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때 2차전지 배터리주의 ‘아이콘’으로도 불렸던 상장사 금양이 정체가 불분명한 사우디 기업으로부터 4050억원의 3자배정 대규모 유상증자를 받는다고 해놓고선 납입일을 지난 17일 또 연기했다. 올들어 벌써 네번째 연기다.
계속되는 납입일 연기로, 2차전지 공장 준공 일정, 납품계획 등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장의 신뢰도 추락이 우려된다.
금양은 지난 17일자 공시에서 10월17일이었던 유상증자 납입일을 11월28일로 또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유상신주 상장 예정일도 11월7일에서 12월19일로 연기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첫 유상증자 계획 발표 당시 납입일은 8월2일이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지난 9월3일로 한차례 연기했고, 9월3일이 가까워오자 다시 9월17일로 연기했다. 9월17일이 가까워지자 다시 10월17일로 연기했는데, 10월17일 또다시 납입을 연기한 것이다. 이번이 네번째 연기다.
연기될 때 마다 매번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공지하던 금양은 이번에도 비슷한 사과문을 또 올렸다. 17일자 사과문에서 금양은 “당사는 10월17일 이내 투자금 납입을 받기 위해 담당 임원이 SKAEEB(사우디기업) 실무 담당자와 지속적으로 통화 및 미팅을 했으며, 또 SKAEEB 대표이사가 당사의 대표이사와 직접 대면해 납입에 대한 의지표명을 했으나 현재에도 당사 계좌로 대금 납입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사는 금양에 대한 투자의지를 재차 강조했고, 한 시라도 빨리 납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회사 또한 투자금이 납입될 수 있도록 투자사를 도와 최선을 다하겠다. 납입일 연기 공시를 또 다시 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금양은 거듭된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회사 자금이 고갈 위기에 놓이자 지난 6월 보통주 1300만 주, 상환우선주(RPS) 1400만 주를 발행하되 이를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스카엡 T&I(SKAEEB TRADING & INVESTMENT CO., LTD)가 전량 인수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총 4050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증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 중 2500억 원은 부산 기장지역에 건설 중인 2차전지 배터리 공장 준공에, 나머지 1550억 원은 원통형 배터리 설비 투자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금양은 이 자금으로 올해 말까지 기장 드림팩토리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 1월 2170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 완료해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 원통형 배터리를 본격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11월 이후로 연기되며 이같은 금양의 계획도 순차적으로 미뤄지게 될 전망이다.
벌써 네번째나 투자금 입금이 미뤄지자 관련업계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자에 들어오겠다는 사우디 투자자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과 회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
금양 공시자료를 자세히 보면 ‘스카엡T&I’란 사우디 기업의 실체 부터가 의문 투성이다. 공시에는 이 사우디 기업의 대표이사이자 100% 대주주가 ‘AL SHEHRI, ALI FAIZ S.’란 인물이고, 이 회사는 지난 3월19일 자본금 1억원으로 신설된 법인이란 사실 외에 다른 재무관련 자료 공시가 일체 없다. 7개월 전 설립된 신설 법인이이서 재무자료가 없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만 붙여놓고 있다.
신주 발행가도 이상하다. 유상증자를 할 때 보통 투자자들은 신주 발행가에 할인 혜택을 받고 들어온다. 특히 기존 주주의 경영권을 침해할지 모르는 3자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10%로 할인 제한 폭이 설정되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3자배정 유상증자에는 할인이 아니라 50%가 넘는 할증가로 신주 발행가가 매겨져 있다. 신주 발행가는 보통주든 RPS든 모두 주당 15000원으로, 기준주가 9900원보다 51.5%나 비싸다.
금양에 투자한다는 사우디기업 관련 기본정보 공시
IB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상황이 약간 호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업체들의 2차전지 업황 전망은 그리 밝지 않고, 특히 금양은 아직 2차전지 배터리 제품 생산조차 제대로 되지않고 있는 상황인데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서라도 4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과연 어떤 기업인지 궁금하다”고 말하고 있다.
RPS 발행조건 중 납입일 하루 후인 11월29일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당장 가능하다는 조항은 더 이상하다. 증자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납입하자말자 바로 조기상환하라고 사우디 기업이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역시 정상적인 RPS라면 극히 보기 어려운 아주 이례적인 조항이다.
금양은 2차전지 관련 주가가 폭등세이던 수년 전부터 각종 ‘뻥튀기’ 공시로 자주 물의를 일으켰던 상장사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와 올해 반기보고서 모두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 ‘의견 거절’을 받아 현재 주식거래가 정지돼 있다.
이미 몽골광산 실적 과장 논란 등으로 거래소 불성실공시법인 벌점만 벌써 17점에 달한다. 공시가 지속적으로 번복될 경우 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역시 금양의 공시가 계속 번복되는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문제가 너무 많다고 판단할 경우 제재 가능성이 있다.
회계감사인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회사 작성 재무제표상으로도 금양의 재무나 영업 상황은 크게 좋지 않다.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이 회사의 만기 1년 이내 유동부채는 7046억원으로, 1년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 786억원보다 무려 6260억원이나 더 많다. 단기부채를 갚을 능력(유동성)부터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쌓아둔 이익은 한푼도 없어 누적 결손도 2327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매출은 584억원으로, 전년동기 761억원에 비해 23%나 줄었고, 올 상반기 영업손실과 반기순손실도 각각 255억원, 355억원에 이른다. 영업손실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