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정부-여당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전에 보유 자사주를 어떻게든 처분하려는 상장기업들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삼진제약과 일성아이에스는 보유 자사주 일부를 서로 맞교환 보유한다고 5일 공시했다. 삼진제약은 40만주(지분율 2.88%), 일성아이에스는 34만6374주(2.6%)씩의 자사주를 상대방에 처분한다. 5일 종가기준 삼진제약은 주당 19700원, 일성아이에스는 주당 22750원씩 똑같이 78.8억원씩이다. 6일 정규 장 시작 전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게 된다.

삼진제약의 자사주 맞교환 공시


자사주는 발행사가 보유하면 의결권이나 배당이 없지만 다른 곳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이때문에 기업들이 유사시 백기사나 우호지분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 맞교환을 가끔씩 한다.

하지만 삼진제약과 일성아이에스는 상호간 유통판매 및 제품 생산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자사주를 상호교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상 전략적 제휴를 위한 교환이라는 것이다.

이 처분 전 자사주 보유량은 삼진제약이 164만2225주 11.81%, 일성아이에스는 648만4327주 48.75%였다. 삼진제약도 자사주가 많지만 특히 일성아이에스의 자사주 지분율은 재계 최상위권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일신방직과 경방, 9월29일에는 광동제약과 삼화왕관-금비간의 자사주 맞교환 보유 공시가 있었다.

일성아이에스의 자사주 맞교환 공시


지난달 20일부터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공시 감독이 크게 강화되자 자사주를 아예 매각해버리거나 임직원 인센티브용으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많다.

켐트로닉스는 5일 보유 자사주 전량 2.56%(42만8915주)를 주당 42500원, 182억원에 외국인기관에 매각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예정일은 6일이고, 매각 목적은 신규사업 관련 투자재원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후성그룹 계열사들인 후성과 퍼스텍은 지난달 30일 보유 자사주 각각 94주(82만원)및 17만7101주(지분율 0.36% 8.46억원)를 지주사인 후성홀딩스에 장외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목적은 각각 재무구조개선용 및 경영상 목적 달성이라고 밝혔다.

인바디도 지난달 29일 자사주 8.5% 114만5875주를 네이버에 주당 28350원 325억원에 장외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보다 2.7% 할인된 가격이었다. 처분 목적은 네이버와의 글로벌 헬스케어사업 협력 강화라고 설명했다. 처분 전 이 회사 자사주는 9.6% 128만8627주였다. 자사주를 1.1%만 남기고 네이버에 대거 처분하는 셈이었다.

유티아이도 지난달 28일 보유 자사주 전량 1.3%(25만5201주)를 주당 22895원 58.4억원에 NH투자증권에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목적은 신규사업 투자재원 확보용이라고 밝혔다.

하이젠알앤엠(10월20일), 애니플러스(10월20일), RF머티리얼즈(10월21일), 한스바이오매드(10월24일), 아이즈비전(10월27일) 등도 금감원의 자사주 EB 공시규제가 시작된 10월20일 이후 자사주 매각 쪽으로 눈을 돌린 기업들이다.

이 중 RF머티리얼즈와 아이즈비전은 보유 자사주 전량을 이번에 모두 매각 처분했다. 정부 당국이나 투자자들의 압력 또는 눈치에 정면으로 맞선 기업들이라고 볼 수 있다.

켐트로닉스의 보유 자사주 전량 매각 공시


회사 돈으로 사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려니 어딘가 아깝고, 그렇다고 매각이나 맞교환하려니 정부나 투자자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은 이 기회에 임직원 인센티브용으로 자사주를 많이 처분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 4일 임직원 스톡옵션 행사 교부용으로 자사주 2천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3일에는 스튜디오미르가 자사주 22031주를 임직원 상여금용으로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그룹 소속인 현대자동차(10월30일)와 기아(11월1일), 현대모비스(11월1일)는 임금 및 단체협상 결과에 따라 임직원 인센티브용으로 자사주를 임직원들에게 지급한다고 잇따라 공시했다.

해당 자사주 물량만 현대차가 보통주 110만2878주(0.1%)와 기타주 125만4420주(2.4%) 2845억원어치, 기아가 보통주 216만3918주(0.55%) 2514억원어치, 현대모비스가 보통주 20만5989주(0.2%) 632억원어치씩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30일 자사주 4790주를 개발과제를 달성한 임직원 인센티브로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10만500원 4.8억원어치다. 이 처분 전 삼성전자의 자사주 지분은 3.3%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장기성과급 행사에 따른 주식보수 지급(1명)과 기업가치 연계 보상용(3330명)으로 임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모두 31755주 165억원어치다.

코칩의 자사주 처분 내용


칩셀카본 및 MLCC(적층형 세라믹키패시터) 제조업체인 코칩은 보유 자사주 1만5000주(2.08억원)를 아예 오너 일가에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용으로 지급한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하기도 했다. 지급대상자는 핵심임원 손성원 이사로, 최대주주 손진형 대표이사의 아들이라고 설명했다.

RSU 운영 기준에 따라 핵심임원 보상 대상자로 이사회 승인을 얻었다고도 밝혔다. 이 회사의 이 처분 전 자사주는 57만4895주 6.76%였다.

이밖에 인텔리안테크(10월31일, 스톡그랜트), 한온시스템(10월29일), 대한제강(10월28일), 하이젠알앤엠(10월27일 스톡옵션), 원티드랩(10월24일), 에코프로(10월21일), 에코프로에이치엔(10월20일), 에코프로비엠(10월20일) 등도 지난달 20일 이후 임직원 상여 또는 인센티브용으로 자사주 지급을 공시했다.

반면 정부 의도대로, 또는 자사주 취득의 원래 취지에 맞게 이 기회에 보유 자사주를 원칙대로 소각해버리는 기업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5일에만 헥토이노베이션(13만1246주, 20억원)과 선바이오(12만주 10억원) 2개사가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지난 4일에도 대한제강(50만주 76억원)과 디케이앤디(66만3685주 21.46억원) 2곳이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도 지난달 31일 자사주 인센티브 지급과 함께 각각 337만6272주(3230억원), 106만주씩의 자사주 소각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이나 임직원 인센티브지급 같은 것은 아무래도 정부가 가장 희망하는 조치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 10월20일 이후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곳으로는 에스앤에스텍(10월29일), 백산(10월27일), NHN(10월23일), 앱코(10월20일) 등이 더 있다.

테스의 자사주 처분내용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사실상의 ‘꼼수’로 보고 10월20일부터 금감원이 자사주 EB 공시 규제를 크게 강화했음에도 이에 아랑곳 없이 자사주 EB발행을 공시한 기업도 7곳에 달했다. 광동제약(10월20일), 테스(10월22일), 바이넥스(10월28일), 신성에스티(10월29일), 에스피시스템스(10월31일), 비나텍(10월31일), 제이앤티씨(11월3일) 등이다.

이 중 광동제약은 금감원이 공시정정 요구를 하자 즉각 EB 발행을 철회했다. 테스는 2번이나 공시를 정정한 후 예정대로 발행을 강행했다. 비나텍은 공시 정정없이 예정대로 발행을 완료했다. 신성에스티와 바이넥스는 각각 한차례씩 정정공시를 냈다. 에스피시스템스와 제이앤티씨는 아직 정정공시가 없는 상태다.

지난 7월 투자자 등의 반발과 소송으로 자사주 EB 발행을 보류했던 태광산업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했다. 하지만 추가논의가 필요해 11월내에 최종결정을 목표로 재검토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27일 첫 공시 때 태광산업은 자사주 보유전량 27만1769주 24.41%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려 했었다. 타법인 인수자금과 시설자금 등으로 자금소요는 많은데,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계속 고민하는 기색으로 볼 수 있다.

지난 8월 이후 5일 현재까지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을 공시한 기업은 모두 50개사에 달한다. 이 중 9월15일 이후 발행 공시만 34곳에 이를 정도로 9월 하순에 성황(?)을 이루었으나 금감원의 규제 이후는 확실히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

예상대로 올 정기국회 기간 중에 자사주 강제소각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예상돼 법 시행 전 자사주 처분 시간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자사주 보유기업들의 고민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