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공시 규제가 크게 강화된 가운데 코스닥 상장 교육전문기업인 아이스크림미디어는 EB 매입자의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금지 같은 발행조건까지 붙여가며 EB 발행을 강행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보유 자사주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하는 제1회 사모 교환사채 119.67억원을 오는 14일을 납일일로 발행한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차입금 0로 유명한 이 회사의 첫 사모 EB 뱔행이다.
교환대상이 될 자사주는 59만8969주(지분율 4.5%)로,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이번에 EB로 처분한다. 교환가격은 주당 19980원으로, 지난 5일 종가보다 15% 할증된 금액이다. 표면이자율이나 만기 금리 모두 0%이며, 만기는 2030년.
30개월 후부터 EB 매입자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도 가능하다. 교환비율은 100%, 교환청구는 오는 21일부터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일부터 자사주 기반 EB 발행의 공시요건을 크게 강화했다. 정부-여당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개정을 추진하자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각이나 EB발행 등의 방법으로 소각 의무화 전 자사주 처분을 강행하고 있는데, 이 중 자사주 EB 발행 억제를 위해 공시 요건부터 강화한 것이다.
자사주 EB 발행을 변칙 지분매각 또는 일종의 ‘꼼수 자사주 탈출’로 간주한 조치다. 이때문에 지난 8월 이후 10월20일 이전까지 43개사에 달했던 자사주 EB 발행은 10월20일 이후 8곳으로 크게 줄었다. 광동제약은 금감원이 공시 정정을 요구하자 발행 자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있는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왜 이 시점에 자사주 EB를 발행해야하는지부터 이날 자세하게 같이 공시했다.
특히 투자자 보호 및 최근 강화된 '자기주식 처분 관련 규제'의 취지(편법적 지분 매각 방지)를 완벽하게 준수하기 위해, 이번 EB의 인수인('티아이피엠디엠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과 '다층적 매각 제한'에 관한 사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인수계약서에 "인수인이 본 사채를 주식으로 교환할 경우, 교환된 주식을 정규시장에서 장내매매만을 통해 매도하며, 특정인을 매수인으로 지정해 거래하는 장외거래 등(시간외매매시장에서의 블록딜(Block Deal) 방식 등을 모두 포함)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또 이번 EB 발행 목적은 'AI 등 신기술, 교육, 에듀테크 사업 등을 하는 벤처 기업 또는 그러한 산업에 주로 투자하는 전문 펀드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차입경영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신규차입은 어렵고, 보유현금(651억원)도 AI디지털 교과서 개발 등에 이미 배정되어 있어 부득이 자사주를 활용한 EB를 발행한다고도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 금감원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0일 이후 자사주 EB발행을 강행한 8개 기업들 중 광동제약은 정정공시 요구에 발행을 아예 철회했고, 테스는 2번의 정정공시 후 발행을 강행했다. 비나텍은 공시정정을 요구받지 않고 발행을 완료했다.
신성에스티와 바이넥스는 1차 정정공시 후 6일 예정대로 발행을 완료했다. 에스피시스템스와 제이앤티씨는 정정공시도 아직 없고, 발행도 아직 완료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시공테크의 한 사업부로, 콘텐츠와 전시관련 영상소프트웨어 제작 및 검색소프트웨어 제작을 담당하던 중 2002년 디지털 콘텐츠 개발 및 서비스 전문업체로 분사하며 설립된 기업이다.
이후 국내 최초 에듀테크 기업으로 계속 발전, 650만건 이상의 교육용 콘텐츠를 보유하며 초등학교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수업 지원 플랫폼인 아이스크림S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약 90%의 초등교사가 이 회사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2022년부터는 아이스크림S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적 시너지가 높은 초등학교 교과서 출판업에도 진출, 진출 첫해인 2022년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교구 및 교자재 온라인 쇼핑몰인 아이스크림몰, 원격교육연수원인 아이스크림연수원 사업도 벌이고 있다.
올 상반기 별도 매출 780억원에 145억원 및 116억원씩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을 각각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도 양호하다. 무차입경영으로 유명할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공테크, 아이스크림에듀 등이 계열 상장사들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시공테크(26.61%)이고, 시공테크의 최대주주는 박기석 회장(40%)이다. 박 회장은 아이스크림미디어 지분 17.91%도 갖고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소액주주 비율은 29.2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