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의료 파행 장기화 속에서 1년 이상 윤석열 정부와 거칠게 대립해온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 뜻을 밝히면서 그동안 해결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의정 관계에도 새 국면이 전개될지 주목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의원 대화방 및 병원 전공의 대상 공지와 의협 대의원들이 소속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등을 통해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면서 "지난 1년 반 최선을 다했지만 실망만 안겨드렸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3년 8월 대전협 회장에 당선됐으며, 지난해 2월부터 의대 증원 계획에 대응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대전협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 왔다.
그는 이날 공지 등에서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며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학생들 끝까지 잘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작년 2월 이후 최근까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 윤석열 정권의 의료개혁정책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등 의료계 반정부투쟁의 선봉 역할을 맡아왔다.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단일대오를 사실상 강요했다. 지난 정부의 수차례 유화책에도 그때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브레이커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는 이유없이 대외적으로 계속 침묵을 지키는 등 리더십 논란을 빚었다.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해법 제시보다는 실익 없는 투쟁이 이어지자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선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비판하고 복귀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인 김찬규 씨를 포함한 전공의 30여명은 최근 박 위원장을 향한 성명에서 "지금 대전협의 의사소통 구조는 누군가가 보기에는, 우리가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소통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의 각 전공의 대표들은 24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위원장이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건부 수련 재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2일에는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일부 사직 전공의·의대생 등이 대담을 통해 학사 유연화 등을 요구했다. 그보다 앞서 19일에는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에게 사직 전공의 200여명이 9월 복귀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모아 제출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위원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공지에서 "현재 정부의 보건 의료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장 복귀 여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내부 단속에 나서기도 했으나 결국 이날 사퇴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