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본사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과거 ‘뻥튀기 상장’ 논란을 크게 일으켰던 코스닥 상장사 파두 경영진을 검찰이 기소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거래소는 파두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지부터 판단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파두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하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따라 19일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 관한 결정일까지 파두 주식매매거래는 정지된다.

거래소는 19일 파두 및 경영진에 대해 공소 제기된 내용을 검찰에 직접 확인한 결과 파두가 상장 심사와 관련해 제출한 서류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 거짓으고 기재되거나 누락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파두의 19일 공시


지난 18일 서울남부지검은 파두 경영진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파두 법인도 기소했다. 2023년 8월 코스닥시장 상장 과정에서 SK하이닉스 등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사실을 숨기고 공모가를 부풀린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요 거래처로부터 발주 중단을 통보받았음에도 거래소에 허위 매출 소명자료를 제출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혐의다.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등에도 발주 중단 사실을 누락하고 신규 거래처 매출 발생 가능성을 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파두는 상장 직전 2023년 연간 매출 자체 추정치를 1203억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공개된 그해 2분기 및 3분기 매출액은 각각 5900만원과 3억2천만원에 그쳐 뻥튀기 상장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2분기 매출은 그해 8월 상장 공모 당시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2023년 실제 연결 매출은 224.7억원에 그쳤다. 상장 첫 해부터 자신들이 제시한 매출 추정치의 18.7%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파두는 상장 당시 2024년에는 매출 3715억원에 영업이익 929억원, 2025년에는 매출 6195억원에 1856억원 달성이 각각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치도 제시했었다. 하지만 2024년 실제 매출은 435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커녕 9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 1~9월에도 매출은 685억원으로,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영업손익은 여전히 360억원 적자 상태다. 매출도 영업이익도 상장 당시 자체 전망치에 여전히 현격하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파두의 연결기준 재무상태표및 손익계산서 일부


파두의 기업공개(IPO)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 등도 현재 같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파두를 장내매수한 투자자들은 지난 11월6일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파두가 코스닥 상장을 위해 2023년 7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작성, 공시하면서 이를 거짓 기재해 주식을 공모 발행했고, 그 과정에서 NH투자증권은 거짓 기재에 적극 관여했다”며 “그로 인해 주가가 하락함으로써 입은 손해배상금을 청구한다”고 했다.

이 집단소송에는 파두 상장일인 2023년 8월 7일부터 그해 11월 8일 분기보고서 제출 전까지 파두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파두도 같은 이유로 장내매수 투자자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11월4일 파두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IPO 공모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입은 주주들은 이에 앞서 2024년 3월 파두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 형태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집단소송은 대표 당사자가 피해자집단를 대표해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승소할 경우 보상받을 수 있다.

파두 임원(사내이사) 진


파두는 SK텔레콤 융합기술원 반도체 연구원 출신인 남이현 현 대표(최고기술책임자)와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출신 이지효 대표(최고경영자)가 2015년 세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회사다. 핵심 제품은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사용되는 데이터 저장 장치 SSD(solid state drive) 컨트롤러다.

기술력을 앞세워 기술특례로 2023년 8월7일 코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추진 당시 큰 인기를 끌어 상장 공모가는 주당 3만1천원(액면가 100원)에 달했다. 그해 11월 초까지 3만4천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분기 실적이 첫 공개된 후 1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상장 2년4개월이 지난 19일 종가도 21250원이다. 여전히 상장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19일부터 당분간 거래정지에 거래소 심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까지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뻥튀기 상장’ 비판이 극에 달했던 2023년 말 당시 파두 측은 “낸드·SSD 시장 침체와 AI 강화를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렸다”며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당사 또한 그 규모와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2분기에 기존 고객 발주가 취소됐으나 이는 단기적인 재고 조정”이라며 “3분기부터는 다시 구매가 재개되고 여기에 신규 고객 수주가 더해진다면 큰 문제없이 3·4분기 실적이 달성되고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그해 4분기는 물론 2024년 이후 지금까지도 매출과 수익성은 상장 당시 전망치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상장 당시 2024년 이후 매출 목표를 크게 늘려 잡은 것은 오랜 거래처인 SK하이닉스에 파두가 컨트롤러를 공급하고, 하이닉스는 SSD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메타에 대량 납품한다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두 경영진과 SK하이닉스와의 오랜 거래 관계, 그때까지 입증된 파두의 기술력 등으로 볼 때 ‘무리는 아니다’라는 평가가 당시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대는 작년 이후 지금까지도 본격 실현되는 조짐이 아직 거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와 메타와의 거래가 아직도 본격화하지 않자 작년부터 거래선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컨트롤러만 파는게 아니라 완제품으로 만들어 팔다보니 매출이나 수익성이 당초 기대를 아직 못따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명단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벌어질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 관련, 형사소송이나 집단소송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파두 사태는 파두의 고객이 하이닉스와 메타가 전부였던 시기에 두 기업이 하필이면 상장 시점을 전후해 발주를 중단하면서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장 당시 파두가 이를 알고도 예상 실적을 발표했는지, 아니면 거래가 파두도 모르게 갑자기 끊긴 것인지가 현재 쟁점이다.

상장 2년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 기업과의 거래가 본격 재개되지 않는 것은 과거 주 고객 메타의 전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거나, 아니면 데이터센터 수요는 충분히 살아났는데도 파두 제품은 쓰지 않겠다는 쪽으로 메타가 선회했거나 등 둘 중 하나다.

미국 등 전세계 데이터센터 경기는 이미 폭발적으로 회복됐다는 보도 등을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단언은 어렵다.

파두의 SSD 컨트롤러 기술력이나 연구개발 인력 수준 등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한 평판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하이닉스와 메타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들이 언제든지 대형 발주를 재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럴 경우 파두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의 유망 기업일지라도 상장 당시 실제 돌아가던 상황을 고의적으로 숨기고 영업 전망을 너무 부풀려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긴게 사실로 판명된다면 문제는 크게 달라진다. 큰 지탄과 함께 엄중한 사법처리와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