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의 6월 정기 신용평가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부실 요인들이 많았던 2차전지, 석유화학, 부동산신탁, 호텔, 저축은행, 캐피탈업체들의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이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2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5일자로 에코프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또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에코프로그룹 주력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특히 지주사 격인 에코프로 무보증사채 등급이 ‘쓰레기 등급’이라는 BBB급까지 추락한 것이 충격이다.
한기평은 등급 조정 사유로, 전방 업황 둔화 및 판가 하락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저하된 점, 점진적 물량 회복에도 불구하고 과거 대비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전망인 점, 차입금 증가 등 재무부담이 확대된 점, 저조한 현금흐름과 과중한 차입부담이 이어질 전망인 점 등을 들었다.
한기평은 올들어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2차전지 업계 핵심시장인 미국에서의 사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었고, 주요 셀 업체의 공장가동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판매 물량이 단기간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영업수익성 추이(한기평 정리)
한기평은 26일자로 쌍용씨앤이(옛 쌍용양회)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등급조정사유로는 투자 및 배당으로 재무구조가 저하된 점, 현 수준의 투자 및 배당기조가 지속될 경우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잇는 점, 건설경기 둔화에 따른 영업실적 저하가 전망되는 점 등을 들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인수자금 금융비용 문제 등을 해결하기위해 매년 약탈적 수준의 주주배당을 받아가 자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한기평은 농협금융지주 계열인 NH저축은행의 기업신용등급도 지난 24일자로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햐향조정 사유로는 부동산PF대출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크게 저하되고, 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로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이 저축은행이 현재 부실PF 정리를 진행 중이지만 지난 3월 말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41.6%, 충당금/고정이하여신 비율이 38.9%로, 건전성이 여전히 매우 미흡하다며 고정이하PF 매각을 확대하고 있으나 신규부실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5일자로 롯데알미늄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조정 사유로는 전기차 캐즘에 따른 양극박 수요 감소, 해외 신규 공장의 낮은 수율 등으로 사업실적이 저하돼 낮은 수준의 영업수익성이 지속될 전망인 점, 현금창출능력 약화, 해외법인 투자 관련 자금소요 등으로 현금흐름이 제한되며 재무안정성이 저하 추세인 점 등을 들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4일자로 에스케이어드밴스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프로필렌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며 영업적자가 4년째 지속되고 있고, 부(-)의 EBITDA(상각전 영업이익)가 이어지면서 차입부담이 확대되면서 재무상태가 빠르게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최근 중국의 미국산 프로판에 대한 관세 부과로 중국 PDH 설비의 가동률이 하락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2026년까지 연평균 8~9백만톤 가량의 글로벌 프로필렌 생산능력 확대가 예상되고 있어, 2027년 이후에야 공급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기평은 지난 26일자로 농심캐피탈의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조정 사유로는 부동산PF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점, 투자금융 실적에 따른 이익변동성이 높고 수익성이 저하된 점 등을 들었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8.9% 및 24.1%에 달한다. 특히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무려 65.8%다.
신용등급 전망도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당장 정식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내 실적 개선이 없을 경우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일종의 사전 경고 조치다.
한기평은 지난 25일자로 호텔신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변경 사유로는 면세사업 부진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점,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폭은 제한적일 전망인 점 등을 들었다.
한기평에 따르면 특히 공항 면세점 부진이 문제다. 출국객 수에 연동한 임차료 구조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과중한 상황이며, 다수의 국내외 공항점(인천공항점,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등)을 운영 중이라 구조적 부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호텔 부문에서 양호한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면세 부문에서 6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인건비 증가와 임차료 부담으로 회사전체 EBIT(이자,세금 납부전 영업이익)/매출은 -0.3%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호텔신라의 작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2546억원까지 증가했다. 작년 중 토지재평가로 재평가잉여금 7283억원이 들어왔음에도 근본적인 수익성 약화로 과중한 재무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현재 전사적인 구조조정도 실시 중이다. 올들어 희망퇴직을 실시, 인건비 등 고정비를 절감 중이고, 인천공항점의 과도한 임차료 부담을 완화하기위해 인천지방법원에 임차료 조정신청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중국도매상들의 구매 이탈로 외형 성장은 당분간 정체될 가능성이 높고 연중 지속되는 인천공항 신규 매장 관련 투자와 내년 예정된 약 500억원의 공항 보증금 추가납부 부담까지 고려하면 재무구조 개선 폭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기평은 밝혔다.
한신평은 지난 25일자로 HD현대케미칼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조정 사유로는 올레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방향족 마진 축소 등이 가중되며 이익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는점, 대규모 설비 신설 이후 확대된 차입부담이 완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 약화된 현금창출력을 감안할때 재무안정성이 개선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인 점 등을 들었다.
이 회사는 작년 3분기부터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2027년 경까지 증설부담이 지속되면서 올레핀 계열의 공급과잉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한신평은 전망했다.
HD현대케미칼의 영업수익성 추이(한신평 정리)
나신평은 지난 26일자로 우리자산신탁의 기업신용등급 등급전망을 기존 A/Stable에서 A/Negative로 하향조정했다.
부동산경기 저하에 따른 대손비용 확대 및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는 점, 저하된 부동산경기 지속으로 수익창출력 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저하된 자산건전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나신평은 설명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순고정이하자산비율은 2025년 3월말 기준 32.5%로, 2022년 말 3.8% 대비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경기 둔화로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의 시공사인 중소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및 유동성이 크게 저하되면서 시공사 교체 등의 사유로 신탁계정대 투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책임준공형 관련 신탁계정대의 경우 상환순위상 후순위이고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자산건전성 분류 상 고정이하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