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서린동 사옥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2023년 한때 ‘자금위기설’까지 나돌던 SK그룹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작년에 많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SK하이닉스의 선방 덕분이다.

특히 2023년 말까지 3년 연속 확대되던 그룹 합산 현금부족 상태가 작년에 현금이 남아도는 상태로 바뀌었으며, 계속 상승하던 그룹 합산 부채비율도 오랜만에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과도한 재무부담에도 신규 추진 사업의 투자성과가 여전히 부진한 SK온과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등은 앞으로도 그룹의 큰 부담요인이 될것으로 지적되었다.

9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내놓은 ‘SK그룹, 본격화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과 반도체 회복, 결국 관건은 배터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진행된 SK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은 ‘배터리 사업 지원’과 ‘AI 집중’으로 요약된다.

SK그룹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요약(한신평 정리)


대규모 배터리 투자로 차입부담이 크게 확대된 SK이노베이션, SK온 관련 합병,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AI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결정 등이 핵심적인 부분이며, 비핵심 자산 및 사업에 대한 매각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룹 부채비율 100% 이하를 목표로 설정한 SK그룹은 그룹 차원의 재무건전성 강화 노력을 우선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재무부담 감축과 일부 계열사의 자산 매각에 힘입어 SK그룹(SK디스커버리 계열 제외) 순차입금은 2023년 말 83조원에서 2024년 말 75조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도 134%에서 118%로 떨어졌다.

SK그룹 합산 부채비율은 2018년 말 87%에서 19년 말 98%, 20년 말 101%, 21년 말 105%, 22년 말 121%, 23년 말 134% 등으로 그동안 계속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2021년 -4.66조원, 22년 -13.44조원, 23년 -16.82조원 등으로 역시 계속 늘어왔던 그룹 합산 현금부족 상태도 작년에는 +6.98조원으로, 오랜만에 현금이 남아도는 상태로 바뀌었다.

2023년 그룹 비금융합산 6.1조원에 달했던 당기순손실도 작년에는 18.33조원 당기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그룹합산 영업손익 역시 400억원 적자에서 28.24조원 흑자로 대폭 흑자 전환했다.

에너지 부문은 작년 크게 고전했으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작년 23.78조원에 달했고, 통신부문도 1.87조원의 견조한 영업이익을 계속 냈기 때문이다.

SK그룹 비금융합산 재무추이(한신평 정리)


한신평은 2025년부터 배터리 사업의 투자자금 소요가 상당 수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배터리사업은 2024년까지 30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된 SK그룹의 핵심 신규 사업이다.

또 향후 AI 사업에 집중되는 SK그룹 투자가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점, 비핵심 자산 및 사업 매각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부터 향후 5년간 10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AI 메모리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AI 메모리의 시장 점유율은 2023년 5%수준에서 2028년 약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순차입금, 부채비율 추이(한신평 정리)

한신평은 다만, (SK그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채무적 성격이 내재된 자본성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자본성 자금조달 방식 중 일반적인 IPO(상장), 유상증자를 제외한 상환전환우선주, 전환우선주, 신종자본증권, TRS 계약, PRS 계약 등의 경우 실질적으로 채무적 성격이나 관련 재무적 변동성이 내재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재무적 변동성이 내재된 자본성 자본조달 규모가 약 8조원(2024년 말 연결기준)으로 그룹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룹 전체로는 약 12조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SK온의 IPO에 연계된 재무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한신평은 전망했다.

SK온이 전환우선주(2.8조원) 투자유치 과정에서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는 2026년 말까지 QIPO(적격상장) 완료 조건(1년씩 2회 연장 가능)이 존재한다. 약정된 기한 내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동반매도 청구권 행사시 SK이노베이션은 Call Option을 통해 투자자 지분을 회수할 수 있으나,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자금소요가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은 또 2024년 SK온 유상증자(1차 약 1조원, 2차 약 0.5조원)때 투자자와 체결한 PRS(주가수익스왑) 계약 때문에 투자자의 지분 매각 시 실제 매각금액과 계약금액의 차이에 대한 정산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PRS 만기일(1차 2027년 10월, 2차 2027년 11월)까지 SK온의 IPO가 가시화되지 않거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할 경우 PRS 관련 재무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종속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 SK온 등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1.2조원)도 배당금 지급, Step-up 및 상환(Call Option) 약정 등의 차입금 특성을 일부 내포하고 있다. 상환전환우선주(3.1조원)의 경우 2026년 이후 도시가스사 지분을 통한 상환 가능성도 내재한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현금 확보를 위해 구매카드 등을 활용(연결기준 2022년 말 1.0조원 →2024년 말 3.3조원)하고 있는데, 구매카드는 신용공여 기간 동안 카드사 등에 수수료를 지급하고있어 역시 차입금 성격을 갖고 있다.

SK 주요 계열사들의 자본성 자금 조달(한신평정리)

한신평은 SK온,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등 3사를 신용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계열사들이라고 지적했다.

SK온의 경우 급속한 생산능력 확장 과정에서의 대규모 투자 지출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영업실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사업기반이 안정적인 옛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옛 SK엔텀 흡수합병에 따른 연간 약 5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 증가가 배터리 사업 부진을 일정 수준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요 전기차 시장의 수요 성장이 과거 대비 크게 둔화된 가운데 2026년까지 신규 공장 가동으로 미국 지역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증가, 트럼프 정부 정책으로 인한 사업 및 재무적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신평은 단기적으로 차입금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공개(IPO) 진행상황과 더불어 재무부담 통제 방안의 실행 여부와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온의 대규모 자금소요와 영업손실 기조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신용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SK온의 수익성 추이(연결기준, 한신평 정리)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 약 33조원의 자금을 투자한 결과 2024년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약 31조원(리스부채 포함)으로 급증했다.

SKI E&S부문(옛 SK E&S)의 편입으로 발전, 도시가스 등의 사업을 통해 연간 1~2조원의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예상되며,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이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비중이 크게 확대된 상황으로, 상당기간 배터리 사업의 안정화와 적정 이익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SK온의 신용도와 연계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도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사업 확장 과정에서 차입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반면, 신규사업의 이익기여 확대나 IPO 등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는 지연되고 있다.

2024년 완료된 SK에어플러스 및 에센코어의 연결 대상 편입에 따른 현금창출력 강화, 자본확충 등과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일부 자회사 등의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재무부담 완화에 일정 수준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분양경기 부진으로 공사비 회수, PF우발채무 관련 재무부담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신평은 밝혔다.

한신평은 이밖에 최근 신용도 저하가 가시화된 SKC 자회사들과 SK어더밴스드 등 SK그룹 석유화학 계열사들과 관련, 올레핀 제품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PX를 비롯한 방향족 제품의 수급도 저하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신용도 영향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 재편에도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경우 현재까지 가시적인 사업재편이나 개선 방향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으로, 업황 침체 및 실적 저하가 지속되고 그룹 각 계열사 차원의 구체적인 개선 계획이 진행되지 못한다면 석유화학 계열사 전반의 신용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