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최근 몇 년간 처럼) 롯데카드의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저하가 가속화되거나 거액 부실이 반복될 경우 신용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액 부실이란 지난 3월 말 기준 팩토링대출에서 786억원, 구매전용카드 등 법인카드대금에서 793억원 등 모두 1579억원의 부실이 발생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정적 영업 성향이 강한 카드업계에서 최근 몇 년 간 보기 어려운 대규모 부실이었다.
팩토링대출은 도소매 렌탈사에 대한 채권으로, 대리점(실질차주)에 대한 물품 및 용역 공급이 지연됨에 따라 연체가 발생했다. 법인카드대금은 홈플러스에 대한 카드대금으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에 따라 부실화됐다.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에서 600억원, 그 외 법인카드에서 193억원의 부실이 각각 발생했다.
팩토링대출 부실 때문에 롯데카드는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모두 55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새로 적립했다. 구매카드외 법인카드대금 부실에는 올 1분기 145억원의 충당금을 새로 쌓았다.
구매카드 부실자산에는 올 2분기 이후 상당수준의 충당금 적립이 예상된다고 한기평은 밝혔다. 이 충당금들은 모두 비용이어서 그만큼 롯데카드의 흑자를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롯데카드의 최근 부실 발생 현황(한기평 정리)
한기평은 최근 공개한 ‘신용카드사 팩토링/구매전용카드 부실은 구조적 위험의 전조인가’라는 제목의 웹캐스트에서 이번 팩토링/구매전용카드 손실로, 신용카드사들 중 롯데카드의 ROA(총자산기준순이익률)가 가장 크게 하락하고, 최악의 경우 올해 적자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기평 웹캐스트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7개 전업 카드사들 중 신위험자산 부실 노출이 가장 큰 카드사다. 신위험자산이란 카드사들이 기존의 영업방식으로는 한계가 오자 최근 몇년간 새로 취급하기 시작한 팩토링, 기업구매카드, 일반대출 등에서 생긴 자산들을 말한다.
팩토링 대출이란 법인회원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카드사가 자금을 선지급하는 대출로, 일부가 장기대출이어서 회수 리스크가 큰 편이다. 기업 구매카드도 자산회전율은 높지만 개별 리스크는 상당한 편이어서 팩토링대출과 함께 신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카드사의 팩토링대출은 최근 4년간 연평균 40% 가량씩 성장했고, 특히 7개 전업 카드사들 중 롯데카드가 압도적으로 많이 취급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카드사 합산 8598억원 중 롯데카드 취급액이 6823억원으로, 전체 합산 취급액의 79%에 달할 정도다. 롯데카드 팩토링대출 취급액은 자기자본 대비로도 19.2%에 달한다.
롯데카드 외에 신한카드가 지난 3월 말 기준 1174억원(잔액기준), KB국민카드가 600억원 정도씩 취급하고 있다.
특정 가맹점에서만 사용하도록 발급된 법인회원 신용카드인 구매전용카드도 롯데카드가 취급액이 가장 많다. 지난 3월 말 롯데카드 구매카드 취급액 잔액은 2989억원으로, 전체 카드사 합산취급액 9099억원의 33%에 달한다.
롯데카드는 특히 최대주주 특수관계자들의 구매카드 취급액이 많다. 지난 3월 말 기준 홈플러스 600억원, 네파 400억원, 딜라이브 120억원 등이다. 이들 3사는 모두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다. 이 중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600억원 전액이 부실 처리됐다.
한기평은 롯데카드는 팩토링/구매카드 뿐 아니라 부동산PF나 대체투자 등 다른 위험자산들도 신한카드와 함께 가장 활발히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카드는 부동산관련 대출비중이 높다. 작년 말 비카드대출채권은 1.8조원으로 영업자산의 8.6%를 차지했다. 이 중 PF대출은 (과거보다) 빠르게 축소, 작년 말 7320억원까지 줄어 들었으나 축소 과정에서 일정 수준 손실 인식도 불가피하다고 한기평은 밝혔다.
전체 영업자산 중 이같은 신위험자산 합산의 비중을 보면 롯데카드가 15.8%로 가장 높다. 롯데카드 다음으로는 신한카드(12%), 현대카드(10.2%), 하나카드(6.6%), 우리카드(6.5%) 순이다.
카드사 주요 자산별 현안및 리스크(한기평 정리)
한기평은 카드사의 전통 위험 자산인 카드론의 위험조정이익률로 따져봐도 롯데카드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카드론 위험조정이익률이란 카드론 대출이자율에서 대손비용률(대출 부실화등에서 생긴 비용)과 조달금리를 빼서 구하는 수치로, 카드론의 실질이익률이라고 보면 된다.
한기평이 추정한 롯데카드의 2025년 카드론 평균위험조정이익률은 1.6%로, 카드사 평균 3.3%보다 한참 낮다. 롯데카드 다음으로 낮은 곳은 하나카드(2.4%), 현대카드(2.6%) 등으로 롯데카드와 격차가 적지 않다.
롯데카드 카드론의 위험조정이익률이 이처럼 유달리 낮은 것은 카드론 확대 속도 및 차주의 질과 관련이 많은 대손비용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기평은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 롯데카드 카드론 대손비용률은 7.8%에 달했다. 롯데카드 다음은 우리카드와 현대카드(각 5.8%), 하나카드와 삼성카드(각 5.7%) 순이다. 카드론에서도 롯데카드 부실이 가장 많다는 얘기다.
2025년 카드론 위험조정이익률 추정(한기평)
한기평은 카드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이처럼 롯데카드의 대규모 부실이 최근 속속 발생하고, 위험자산도 가장 많은 이유는, ▲ 실적 경쟁을 위한 무리한 마케팅 비용 지출 ▲ 카드론 확대를 위한 고금리 조달 ▲ 미흡한 대안자산 리스크 관리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부실 위험이 이렇게 큰데도 최근 수년간 왜 그렇게 덩치 키우기에 골몰했을까?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란 점, 그것도 최근 여러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MBK파트너스란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최대 목적은 인수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거나 기업 내용을 잘 포장해 엑시트(인수후 재매각)할 때 매각 가격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다.
과거 MBK는 성공한 엑시트 사례를 무수히 많이 만들어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자리에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실패 흑역사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홈플러스나 딜라이브, 네파 등이다.
홈플러스는 엑시트는 커녕 법정관리까지 갔다. 최근 청산위기에 몰리자 마지막 매각 시도 쪽으로 다시 가면서 초기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투자금 2.7조원도 모두 날릴 상황에까지 와 있다.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인수해 벌써 6년 째인 롯데카드도 3년 전부터 엑시트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계속 잘 안되고 있다. 바로 과다한 매각희망가 때문이다.
MBK는 2019년 컨소시움을 통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22년부터 매각에 나서면서 3조원을 롯데카드 몸값으로 책정했다. 올들어 다시 재개한 매각작업에서도 이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당연히 이 몸값이 문제다. 핀테크와의 경쟁 등으로 카드업종 자체가 준 사양업종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3조원은 너무 과하다는 반응들이다. 엑시트가 3년 이상 지지부진한 이유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 등 때문에 대규모 투자손실이나 평판 훼손이 심해지면서 롯데카드라도 성공시켜보자는 일종의 강박이 있는 것같다”면서 “다소간의 부실을 무릎 쓰고서라도 롯데카드 외형 확장에 골몰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