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조사 대상에 첫 포함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일거에 3위에 진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범보수 후보들 중 양자 격차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전 민주당대표가 48.8%로 1위, 김문수 전 장관이 10.9%로 2위, 한 대행이 8.6%로 3위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2%), 홍준표 전 대구시장(5.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3%),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2.7%), 오세훈 서울시장(2.6%),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2.4%), 김경수 전 경남지사(1.3%), 김동연 경기지사(1.2%),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0.9%) 순이다.
그동안 범보수 진영 선호도 1위를 기록해왔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전히 전체 2위, 범보수 진영 1위였으나 직전 조사(3월4주차) 대비 선호도가 5.4%포인트(p)나 급락했다. 반면 한덕수 대행은 조사 대상에 처음 포함됐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3위에 깜짝 랭크됐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 화제를 모으고, 국민의힘 주류 의원들이 집단으로 밀고 있다는 ‘한덕수 차출론’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재명 전 대표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0.7%포인트 떨어졌다. 이번 여론 조사 직후인 지난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시장도 2.2%p나 하락했으며, 홍준표 전 시장(1.9%p↓), 한동훈 전 대표(0.5%p↓) 등도 모두 직전 조사보다 선호도가 하락했다.
여권과 야권 주자들 간의 지지율 합계를 보면 야권 후보는 직전 조사와 변동이 없는 55.1%로 집계됐다. 여권 후보는 2.0%포인트 증가한 38.6%를 기록, 여야 후보 간 격차가 18.5%포인트에서 16.5%포인트로 좁혀졌다.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
대선주자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이재명 전 대표가 구여권 주자 5인과의 대결 구도에서 26∼35%p 차이를 보이며 여전히 모두 우위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한 권한대행(54.2% 대 27.6%)과는 26.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김 전 장관(54.3% 대 25.3%)과는 29.0%p, 홍 전 시장(54.4% 대 22.5%)과는 31.9%p, 한 전 대표(54.0% 대 18.3%)와는 35.7%p의 차이로 각각 우세했다. 구 여권주자들 중에서는 처음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권한대행과의 격차가 가장 적었다.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가 52.2%였고, 김 경기지사 11.7%, 김 전 의원 4.0%, 김 전 경남지사 3.7%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이 전 대표 지지율이 93.7%로, 압도적이었다.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김 전 장관이 17.8%였고, 유 전 의원 14.3%, 한 전 대표 9.8%, 한 권한대행 8.8%, 홍 전 시장 7.7%, 안 의원 6.3%, 유정복 인천시장 0.9%, 이철우 경북지사 0.7%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선 김 전 장관 지지율이 32.7%였고, 한 권한대행 19.2%, 한 전 대표 16.1%, 홍 전 시장 13.7% 순이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6.7%, 국민의힘 33.1%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민주당 지지도는 1.9%p 오르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2.6%p 하락했다. 양당 간 격차는 13.6%p로 전주보다 4.5%p 더 격차가 벌어지며 3주 연속 오차범위 밖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에서는 정권 교체가 58.7%, 정권 연장은 35.3%였다. 6.0%는 의견을 유보했다. 직전 조사 대비 정권 교체 여론은 1.8%p 상승했고, 정권 연장 여론은 1.7%p 하락했다. 정권 교체론은 7주 연속 오차범위 밖에서 정권 연장론을 앞서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권교체가 우세한 가운데,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정권교체가 51.1%로 연장(43.6%)을 앞섰다. 대구·경북(TK)에서만 정권연장이 50.9%으로 정권교체(44.5%)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응답률은 4.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14일에도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정 운영과 대선 관리에 전념하겠다는 의중을 다시 시사했으나 여전히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덕수 차출론’ 고조에 여론조사 지지도도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으나 출마설에 대한 입장은 아직 명확하게 공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대행 출마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보수 진영 후보와 일대일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이미 거론하고 있다. .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일은 내달 3일, 출마를 위한 공직자의 최종 사퇴 시한은 하루 뒤인 4일이어서 아직 시간적 여유도 있다.
이런 상왕이 벌어지자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한 대행의 애매한 태도와 일부 의원들의 출마론을 싸잡아 벌써부터 비판을 가하고 있다.
홍준표 전 시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분을 출마시킨다는 것자체가 상식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SBS 라디오에서 "경선의 김을 빼는 것 자체는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