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박지훈 기자

국내 최대의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강남권역(GBD) 핵심 자산인 ‘두산건설 논현 사옥’ 매각에 나선다. 지난 2020년 인수 후 5년여 만의 엑시트 시도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예상된다. 다만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핵심 임차인인 두산건설과의 임대차 계약이 3년 남짓 남아 있다는 점은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두산건설 논현 사옥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자문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두산건설 논현 사옥은 논현동 105-7번지 일대, 전체 연면적 3만9874㎡ 규모로 지하 4층~지상 20층으로 구성된 중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지상 7층부터 20층까지 총 79.95%(3만1877.7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0.05%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오리콤이 소유 중이다. 부분소유 형태로 인해 매각 및 향후 자산 운용 전략에 있어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한 구조다.

이 자산은 당초 두산건설이 소유했으나, 2013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하나대체투자운용에 매각하면서 15년 책임임차 조건과 6년 후 우선매수권을 포함하는 계약 구조가 설정됐다.

이후 2020년 하나대체투자운용이 엑시트(매각)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블루코브자산운용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블루코브자산운용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인수가 무산되면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차순위 협상자로 낙점,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당시 3.3㎡(1평)당 2450만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고, 이는 블루코브자산운용이 제시한 가격(3.3㎡당 2570만원)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연면적 기준 총 매매가로는 약 100억원이 벌어지지만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엑시트를 단행했다.

논현동 105-7번지 일대에 위치한 두산건설 논현 사옥. ⓒ사진=두산건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GBD 오피스 시장의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오피스 시장 내 ‘코어(Core) 자산’ 선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은 입지, 규모, 브랜드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매물로 평가된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만한 변수도 존재한다. 핵심 임차인인 두산건설과의 마스터리스 계약은 2028년에 종료될 예정이며, 계약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임대수익 안정성이 펀드의 운용 수익률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실수요자와 금융투자자 모두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리스크는 부분소유 구조다. 일반적으로 리뉴얼이나 리포지셔닝 등 밸류애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소유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추가 협상이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 회수 전략 수립 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입지나 물리적 자산 스펙은 매력적이지만, 실질적인 밸류업 여력은 제약이 있는 구조”라며 “현재와 같은 금리 환경에선 임차인의 계약 안정성이나 구조적 리스크가 프라이싱에 민감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은 동시에 이지스자산운용 입장에서도 ‘실현 가능한 수익’을 점검받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앞서 이지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해당 자산을 인수했으며, 이후 강남권 오피스 시장의 회복과 자산 가치 상승에 기대를 걸어왔다.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면, 2013년 하나대체투자운용이 약 1400억원에 매입해 2020년 이지스자산운용(매입가 2362억)에 팔았던 자산이 11년 만에 시장에 다시 등장하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선 해당 거래가 성사될 경우, GBD를 포함한 프라임급 오피스 자산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매입 시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강남권 내 중대형급 거래가 뚝 끊긴 상황에서 이번 매각 결과는 후속 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전략과 매수자의 인수 구조가 어떻게 맞물릴지, 그리고 시장의 ‘가격 수용선’이 어디까지 형성될지가 관건이다. GBD 오피스 시장의 투자 지형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