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김홍국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대표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JHJ 대표이사의 사실상 개인기업이자 하림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기업이랄 수 있는 에코캐피탈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달 30일 정기평가를 통해 에코캐피탈의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의 A3에서 A3-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하향조정 사유로는 업권내 시장지위가 낮은 가운데 위험자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사업안정성이 저하된 점, 투자금융자산의 실적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 자금조달구조 안정성이 열위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에코캐피탈은 원래 축산농가 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캐피탈사였다. 특히 하림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사료 등을 구매하는 축산농가들에 대한 대출을 많이 취급했다. 이 축산농가들은 영세했기 때문에 대출이 언제 부실해질지 모르는게 문제였다.

그래서 에코캐피탈 대출에는 축산농가들과 거래하는 하림 계열사들이 지급보증을 많이 서주었다. 정부의 축산농가장려정책 등도 영향을 주었다. 이 지급보증 덕에 에코캐피탈은 그동안 비교적 안전한 대출장사를 해올 수 있었다.

에코캐피탈의 영업자산 구성(한신평 정리)


하지만 몇 년전부터 축산농가들의 부실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다른 축산기업이나 금융기관들처럼 하림그룹도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 에코캐피탈에게는 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회사 사업 안정성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계열사 지급보증대출 비중이 2022년 말 48%에서 지난 3월 말에는 14%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비상이 걸린 에코캐피탈은 축산농가대출을 줄이고 외형 유지를 위해 대부업 대출이나 일반기업대출, 투자금융자산 투자 등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본에 비해 거액인 사모펀드 출자금이나 변동성이 높은 상장주식 투자 등을 많이 늘렸다.

이 때문에 소액-다건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다른 일반 캐피탈사들에 비해 투자금융자산 대비 위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투자금융자산 등 위험자산 비중은 2022년 말 24.8%에서 지난 3월 말 36.4%로 상승했다고 한신평은 밝혔다.

한신평은 이같은 위험자산 비중 확대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한신평은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과거에 취급했던 거액 투자금융자산의 회수가 지연되면서 이익안정성도 저하되었다고도 지적했다. 이 거액투자의 건당 투자금액은 이 회사 자기자본의 20~25% 수준에 달한다고 한신평은 설명했다.

에코캐피탈의 수익성및 수익성구조(한신평 정리)


한신평은 또 이 회사의 지난 3월 말 단기차입비중이 97.4%로 매우 높고, 그동안 재무안정성을 보완해주던 하림그룹 계열사들의 이 회사 기업어음 인수 규모도 2023년 전체 차입금의 33%에서 지난 3월 말 16.5%로 크게 떨어진 점도 우려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그룹 오너 2세의 회사라지만 그동안 이 회사를 지탱해주었던 그룹의 각종 지원이 이렇게 많이 줄어든 만큼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에코캐피탈은 외형만 보면 평범한 중소기업 수준이다. 작년 말 자산이 2760억원, 자본총계가 727억원 정도이고, 주수익이라고 볼 수 있는 이자수익은 132억원, 수수료수익은 2.3억원, 배당금수익이 4.5억원, 금융상품관련기타수익이 6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올린 영업이익이 19억원, 당기순익이 16억원이었다. 총자산의 63%가 대출채권(1735억원)인데, 한신평 설명처럼 대출채권 잔액은 2023년 말 1975억원에서 1년 사이에 2백억원 이상 줄었다.

이 평범한 중소기업이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 회사의 100% 주주가 과거 일감몰아주기나 편법 승계 문제로 뉴스에 자주 등장했던 올품이기 때문이다. 올품의 100% 주주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대표(33)다.

올품은 100% 종속 자회사로 에코캐피탈 말고 한국바이오텍이란 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최근 주주현황을 보면 김홍국 회장이 21.1%로 최대주주이지만 김준영 대표 회사들인 한국바이오텍과 올품, 에코캐피탈도 각 16.69%, 5.78%, 0.24%씩 갖고 있다.

김준영 계열 3사 지분을 모두 합하면 22.71%로, 김 회장 지분보다 약간 더 많다. 이 때문에 “하림그룹은 김 회장 나이가 아직 70세가 안됐고, 경영권도 김 회장이 여전히 확고하게 가지고있지만 그룹 최대주주 자리는 이미 2세 승계가 사실상 반 이상 끝났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에코캐피탈의 유동성추이(한신평 정리)

아무튼 에코캐피탈은 한국바이오텍, 올품과 함께 자산순위 재계 30위인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언젠가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오너 2세의 사실상 개인회사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런 ‘황태자 기업’이 신용등급 하향조정이라는 수모까지 당하는 걸 하림그룹이 왜 방치했을까 하는 의문이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다. 왠만한 대그룹이라면 이런 특수(?) 기업은 그룹이 나서 특별관리(?)하는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현근 에코캐피탈 대표는 "한신평의 등급 조정 자체가 우리측이 아무리 설명해도 잘 받아주지 않는 등 애초부터 무리한 평가였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거액 투자를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신평 지적에 대해선 "롯데손해보험과 바디프렌드 인수 때 펀드 LP자격으로 2백억원 투자한 것이고, 부실이 날 우려가 거의 없는 사실상 우량 투자"라고 주장했다.

위험 금융자산 투자가 많아졌다는 한신평 주장에 대해서도 "대부분 우량기업 주식투자나 사모펀드 출자 등으로, 특히 주식투자에선 올 상반기 많은 수익이 나 올 상반기 좋은 실적을 올렸다"면서 "올 상반기 투자실적을 제시해도 한신평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계열사들이 지급보증 등을 줄인 것에 대해서도 "일부 축산농가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있어 우리 그룹 뿐 아니라 다른 일반 금융기관 대출에서도 지급보증 등이 많이 줄었다"며 "하림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축산농가와 축산기업및 금융기관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림지주 주요 종속자회사들의 2024년 경영실적(하림지주 사업보고서)

김홍국 회장은 지난 2012년 하림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한국썸벧판매(현 올품) 지분 100%를 장남인 김 대표에게 증여한 바 있다. 김 대표의 당시 나이는 20살이었다. 이후 하림그룹 계열사들은 동물약품 고가 매입, 사료첨가제 중간마진 거래, 올품 주식 저가 매각 등으로 올품에게 많은 이익을 제공했다.

결국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갔고, 공정위는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과 일감몰아주기, 변칙 증여 등을 통해 결국 김 대표에 대한 변칙승계를 가능하게 했다고 보고 2021년 하림 계열사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49억원의 과징금을 때렸다. 하림은 소송으로 대응했지만 대법에서 결국 최종패소했다. 당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도 벌어졌지만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과거 이력 때문에 에코캐피탈에 대한 계열사들의 지급보증이나 어음인수 등도 공정위가 마음 먹고 달려들면 또 걸려들 수도 있는 사안들일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하림 계열사들도 지급보증 등을 확 줄인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장 대표는 "공정위의 올품 조사 당시 에코캐피탈도 엄청 많은 조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나온것이 거의 없었다"면서 "지급보증 축소 등은 공정위 때문이 아니라 축산농가대출 부실우려 때문에 하림뿐 아니라 전 업계가 같이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준영 대표는 25세 때인 2018년 하림지주에 입사,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나 2021년 올품에 대한 공정위와 국세청 조사가 본격화되자 퇴사했다. 이후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때 공동투자했던 사모펀드 운영사 JKL파트너스에 입사해 해운업 투자업무 등을 담당하다 작년 말 다시 퇴사했다.

JKL파트너스 재직 당시 하림과 이 사모펀드의 HMM 공동인수 작업을 김대표가 직접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인수는 실패했다. 김 대표는 JKL파트너스 퇴사 후 지난 2월부터 팬오션 경영기획실의 투자기획팀 책임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팬오션은 현재 하림그룹에서 덩치가 가장 크고 이익도 가장 많이 내는 새 주력기업이자 그룹 캐시카우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김 대표가 4년 만에 주력 계열사로 복귀해 경영수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 말고도 몇 년 전부터 하림그룹 부동산 관리회사인 JHJ 대표이사와 NS홈쇼핑 사내이사, 그리고 이커머스 계열사인 글라이드의 사내이사 등도 맡고 있다.

하림그룹 소유지분도(공정위)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김 대표는 그룹지배구조 최상단기업인 올품 지분 100%와 종속 자회사 2개를 통해 현재 그룹 지주사 하림지주의 사실상 최대주주다. 이외 JHJ 지분 25%, 계열사 지포레 지분 25%, 농업회사법인 익산 지분 11%도 갖고 있다.

김 회장에게는 김대표 외에 김주영, 김현영, 김지영씨 등 세 명의 딸들도 있다. 이 세 사람은 JHJ 지분을 각 25%씩, 지포레 지분은 25~30%씩 갖고 있다. 하림지주 지분은 김주영, 김현영씨가 0.01%도 안되는 4381주씩만 갖고 있다. 이걸로 보아선 그룹 경영권을 딸이 아닌 장남 김 대표에게 물려주겠다는 김 회장의 뜻이 강해 보인다.

다만 김 대표가 아버지에게 경영수업 기간 중 어떤 경영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가 변수다. 과거 김 회장이 “아무리 자녀들이라도 능력이 안되면 능력이 뛰어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JKL파트너스 재직시 HMM 인수를 성공시켰더라면 홈런을 쳤을텐데, 그게 실패해 많이 아쉬웠을 것”이라며 “이 와중에 자기 기업인 에코캐피탈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것은 다시 경영수업에 복귀한 김 대표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