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주관업무를 많이 맡는 서울 여의도 증권사들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국내 최고신용등급 기업인 KB국민은행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최근 연 2.43%까지 떨어지고 왠만한 우량 대기업들도 2%대 후반~3%대 초반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고 있는 반면 아직도 5%가 훨씬 넘는 고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는 만기가 길어 보통 회사채보다 1~2% 정도 발행금리가 높은 편인데, 흥국화재처럼 올 상반기 중에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가 6%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 중 발행금리가 6%를 넘었던 기업들은 HL D&I(7.2%), JTBC(6.7%), SLL중앙(6.6%) 등이다.
신용등급 BBB+급인 HL D&I는 지난 1월24일 다른 많은 건설사들이 회사채 시장 등장을 계속 망설이고 있을 때 용감하게 발행에 나섰다가 이런 고금리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고금리 덕분인지 수요예측에선 3.83대1(1.5년물)로 예상외 호조를 보였다.
고금리 부담과 평판 하락 우려 등 때문에 작년 이후 회사채 시장 접근 자체를 아직 꺼리고 있는 다른 많은 건설사들에 비하면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에 900억원 발행에 다시 도전, 1월보다 많이 낮아진 금리와 높아진 수요예측 경쟁률로 발행을 성공시켰다.
중앙그룹 계열사들인 JTBC와 SLL중앙은 과거부터도 고금리 회사채를 자주 발행하던 곳들이다.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금리가 5%를 넘었던 기업들로는 롯데건설(5.9%), 한국토지신탁(5.859%), 이지스자산운용(5.715%), 삼척블루파워(5.625%), 한국자산신탁(5.619%), 에코프로(5.2%), 애큐온캐피탈(5.135%), 동화기업(5.1%), 두산퓨얼셀(5.068%) 등이 있다. 현재 업황이 극히 좋지 않는 건설 및 부동산경기나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많다.
롯데건설, 한국자산신탁, 에코프로, 애큐온캐피탈 등은 모두 신용등급 A0, 이지스자산운용, 한국토지신탁, 동화기업 등은 모두 신용등급이 A-급 기업들이었는데 이렇게 발행금리가 높았다.
특히 롯데건설의 경우 신용등급이 최근 A+에서 A0로 강등된 후 지난달 30일 첫 회사채 발행에 도전했다. 하지만 1년물 650억원, 1.5년물 450억원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모두 0로, 전량 미매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롯데건설은 총액인수 계약에 따라 증권사들이 물량 전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인수단은 할인매각 방식으로 시장에서 물량을 나눠 파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약간이라도 미달사태를 겪은 곳은 롯데건설 말고도 이마트, 효성티앤씨, 하림지주, LS엠트론, 두산퓨얼셀, SLL중앙 등도 있다.
신용등급 AA-급인 이마트는 지난 2월26일 회사채 발행에서 2, 3, 5년물은 인기리에 다 팔렸으나 7년물만 500억원 모집에 350억원만 응모, 수요예측 미달사태를 겪었다. 효성티앤씨(A+급, 납입기일 2월24일)도 2년물은 3대1이상의 경쟁률이었으나 3년물만 600억원에 모집에 400억원 응모했다.
A-급인 하림지주(4월9일)의 경우 1.5년물은 700억원 모집에 888억원이 응모, 간신히 미달을 면했으나 2년물은 500억원 모집에 400억원 응모에 그쳤다. 당시 발행금리도 각각 4.125%와 4.211%여서 자산순위 재계 30위 정도 그룹의 지주사치고는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박한 대우를 받는다는 평가를 들었다.
반면 조선경기가 호황세인 한화오션은 지난 2월19일 회사채 발행때 민평수익률(민간채권평가 4사 평균평가수익률) 5.908%보다 휠씬 낮은 4.093% 발행금리 대우를 받기도 했다.
한편 올 상반기 중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한 금융지주사들과 금융회사들의 발행금리는 대부분 3~4%대였다.
하지만 지난 3월21일 2천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흥국화재(A-)의 발행금리는 6.1%에 달했다. 수요예측에서도 0.51대1로, 미달 사태를 겪었다. 흥국화재 다음으로 발행금리가 높았던 곳은 ABL생명보험(A0, 3월26일)으로 5.7% 발행금리에 역시 수요예측 경쟁률도 0.73대1로 미달이었다.
메리츠캐피탈(A- 6월30일 신종자본증권 5.39%), DB생명(A+ 2월14일 후순위채 5.03%), 흥국생명(AA- 2월28일 후순위채 4.8%), 한화손보(AA- 1월31일 후순위채 4.79%), 메리츠금융지주 (A+ 4월3일 신종자본증권 4.7%), 한화생명(AA0 3월26일 신종자본증권 4.61%) 등도 경쟁 금융사들에 비해 발행금리가 높은 편이었다.
KB금융지주(신종자본증권), CJ CGV(신종자본증권) 등은 흥국화재(신종자본증권), ABL생보(후순위채) 등과 함께 수요예측에서 미달사태를 겪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1월22일 발행한 영구채(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 4050억원의 수요예측에 3740억원만 응모, 0.92대1을 기록했다. 만기가 없는 영구채인데도 금리(4%) 메리트도 약했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만기가 긴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을 목적으로, 자본보강이 필요한 금융지주나 은행, 보험사 등이 많이 발행한다. 하지만 정상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정도로 업황이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일반 대기업들도 고금리를 무릎쓰고 이따끔씩 발행한다. CJ CGV가 그런 케이스다.
BBB+급인 이 회사는 지난 5월29일 400억원의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공모희망금리 연 5.8~6.1%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하지만 100억원만 응모, 경쟁률 0.25대1에 그쳤다. 결국 최종발행금리는 밴드 최상한인 6.1%로 결정됐다.
신종자본증권 특성상 실제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위험은 BBB 수준이라는 점도 외면의 배경이 됐다. 주관사단 내부에선 시기를 조율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발행사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올 상반기에는 회사채 발행이 비교적 활발했지만 하반기 회사채 발행시장 수급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월은 전통적인 채권시장 비수기로 꼽히고, 3분기 중 추경안 통과 시 대규모 국채 발행도 예고돼 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이후 BBB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개인 투자자 심리도 위축돼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리테일 고객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며 "산업은행이나 연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나서 투자해준다는 기대가 있어야 비우량채 시장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