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외환당국의 전방위적 고강도 대응에도 1500원선에 계속 육박해가던 원/달러 환율이 24일 갑자기 34원이나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3.8원 떨어진 144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2년 11월 11일 미국 긴축 완화 기대에 59.1원 하락한 후 3년1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올해 11월 6일 1447.7원 이후 첫 1440원대기도 하다.
이날 환율은 1.3원 오른 1,484.9원에 출발하며 지난 4월 기록한 연고점(주간거래 종가 1,484.1원. 장중 고가 1,487.6원)을 위협했다. 하지만 개장 직후 외환당국이 강도 높은 구두개입 발언을 내놓자 20원 가까이 수직 하락했다. 이후로도 계속 낙폭을 키워 주간 거래 마감 무렵에는 1,449.3원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이달들어 최근 거의 매일 환율대책을 발표해왔으나, 1470원대 밑으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문에 이날 나온 정부의 어떤 발언이나 대책 때문에 환율이 직격탄을 맞은지에 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돌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날 오전 개장 전 언론에 보기드문 강한 톤으로 발언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는 관측이 일단 많다. 김 실장은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재 외환시장 상황을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뜻하는 여울목에 빗대면서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 대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환당국은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 이름의 공동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구두개입 발언을 내놨다.
이어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또 최근 환율 상승 주 요인으로 꼽히는 '서학개미'들을 한국 주식시장으로 유도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개인투자자가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20% 감면해주고,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수입배당금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는게 줄거리다.
오전에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략적 환 헤지를 개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200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전장보다 8.70포인트(0.21%) 내린 4,108.62에 마감했다.
달러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도움이 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0.14% 내린 97.812다.
연말 환율 종가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외환당국이 고점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의 후속 대책과 시장개입 등과 함께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경계도 환율 상단을 제약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