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회삿돈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현재 세번째 구속 상태에 있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53)은 두 살 위 친형과 치열한 후계경쟁을 벌이던 중 아버지 낙점을 받고 그룹 회장에 오른 총수다.

2020년 6월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88)은 돌연 보유 중이던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 전량을 차남 조 회장에게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주당 11150원에 매각금액은 모두 2447억원에 달했다.

이 블록딜 매각으로 직전까지 19.31%로, 친형 조현식 당시 부회장(55) 지분 19.32%에 약간 뒤지던 조 회장의 지주사 지분은 졸지에 42.9%로 급증했다.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은 셈이었다.

2020년6월 당시 조 회장 주식매입자금 조달내역 공시


이 지분매입 대금은 조 회장 자기자금 247억원과 차입금 2200억원으로 각각 조달했다고 당시 공시됐다. 차입금 중 일부는 한국앤컴퍼니 지분 4.8%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1.11%를 담보로 잡히고 KB증권에서 500억원을 빌렸다.

나머지 1700억원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27.19%를 담보로, NH투자증권에서 빌렸다. 지주사 지분만 모두 31.99%가 담보로 들어갔다. 이른바 재벌총수들이 애용한다는 주담대(주식담보대출)다.

2020년6월의 최대주주 변경 내역


그 전까지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담보로 한 주담대는 1원도 없었다. 이 주담대는 지금도 6개월~1년 단위로 계속 연장되고 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또 2022년 4월 보유 중이던 그룹 주력기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지분 전량 5.67%도 조 회장에게 넘겼다. 이번에는 매각이 아니라 증여였다. 하지만 시가 2425억원에 달하는 주식물량이라 증여세만 최대 1455억원을 내야만 했다.

이 증여세 부담 때문에 조 회장은 늘어난 지분 7.73% 중 3.55%를 용산세무서에 공탁하고, 세금을 지금도 나눠 내는(연부연납) 중이다. 단 이 증여세를 이유로 당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을 담보로 하는 새 주담대는 받지 않았다.

대신 그 이전부터 안고 있었던 주담대 잔액 350억원이 있었다. 이 주담대까지 합치면 2022년 당시에 이미 합계 주담대 잔액이 2350억원에 달했다. 연간 이자만 80억원이 넘었다.

이 정도 이자 부담에 주가 관리부담까지 있는 대규모 주담대라면 돈만 생기면 조금씩이라도 갚아가는게 상식이다. 주담대 상환 재원은 다른 방법이 없으면 배당이나 연봉을 동원하면 된다. 다행히(?) 한국타이어그룹은 당시에도 안정적으로 돈을 잘 버는 회사라, 배당이나 연봉을 팍팍 올려도 당장에 큰 무리는 없었다.

2022년4월의 증여 관련 공시


실제 조 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가 된 2020년부터 그룹 계열사들의 배당과 자신의 연봉을 크게 올려왔다.

배당에 동원된 회사들은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와 주력기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그리고 과거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논란을 빚었던 타이어 금형제작사 한국프리시전웍스 등 3사였다. 모두 조 회장 지분율이 높고 실적도 괜챦았던 회사들이다.

이 3사로부터 조 회장이 받은 배당은 2020년 280억원, 21년 282억원, 22년 336억원, 23년 404억원, 작년 591억원 등이다. 작년 배당은 2020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조 회장이 받은 연봉도 비슷한 흐름이다. 비상장사들은 회장 연봉이 공시되기 않기 때문에 확인이 가능한 두 상장사, 한국앤컴퍼니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연봉만 합쳐도 작년 104.31억원에 달했다.

2021년에만 해도 15.31억원에 그쳤으나 22년 58.55억원, 23년 78.49억원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했다. 작년 조 회장 합산 연봉은 2021년 대비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조 회장의 작년 합산 연봉은 전체 재계총수들 중 8위, 합산 배당은 9위 정도에 각각 해당되는 액수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한국타이어그룹의 작년 재계 자산순위는 49위다. 누가 봐도 그룹 규모에 비해 조 회장이 작년에 받은 배당과 연봉은 과다했다.

한국앤컴퍼니의 최근 3년간 배당내역


2020년 이후 작년까지 조 회장이 받은 배당과 연봉 합계는 2175억원에 달한다. 이 돈이면 아버지 지분매입과 증여세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돈 3902억원은 모두 감당이 안될지라도, 주담대 2350억원은 거의 대부분을 갚을 수 있는 액수다.

주담대로 들어온 돈은 실제 지분매입대금에 우선 2200억원이 들어갔고 나머지는 증여세 납부에 투입됐을 것이다. 모자라는 증여세는 앞으로 들어올 배당과 연봉 등으로 나눠 납부하면 된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 5년간 2175억원에 달했던 배당과 연봉은 어디에 사용했을까? 이자 부담과 주가관리 부담이 많은 주담대부터 당연히 먼저 갚는게 상식이다. 실제 주담대는 조금이라도 줄었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주담대 잔액은 2022년 2350억원에서 현재 2500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나 있다.

2020년 아버지 지분매입 때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담보로 받았던 주담대는 200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현재까지 100억원 밖에 줄지 않았다. 반면 2022년 350억원이었던 한국타이앤테크놀로지 주식담보 주담대는 현재 600억원으로 250억원이나 더 늘었다.

조현범 회장의 최근 주담대 현황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한국타이어그룹의 회계장부 상으로는 그 어디에도 설명이 없다. 단지 주담대 상환보다 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들이 조 회장에게 그만큼 많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짐작만 할 뿐이다.

우선 조 회장이 과거부터 왕성하게 해온 것으로 알려진 개인투자나 개인사업 부문을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들 중에는 조 회장과 부친 및 형제들 지분이 섞여있는 계열사들도 적지 않지만 조 회장 및 그 직계가족들 지분만 있는 계열사들도 몇 개 있다. 조 회장의 사실상 개인기업 내지 가족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회사들이다.

자동차 전장용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아름일렉트로닉스와 치과용 의료기기업체인 아름덴티스트리, 그리고 그 모기업인 아름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조 회장이 2017년~2019년 사이에 개인자금으로 인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들이다.

인수 전에는 영업실적이 모두 괜챦았으나 공교롭게도 인수하고나서부터 실적이 꼬꾸라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때문에 인수 후 조 회장은 이들 개인기업들로부터 주주배당을 한번도 받지 못했다.

배당은 커녕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의 개인자금 지원까지 받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아름일렉트로닉스에 60억원을 빌려주고 아름홀딩스가 발행한 BW(신주인수권부사채) 227억원을 인수해주기도 했다.

이 개인기업들에 조 회장도 유상증자나 다른 방식으로 개인 돈을 계속 쏟아붓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장부상으로는 20억원 정도의 개인 대여금 외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과거 일부 보도를 보면 조 회장은 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셀트리온제약 등 일반주식 투자로 상당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개인적 재테크에는 지금도 관심이 상당하다고 소문나 있다. 이 때문에 이 분야에도 거액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최근의 증거들은 찾기 어렵다.

조 회장이 2023년까지 형제들과 벌인 경영권분쟁 때문에 상당한 개인자금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조 회장의 형 및 누나 등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전까지 진행하면서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아버지와 사촌기업인 효성그룹 도움까지 받아 일단 조 회장이 승리하긴 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 개인자금도 상당액 들어갔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공식 확인되지는 않는다.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최근 5%이상 대주주와 소액주주 현황


조 회장은 현재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세번째 구속돼 있는 상태다. 모두 비슷한 혐의로 2019년과 2023년 각각 구속된 적이 있고, 지난 5월에는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법정구속까지 당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계열사 자금을 사적으로 대여하거나 회사 재산을 개인적 용도로 편취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경영자로서의 기본 자질도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조 회장은)모든 계열사 임원직에서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비슷한 혐의로 이미 2번이나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았는데, 또 회삿돈 횡령-배임건으로 법정구속 망신까지 당하는걸 보면 거액의 배당-연봉이나 대규모 주담대로도 해결이 안될 정도로 돈 들어갈 구멍이 많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상당액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증여세, 또 여전히 2500억원에 달하는 주담대 원금, 여기에 재판관련 벌금과 개인 소송비용 등등... 조 회장의 돈 들어갈 구멍은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주담대에는 주가관리 부담도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는 큰 변동이 적었지만 혹시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급락이라도 할 경우 돈을 빌려준 증권사는 담보지분을 더 요구하거나 이미 확보해둔 담보지분을 반대매매로 매각해버릴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조 회장 지분은 확 줄고, 작년 이후 잠잠하던 경영권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 때문에라도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놀로지는 당분간 배당과 연봉 지급액을 계속 크게 늘려야할 뿐아니라 주가도 많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