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금융그룹 창업주인 손종주 회장(웰컴금융 홈페이지)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대부업과 저축은행 등을 기반으로 그동안 급성장해오던 웰컴금융그룹에 작년 급브레이커가 걸렸다.

실물경기 침체와 누적된 부동산PF발 부실의 여파가 계속 확산되면서 대다수 계열사들이 작년 적자에 빠지거나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웰컴저축은행 등 일부 계열사만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숨어있는 잠재부실도 적지 않아 실물경기와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웰컴금융의 위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에 수치로 본격화된 웰컴금융 위기의 시작점은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웰컴크레디라인이다.

웰컴금융그룹의 창업 모기업 격인 이 회사는 원래 대부회사였다. 지금은 상당수 국내외 계열사들의 지분을 관리하고 있는 준 지주사로 성격이 바뀌었다.

웰컴크레디라인의 국내외 자회사및 손자회사, 증손회사들

웰컴금융 최대 주력기업인 웰컴저축은행(지분율 100%)을 비롯, 웰컴자산운용(100%), 웰컴금융 동남아 자회사들의 지분 관리회사인 웰컴캐피탈월드와이드(51%) 등이 종속 자회사들이다.

작년 10월 매각된 웰컴캐피탈도 매각 전까지는 종속 자회사였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 퍼져있는 대부분의 웰컴 현지 현지법인들도 웰컴크레디라인의 손자회사 또는 증손회사 들이다. 이 회사 연결 실적만 보면 웰컴금융그룹 전체 실적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웰컴크레디라인의 작년 연결 매출(영업수익)은 6809억원으로 2023년 7444억원보다 8.5%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2023년 778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345억원 적자, 또 같은 기간 당기손익도 447억원 흑자에서 880억원 적자로, 모두 적자 전환했다.

연결 자산도 2023년 말 6.67조원에서 2024년 말 6.34조원,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도 9541억원에서 8684억원으로 각각 줄어 들었다.

웰컴크레디라인의 연결 손익계산서

웰컴금융그룹 창업주인 손종주 회장은 2002년 한 대부업체를 인수, 이름을 웰컴크레디라인대부로 바꾼 후 대부업에 처음 진출했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개된 것은 2004년부터다.

그때 이후 매출과 자산은 계속 늘었고, 단 한번도 적자에 빠진 적이 없었다.특히 2014년 웰컴저축은행 인수 후부터는 성장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2023년 초 고금리와 부동산PF발 부실 급증으로, 100% 자회사 웰컴저축은행이 오케이저축은행과 함께 저축은행 위기설의 주범으로 한때 찍힌 적도 있지만 그때도 흑자 규모가 줄었을 뿐 적자는 아니었다.

작년 웰컴크레디라인의 적자 전환과 매출 및 자산 감소는 그룹 창립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웰컴크레디라인의 연결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웰컴저축은행(작년말 자산 4.26조원)은 저축은행업계 전반의 부실 확대 때문에 작년 자산이나 대출, 예금 등은 모두 조금씩 줄었지만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은 그래도 흑자를 유지했다. 웰컴자산운용도 소폭 흑자를 지켜냈다.

반면 동남아지역에 많은 웰컴크레디라인의 손자회사 또는 증손회사 다수는 적자이거나 실적이 변변치 않았다. 가장 규모가 큰 캄보디아 손자회사의 경우 매출은 2023년 101억원에서 작년 65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당기손익도 83억원 적자에서 17억원 적자 등 계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웰컴크레디라인의 연결 재무상태표

하지만 작년 웰컴크레디라인이 그룹 창립 후 22년 만에 첫 적자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작년 10월 에너지전문기업 에스티인터내셔널에 매각된 웰컴캐피탈(현재 회사명 블루코너캐피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웰컴캐피탈은 OK금융그룹의 OK캐피탈과 함께 부동산PF 관련 부실이 많기로 유명(?)하던 캐피탈사였다.

여신금융협회 공시포털에 따르면 이 캐피탈사의 작년 말 고정이하채권비율은 무려 53.1%로, 2023년 말 10.6%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부실성 여신이 전 대출의 절반이 넘는다는 얘기다. 전 캐피탈사들 중 부실채권비율 단연 1위다.

총여신 1383억원 중 738억원이 이자를 못받는 무수익여신이다. 또 작년 6월30일 이후 작년 말까지 불과 6개월여 사이에만 9건 578억원의 부실채권 발생이 공시되었다. 이 회사 작년 10월 말 자기자본 608억원의 95%에 달한다.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도 2023년 193억원에서 작년 588억원으로 급증했다. 무수익여신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로 작년 영업수익이 209억원인데 비해 영업비용은 980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영업적자는 2023년 92억원에서 작년 771억원,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93억원에서 691억원으로 모두 크게 늘어났다.

이 캐피탈사의 새 대주주는 인수하자말자 자본 확충을 위해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 일단 급한 불을 껐다. 대표이사와 감사, 위험관리책임자, 준법감시인 등도 모두 바꿨다.

블루코너캐피탈(옛 웰컴캐피탈)의 고정이하채권비율 등(여신금융협회 공시포털)

웰컴금융그룹으로선 도저히 부실 감당이 안되니까 급하게 팔았을 것이다. 급하게 판 만큼 비싸게 팔았을 리가 만무하다. 웰컴크레디라인은 웰컴캐피탈 매각에 따른 종속기업투자주식 처분손실이 작년 477억원에 달했다고 공시했다.

이 손실만 없었더라면 이론상 작년 적자는 면했을 수 있다. 하지만 팔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었다면 계속 커진 웰컴캐피탈의 엄청난 부실과 적자 때문에 웰컴크레디라인의 적자규모가 더 커졌을 수도 있다.

웰컴크레디라인은 손종주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투자회사들이 지분을 골고루 갖고 있다.

손 회장이 최대주주(50.1%)인 웰컴에프앤디가 18.43%, 손 회장 장남 손대희 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있는 디에스홀딩스가 18.1%, 손종주 회장 본인 16.23%, 손대희 사장 지분이 55%인 웰릭스파이낸셜그룹이 13.79%, 손 회장 딸 손다혜씨가 지분 100%를 갖고있는 코람두올이 12.32%, 웰컴에프앤디의 종속자회사인 케이엠엘벤처스 10.5% 등이다.

아버지 지분이 아들-딸보다 좀 더 많은 편이지만 딸이 누구 편을 드느냐에 따라 최대주주가 달라질 수 있는 묘한 지분 구조다.

웰컴에프앤디 등 이들 5개 주주 회사들은 지분을 갖고있는 웰컴크레디라인이 작년 대규모 적자에 빠지자 지분법 연결 때문에 모조리 같이 적자에 빠지거나 적자규모가 더 커졌다. 다른 적자 이유도 있었지만 지분법손실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웰컴크레디라인 대주주 현황

웰컴크레디라인과 이들 5개사가 모조리 적자를 기록하자 이들과 연결된 다른 작은 계열사들도 대부분 적자에 빠지거나 적자규모가 확대되는 참변(?)을 동시에 겪었다.

전자지급결제업체인 웰컴페이먼츠와 전자제품 및 사무기기 임대업체인 웰릭스렌탈 등은 여기에다 업황 및 영업 부진까지 겹쳐 적자 전환 또는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장남 손 사장과 딸 다혜씨가 사실상 지배주주이거나 손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계열사들일수록 적자 전환이나 적자 확대 케이스가 많았다.

간신히 흑자를 유지한 웰컴저축은행과 웰컴자산운용 외에 디에스홀딩스의 종속자회사인 대부업체 웰릭스에프앤아이대부 정도만 당기손익이 2023년 267억원 적자에서 작년 105억원 흑자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과 자산도 급속히 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계열사다.

웰컴저축은행의 2024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최대 주력기업인 웰컴저축은행도 흑자는 유지했다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부실 요인들이 아직도 도처에 널려 있다.

대출채권 4.51조원 중 정상적으로 이자를 받는 정상채권은 2.38조원으로 전체 대출의 52.6%에 불과하다.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채권비율은 2023년 말 7.77%에서 작년 말에는 11.38%로 더 높아졌다.

대출채권의 나머지 36% 정도는 연체 1~3개월 상태인 요주의채권들이다. 언제든지 부실로 돌변할 수 있다. 대출채권이 아닌 자동차할부 등 할부금융채권들 중에서도 정상채권은 39%에 불과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포털을 보면 부동산관련 대출 중에서도 문제의 부동산PF대출의 연체율은 7%, 고정이하비율은 9.67% 정도이지만 건설업 연체율은 10.93%, 부동산업 연체율은 34%에 달한다.

재작년 쯤부터 부실 대출채권들을 부지런히 매각하거나 상각해 대출과 자산을 줄이고, 고금리 예금도 줄이면서 겨우 파국을 피했을 뿐이다. 예금평균금리는 내리고 대출평균금리를 올린 것도 흑자 유지에 도움을 주었다.

지난 2년 간 다른 어느 저축은행보다 부동산PF 관련 부실들을 맹렬히 정리해 이 정도이지만 실물경기와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위험은 언제든지 재발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손종주 회장은 2002년 순수 국내자본으로 대부업을 시작, 저축은행-캐피탈-자산운용-창업투자-렌탈까지 고루 갖춘 종합금융그룹을 일궈낸 사업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계 또는 재일동포 자금인 SBI저축은행이나 OK금융그룹과는 토종자본이란 점에서 자주 대비가 된다.

2세 승계도 어느 정도 완성했고, 지난 2022년에는 서울 용산에 신사옥까지 갖춰 제도권금융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주사가 없는 복잡하고 낙후한 지배구조는 아직도 최대의 과제거리다. 많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웰컴금융그룹에서 과거 우리 재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까지 말한다.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는 외견상 보이지 않지만 한 계열사에 여러 계열사가 무더기 출자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계열사들끼리 서로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 또는 담보를 제공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공정위 지정 공시대상기업집단이라면 곧바로 제재나 경고를 받을 사안들이 아직도 많다.

이런 기업지배구조는 좋은 점도 있지만 몇 개 계열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곧바로 전 계열사로 문제가 급속히 번질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상호순환출자나 상호 지급보증 등을 없애고 지주회사 설립 등을 계속 강력 유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작년 웰컴크레디라인 한 회사의 부실화 또는 적자전환이 수많은 계열사들로 확산된 것도 이런 지배구조 때문으로 보인다”며 “손종주 회장은 2세 승계를 서두를게 아니라 이런 후진적 지배구조부터 미리 손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