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그룹 로고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정부-여당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이 그 전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온그룹은 지난 10일 보유 자사주 전량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무상 출연한다고 공시했다.

11일 공시 내용에 따르면 무상 출연하는 자사주는 모두 134만9258주(지분율 7.48%)로, 가온그룹이 보유하는 자사주 전량이다. 출연 자사주를 시가로 환산하면 55.72억원에 달한다. 출연일은 11일이다.

가온그룹은 가온그룹(주) 및 가온브로드밴드 직원들의 복리 증진을 지원할 근로복지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자사주 전량을 출연한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장기 복지재원은 보유 자사주의 배당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하면 의결권이나 배당이 없지만 근로복지기금 등 타인에 넘기면 의결권이나 배당이 모두 살아난다.

가온그룹은 또 이 자사주 출연은 신주 발행을 수반하지 않고, 총발행주식수에도 변동이 없어 시장에서 실질적인 주식가치 희석효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기금이 배당 수익을 위해 매각하지 않고 장기 보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당장 시장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온그룹의 자사주처분 공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새 정부가 올 가을 정기국회 기간 중에 자사주 소각의무화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8월 이후 자사주 보유가 많은 상장사들이 그 전에 어떻게 든 자사주를 처분해버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정부의 입법취지대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도 많았지만 상당수 상장사들은 자사주의 장외매각이나 장내매각,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우호기업과의 자사주 맞교환 등의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했다. 회사 돈을 들여 사놓은 자사주를 강제소각 당하느니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거나 유사시 백기사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들이었다.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 인센티브용으로 지급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유공 임직원들에 대한 격려나 자극이 필요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이 주로 이 케이스들이다.

가온그룹처럼 보유 자사주 전량을 아예 근로복지기금에 무상출연한 사례는 지난 8월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정부 입법취지대로 소각은 아니지만 근로자 복지용이고, 또 매각이 아닌 장기보유용이어서 정부도 이런 취지는 찬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가온그룹은 AI 솔루션, OTT, 네트워크 디바이스 및 통합 솔루션 등의 제조판매업체다. OTT 사업과 AI 솔루션이 결합된 AI 디바이스가 주력이다. 종속 자회사들로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장비개발업체인 가온브로드밴드와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케이퓨터테크 등이 있다. 케이퓨터테크는 최근 로봇 통합 플랫폼, XR(확장현실), 네트워크 솔루션 등의 신사업도 추진중이다.

가온그룹의 최대주주및 특수관계인 현황


삼성전자 종합연구소 출신인 임화섭 전 회장이 창업했다. 임 전 회장은 지난 9월 별세했고, 지금은 2세인 임동연 대표이사가 지분율 14.32%(6월말 기준)로 최대주주다. 작년말 기준 소액주주 비율이 84%에 달한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적어 보완용으로 자사주를 많이 보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자사주를 전량 근로복지기금에 무상출연함으로써 오너일가 우호주 역할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의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연결 매출은 37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당기손익은 –8.47억원으로 아직 적자이지만 전년동기보다 적자규모가 98%나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