농협금융지주회장 등을 차례로 거치며 금융위원장까지 지냈다.

역대 정권에서 계속 중요 경제관련 보직을 맡아왔고 또 호남 출신이어서 지금도 그는 좌우정권 가릴 것 없이 틈만 나면 경제부총리나 총리 후보로 계속 이름이 오르내린다.

농협금융회장 시절 당시 우리금융이 매물로 내놓았던 우리투자증권을 인수, 현재의 NH투자증권으로 화려하게 부활시키기도 했다. 이런 경력이 작년 우리투자증권을 다시 부활시킨 원동력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에서도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 한단계 한단계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해나가는 모습은 그의 원래 스타일 그대로다. 올해 나이 만 66세. 그도 이제 화려한 경력에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어야할 지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의 종래 스타일로 볼 때 다른 자리로 가는 것보다 우리금융그룹에서 제대로 된 족적을 더 남기기를 원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M&A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롯데카드일지, 롯데손보일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대형 매물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