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코스닥 상장사 광무가 비상장 소재기업 이피캠텍의 지분을 연속적으로 사들이며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장외 주가 하락세를 단기적 리스크가 아닌 저점 매수의 기회로 해석한 움직임이다. 시장에서는 광무의 이례적인 연속 매입이 단순한 재무 투자 목적을 넘어 중장기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광무는 이피캠텍의 보통주 5만 주를 장외시장을 통해 최근 추가 매입한것로 나타났다. 1주당 1만 원, 총 5억 원 규모다. 이번 매입은 지난달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앞서 광무는 같은 단가로 두 차례에 걸쳐 총 10만 주를 장외에서 사들인 바 있다. 불과 두 달 새 15억 원을 투입해 기존 10.77%였던 지분율을 11.25%까지 끌어올렸다.
광무 측은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 “최근 이피캠텍이 글로벌 수요 둔화와 실적 부진 여파로 장외 시세가 고점 대비 크게 떨어졌고, 이는 오히려 저점 매입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피캠텍은 2차전지 및 반도체 소재 분야를 기반으로 급성장했지만, 최근 글로벌 소재 시장 전반이 일시적 수요 정체(chasm) 국면에 접어들며 실적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비상장 주식 거래가격도 수개월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광무가 일관된 매입 단가를 고수하며 대규모 물량을 매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시장에서 떠도는 물량을 매입하는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이피캠텍 대량 보유자들과의 직접 협상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무는 이 과정에서 “추가 매입 여력은 충분하며, 가격 협의 여건이 맞는다면 매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피캠텍 주요 주주구성. ⓒ그래픽=더트래커/배건율 기자
이 같은 공격적 매입에도 불구하고 광무는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회사 측은 “지분 확대가 곧바로 경영 개입을 의미하진 않지만, 향후 이피캠텍이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과 전략적 협력 가능성까지 감안해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지분율로만 보면 경영권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아직 부족한 수준이지만, 계속된 추가 매입 여부에 따라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시장 관계자들은 광무의 행보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비상장 기업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다회에 걸친 단가 고정 매입을 시도하고, 주주와의 협상까지 병행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이피캠텍이 향후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나, 구조적 수요 회복에 따른 시장 재평가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중장기 수익 확보를 위한 ‘선투자’ 성격으로 해석된다.
광무는 지난 수년 간 별다른 대형 M&A나 지분 투자를 펼치지 않았던 보수적 전략을 고수해 왔다. 이번 이피캠텍 건은 그 기조에서 다소 벗어나는 적극적 행보다. 시장에서는 광무가 단순한 투자 수익률을 넘어서, 첨단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적 실마리를 찾으려는 초기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피캠텍은 현재 비상장 상태지만, 2차전지 소재 등 핵심 소재 부문에서 특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국내외 기업들과 다수의 파트너십을 유지 중이다. 최근에는 기술 고도화보다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이 일시적으로 부진했으나, 향후 시장 회복 시 재평가 여력이 크다는 평가다.
광무의 연속 매입이 결국 이피캠텍의 중장기 행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장외주식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는 이 같은 ‘역발상 매수’는 투자업계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행보다. 이피캠텍이 지금은 비상장이지만, 이 움직임 하나만큼은 시장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