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C이앤씨 본사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OCI그룹 내 상장 건설사인 SGC이앤씨(E&C)는 다른 많은 건설사들처럼 과다한 부동산PF 우발채무와 공사비 급증 등으로 2023년과 작년 연속 대규모 적자에 빠졌던 건설사다. 특히 작년에는 시공을 맡았다가 분양이나 임대가 잘 안된 물류센터들까지 무더기로 떠안는 바람에 크게 고전했다.

올 1분기엔 간만에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단기유동성 부담이 여전한지 고금리의 신종자본증권 연쇄 발행에 3자배정 유상증자까지 긴급자금 수혈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GC이앤씨는 지난달 27일자 공시에서 30일을 납입일로 만기 30년의 신종자본증권대출채권(신종자본차입) 200억원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 증권을 전액 인수하는 곳은 모기업 SGC에너지이고, 자금용도는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개선이라고 설명했다. 만기 30년이지만 연장이 가능하며, 일정 기간 후 발행 회사가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도 있다.

신종자본증권대출 관련 지난 27일 공시

일정 기간 후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으면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스텝업(step-up) 조항도 붙어있다. 최초 금리는 6.6%이지만 3년 후에는 1%p가 가산되고, 4년 이후에는 매 1년 마다 0.5%씩 금리가 더 가산된다. 조기상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가면 고금리 부담을 이겨내기 어렵도록 설계된 채권이다.

신종자본증권의 스텝업 조항

SGC이앤씨는 이에 앞서 지난달 2일을 납입일로 30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도 실시한 바 있다. 이 유상증자를 100% 떠안은 곳도 모기업 SGC에너지다. 이 3자배정 유상증자로 SGC에너지의 SGC이앤씨 지분율은 종전 26.9%에서 49.6%로 크게 올랐다.

SGC이앤씨 주주들 중에는 SGC에너지 말고 SGC그룹 이복영 회장(4.99%)과 그 아들 이우성 사장(4.5%)도 있다. 3자배정이라 이들은 증자 부담에서 교묘히 빠졌다.

SGC그룹은 OCI그룹 고(故) 이회림 창업자의 차남인 이복영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그룹으로, SGC에너지, SGC이앤씨, SGC솔루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친족 관계 때문에 아직은 OCI그룹 내 소그룹으로 독립 경영하고 있다.

SGC이앤씨의 최근 자금조달 과정을 보면 지난 2023년부터 지금까지 모기업 및 관계기업들에 끊임없이 손을 벌리고 있는데도 자금난이 해결될 기미가 잘 안보인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회사가 2023년부터 지난 3월까지 발행한 고금리 신종자본증권만 모두 6차례, 2천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만 1986억원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70% 정도다. 단기차입금 잔액 2314억원, 장기차입금 1270억원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보통 부채비율은 200%를 넘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작년 말 한때 300%를 넘었다가 3월 말 270%선이니 여전히 재무상태가 썩 좋지 않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고금리나 고배당 때문에 사실상 부채 성격이 강한 신종자본증권 수치는 빠져 있다. 신종자본증권을 사실상 부채로 분류한다면 부채비율은 무려 752%까지 치솟는다. 물론 신종자본증권이 현재는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이 수치는 의미가 없다지만 실질적인 부채비율을 따져본다면 이 정도까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SGC이앤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내역

이런 상태에서 작년 12월 500억원, 지난 3월 말 4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대출에 이어 그 석달도 안된 6월 초 300억원의 증자 수혈을 또 받았다. 그런데도 그 한 달도 안된 30일 또 다시 2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대출을 받은 것이다.

지난 6~7개월 동안 모두 1400억원을 모기업 또는 관계사들로부터 계속 지원받았다. 긴급 수혈을 받아도 받아도 계속 현금이 고갈되고 있는 기업이 아니고선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올들어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는데도 왜 이렇게 긴급수혈은 계속 받아야하는 걸까? 이 회사 현금흐름표를 보면 왜 이렇게 현금이 모자라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이 회사 연결 현금흐름표를 보면 2022년까지만 해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160억원 흑자였다. 영업활동을 통해 나간 현금보다 들어온 현금이 더 많았다. 하지만 2023년에는 -1896억원, 2024년에는 -1185억원 등 2년 연속 대규모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는데다 공사미수금과 매출채권, 미청구공사, 장단기대여금, 이자지급, 투자부동산 취득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구멍들을 메우기 위해 장단기차입금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계속 크게 늘릴 수 밖에 없었다.

올 1분기(1~3월)에도 소폭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는 677억원으로, 전년동기 162억원보다 더 커졌다. 미청구공사 증가 지속, 매입채무 대폭감소, 차입확대에 따른 이자지급 증가, 장단기대여금 증가,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과 투자부동산 취득 증가세 지속 등 때문이다. 계속 비슷한 이유들이다.

실제 SGC이앤씨의 영업 상황을 보면 이 중 미청구공사나 공사미수금 같은 매출채권, 장단기대여금, 투자부동산 취득 등이 왜 그렇게 계속 늘고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시공을 맡았던 물류센터들 때문에 작년부터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사가 끝난 물류센터의 임차나 분양이 잘 되지 않아 공사비를 제대로 못 받은데다(공사미수금) 시행사가 만기도래 PF대출금을 못갚는 사태까지 잇따르자 아예 물류센터를 인수(투자부동산 취득)하거나 채무를 인수하고, 직접 물류사업을 시작했지만 이 또한 잘 되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SGC이앤씨 물류센터관리 자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실적

대표적인 물류센터 사례는 인천 서구 원창동 B3물류센터다. SGC이앤씨는 작년 11월 이 센터 내 토지 및 물류창고 일부를 948억원에 취득했다. 이 회사 연결 자산총액의 11%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SGC이앤씨는 사업 시행자인 우성도시개발이 PF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이를 기초로 발행한 유동화증권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모기업 SGC에너지와 함께 자금보충 또는 지급보증을 약속하고 이 사업의 시공을 맡았었다.

물류센터는 2023년에 이미 일부가 완공되었지만 1년 이상 임차인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실물경기는 이미 침체로 접어 들었는데, 물류센터는 과잉공급으로 임대나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비는 거의 못 받고 이 와중에 PF대출 만기는 계속 돌아와 시행사의 상환 불능 사태(EOD)가 잇따르자 SGC이앤씨는 아예 지급보증 실행에 들어갔다. 이때 실행한 선지급보증액만 2987억원에 달했다. 시행사 PF채무를 거의 모두 직접 떠안은 것이다.

SGC이앤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기로 하고 작년 초 웨스트사이드로지스틱스라는 물류 자회사를 세웠다. 작년 4월 1차로 웨스트사이드로지스틱스는 채무 인수한 원창동 일부 물류센터 토지 및 건물을 985억원에 매입했다.

물류센터 채무 인수는 인천 원창동만 있었던게 아니다. 작년 10월에는 경기도 안성 강문 물류센터 채무 341억원을 비슷한 이유에 비슷한 방식으로 또 인수했다.

SGC이앤씨 측은 작년 사업보고서에서 2023년 말까지는 우발부채로 공시했으나 2024년 중 채무 또는 부동산을 인수한 금액이 모두 336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올 1분기에도 이 금액은 73억원을 기록했다. 두 곳 말고도 인수한 곳이 더 있었던 곳으로 보인다.

작년 인수금액 3365억원은 작년 말 이 회사 연결 자산 1조2988억원의 26%에 달했다. 시행사 대신 떠안은 빚과 부동산이 회사 전체 자산의 4분의1을 넘었다는 얘기다.

물류 자회사 웨스트사이드로지스틱스의 지난 3월 말 자산은 2781억원, 부채는 2946억원, 자본은 -164억원 씩이다. 넘겨받은 시행사 채무 또는 물류센터 자산보다 넘겨받기 위해 빌린 대출 등 부채가 더 많아 아직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 자회사의 작년 매출은 164억원이지만 당기손익은 무려 139억원 적자였다. 올 1분기에도 매출 52억원에 분기순손실이 26억원에 달했다. 이 자회사를 포함한 SGC이앤씨 작년 전체 물류센터부문 매출은 218억원, 영업손익은 -63억원, 당기손익은 -295억원이었다.

매출보다 당기순손실이 더 컸다. 작년 회사 전체 연결 당기순손실 490억원의 절반 이상을 물류센터가 까먹었다. 물류센터들을 포함, SGC이앤씨가 작년 중 신규취득한 투자부동산은 모두 3994억원이었으나 투자부동산에서 생긴 임대수익은 57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운영비용은 131억원, 투자부동산 평가손실(손상차손)은 178억원이었다.

SGC이앤씨의 올 1분기 각 사업부문별 영업실적

올 1분기에도 전체 물류센터 부문은 매출 87억원에 영업적자 16억원, 분기순손실 8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회사 측은 물류센터 사업이 작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웠지만 물류 업황이 회복세여서 올해부터는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올들어서도 실적개선 기미는 아직 거의 없다. 물류센터 공급과잉과 경기침체 등으로 분양도, 임대도, 경·공매도 모두 잘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들어선 작년 흑자였던 건설부문마저 적자로 돌아섰으나 다행히 플랜트 부문 매출이 급증하고 영업이익과 순익도 크게 늘고 있다. 플랜트 부문 올 1분기 매출은 2399억원으로, 전년동기 1222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분기 순이익도 작년 1분기 29억원에서 올 1분기 251억원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그 덕에 회사 전체 연결기준 매출은 작년 1분기 2744억원에서 올 1분기 3300억원으로, 20%나 늘었다. 같은 기간 분기손익도 5.4억원 적자에서 6억원 흑자로, 소폭 흑자 전환했다. ‘국내 부문에선 고전 중이지만 플랜트로 곧 승부를 걸겠다’던 작년 이 회사 경영진의 장담이 일정 부분 맞아 떨어져가는 모양새이긴 하다.

하지만 플랜트 부문은 현대엔지니어링 같은 대형 건설사도 작년 한꺼번에 1조원이 넘은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류센터 관련 미분양이나 부실을 빨리 정리하고, 해외 플랜트 등은 돌다리도 두들겨본다는 식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