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인천공항 면세점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지난 9월 호텔 신라에 이어 신세계그룹도 인천공항 일부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를 발표했다.

신세계그룹 면세점 업체인 신세계디에프는 내년 4월28일자로 인천공항점 면세사업권 2권역(DF2사업권)의 영업을 정지한다고 모기업인 신세계가 30일 공시했다. 영업정지로 영향을 입을 연간 매출은 4039억원으로, 작년 신세계 연결매출 6.57조원의 6.1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업권을 반납하는 DF2권역은 1터미널과 2터미널에 걸쳐 화장품과 향수, 주류, 담배 등을 판매해온 곳이다. 내년 4월27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그 후로는 문을 닫는다.

영업정지 사유는 영업을 지속할 경우 적자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면세사업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영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면세사업 철수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오히려 이 철수로)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점포의 효율적 운영을 통한 손익개선을 통해 재무구조 및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이 구역에서 철수하는 대신 남은 DF-4(패션-잡화) 구역과 시내 면세점인 명동점에 역량을 집중, 수익성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신세계의 올 상반기 각 사업부문별 영업실적


이에 앞서 호텔신라도 지난 9월18일 면세사업부문의 인천공항점 DF1권역(향수·화장품·주류·담배) 영업중단 및 철수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잠정 영업정지 일자는 내년 3월17일이다. 하지만 호텔신라도 DF3권역(패션· 잡화 /부티크)의 영업은 지속한다.

공항 면세점 사업은 출국객 수에 연동한 임차료 구조 때문에 엔데믹 이후 입국객 수의 회복이 면세점 판매실적 회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면서 과중한 고정비 부담을 야기해왔다. 이에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는 임대료 감면을 위한 법원 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법원은 최근 양 사에 대해 각각 25% 및 27%씩 임대료를 인하하는 내용의 강제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이에 불복하고 이의신청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호텔신라가 영업정지 및 철수 결정을 내렸고, 신세계디에프도 한 달 후 따라온 것이다.

호텔신라는 계약기간 종료 전 면세사업권 반납으로 인천공항공사에 약 1900억원의 위약금도 이미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세계디에프의 위약금이 얼마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호텔신라 인천공항점 DF1 권역


호텔신라의 인천공항 일부 면세점 철수 발표 직후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이번 결정은 과도한 적자가 예상돼 지속운영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적다고 판단한 것이 주요 사유라며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저하 및 재무부담 상승이 예상되나 중기적으로는 임차료 비용부담이 경감되며 영업수익성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거액의 위약금이 큰 부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막고, 수익성을 더 빨리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신세계도 비슷한 판단 하에 철수를 과감히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인천공항점 일부 철수에 앞서 지난 7월 부산 지역 면세점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의 해산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모두 극심한 면세점 경기 부진 때문이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운영법인으로,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전담 법인인 신세계디에프의 100% 자회사다.

호텔신라의 올 상반기 사업부문별 영업실적

면세점 경기는 사드사태와 코로나19를 겪으며 극심한 불황에 빠진 후 아직도 늪에서 헤매고 있다. 공항이나 시내 면세점 가릴 것 없이 수년 째 고전 중이다. 특히 시내 보다 공항 면세점들이 더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엔데믹 후 출국과 입국자수는 거의 회복했지만 과거 매출을 크게 올려주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문화 변화와 고환율 등 때문이다. 호텔신라의 경우 호텔 부문에서는 선방하고서도 면세점 때문에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4%나 줄었다. 당기순익은 적자 전환(잠정실적 기준)했다.

비상장기업인 신세계디에프도 작년 매출은 약간 늘었으나 영업손익은 2023년 967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197억원 적자로 적자 전환했다. 올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돼 올 상반기 신세계 면세부문 매출은 1조321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조1241억원보다 약간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작년 상반기 158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 38억원 적자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손익도 152억원 흑자에서 119억원 적자로 역시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신세계 전체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작년 상반기 2805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에는 2077억원 흑자로 흑자규모가 26%나 줄었다. 신세계의 주요 사업부문들인 백화점, 도소매업, 부동산업, 호텔업, 면세업 중 현재 적자를 내는 곳은 면세업 부문이 유일하다.

신세계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손익계산서


면세점들 중에서도 이번에 철수하는 인천공항 DF2구역은 다른 면세점들보다 더 적자가 큰것은 물론 적자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신라와 신세계 인천공항점의 고전은 특히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일찌기 철수한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어 자주 화제가 되곤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올 상반기 2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 영업손실이 463억원에 달했는데,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얼마 전까지 인천공항 면세권을 계속 유지했던 호텔 신라와 신세계는 업황 부진에다 높은 임차료 때문에 극심한 수익 악화에 시달렸던 반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후 그 입점 투자금과 임대료를 시내와 해외 면세점들로 돌려 흑자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사드사태 때부터 과감하게 보수적 전략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때 당시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에서 주류·담배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중도 철수에 따른 막대한 위약금을 물며 큰 손해를 입었다.

2023년 인천공항 입찰에서도 이 전략은 유지됐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입찰에 참여한 3개 사업권에서 모두 최저 입찰가보다 20% 가량 높은 금액을 써낸 반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같은 사업권에 각각 68%, 61%씩 높은 금액을 써냈다고 한다. 당연히 롯데가 떨어졌다.

호텔롯데의 올 상반기 사업부문별 영업실적


이것이 지금 롯데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서 국내 입국 여객 수는 빠르게 회복한 반면 강달러와 중국 내수경기 침체, 중국인들의 면세점 쇼핑문화 변화 영향 등이 겹쳐 면세점 매출은 그에 비례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 전 공항 면세 입찰에서 승자였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그동안 연간 각각 4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임차료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사업에 들어갈 자금을 시내면세점과 글로벌 사업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올해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이 잇달아 시내면세점 철수를 결정했을 때에도 롯데는 철수 없이 4개점을 유지했다. 해외사업장도 여전히 10곳이나 유지하고 있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때문에 업계에선 요즘 2023년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철수를 ‘신의 한수’라고 하는 반면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에 대해선 ‘승자의 저주’라고 부른다”면서 “주력기업들이 대부분 고전하고 있는 롯데그룹 내에서도 롯데면세점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몇 안되는 ‘효자 사업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