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코스닥 상장사 티앤알바이오팹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상환 압박에 직면했다. 지난 2023년 8월 240억원 규모로 발행한 2회차 CB에 대해 투자자들이 대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한 탓이다. 사업성과 실적 부진이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고, 주가 부진은 다시 CB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로 이어져 기업의 재무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악순환의 전형을 보여준다.
티앤알바이오팹은 2회차 CB 발행 당시만 해도 ECM(Extracellular Matrix) 기반 바이오 써지컬 솔루션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앞세워 1만원대 전환가로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후 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오히려 악화됐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앤알바이오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52억원) 대비 6.1% 감소한 49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127억원에서 132억원으로 확대됐다. 매출 대비 과도한 판관비 지출이 치명적이었다. 같은 기간 판관비(연구개발비)는 146억원으로, 매출 규모를 훌쩍 넘겼다.
CB 발행 당시 1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올해 3월에는 2840원까지 주저앉았다. 이 과정에서 전환가액은 최저조정가액인 8265원까지 내려갔다.
티앤알바이오팹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공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가 하락은 투자자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표면이자율이 0%, 만기이자율이 3%로 설정된 이 CB는 사실상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주가 부양이 실현되지 않자 투자자 입장에선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 회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5일부터 7월 7일까지 진행된 첫 풋옵션 청구 기간에 투자자들은 121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청구했다. 전체 CB의 절반 수준이다. 회사는 다음달 4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티앤알바이오팹의 재무상황은 상환을 감당하기에 여유롭지 않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9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티앤알바이오팹이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환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아직 119억원어치 CB 물량이 남아 있어, 앞으로 추가로 풋옵션 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
담보력 약한 티앤알바이오팹에게 CB 발행은 단기 유동성 확보의 수단이면서도 향후 풋옵션 리스크를 불러오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 바이오프린팅 기반 조직재생 의료기기, 바이오잉크, hiPSC 기반 치료제, ECM 소재를 활용한 바이오 써지컬 솔루션 등을 개발·판매하는 기업이다.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코로나19 시기 비접촉체온계 매출에 의존했지만 엔데믹 이후 관련 매출 감소로 다시 수익성 방어선이 무너졌다. 최근 화장품 부문에서 분기 매출 35억원을 올리며 일부 반등 조짐을 보였지만, 전체적인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