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정부-여당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을 사실상 소각 의무화를 피하기위한 ‘편법 탈출’로 보고 자사주 EB에 대한 공시규제를 크게 강화했음에도 상장사들의 자사주 EB 발행은 더욱 잦아지고 있다.

국내 황동봉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대창은 자사주 793만1262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사모 EB를 발행한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교환대상이 되는 자사주는 이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8.7%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 처분 전까지 이 회사 보유 자사주는 모두 1482만373주로, 발행주식총수의 16.26%에 달했다. 자사주 보유량이 많은 상장사들 중 하나다.

교환가격은 주당 1513원으로 기준가보다 20% 할증된 금액이며, 청약 및 납입일은 오는 12월1일이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 교환청구는 내년 1월1일부터 가능하다. EB는 수성자산운용 등 5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들이 모두 인수한다. 만기는 2030년이고, 2년6개월후부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대창의 21일 자사주 처분공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을 앞두고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임직원 인센티브용으로 활용하는 것 정도는 괜챦겠지만 외부 매각이나 EB 발행 같은 ‘꼼수’는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정부 압력이나 투자자들 눈치가 보였는지 이 회사도 왜 이 시점에 자사주 EB를 발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긴 설명을 공시에 담았다.

이 회사는 우선 공급부족 심화와 수요 폭발, 투기자금 유입 등으로 글로벌 구리가격이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원재료 구입과 채권입금의 리드타임까지 길어 운전자금 수요가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차입금의존도가 높아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금융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데다 상여금 통상임금 지급판결에 따른 소급지급분 약 80억원 지출 부담까지 겹쳐 경영지속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신규 차입으로 추가 이자부담을 하는 방향보다 차입금리 0, CB/BW대비 주주지분 희석효과 최소화, 할증발행 장점이 있는 교환사채를 통해 자금수요를 해소코저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이 얼마나 금감원에 먹힐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대창의 운전자금 설명


해성그룹 지주사로 코스닥 상장사인 해성산업도 이날 자사주 기반 EB 발행과 자사주 소각을 동시에 발표했다. 이 두가지 방법을 섞어 보유 자사주를 전량 처분한다. EB 교환대상이 되는 자사주는 모두 194만6302주 5.98%이며 주당 8839원, 20% 할증가로 발행된다. EB 발행으로 조달할 금액은 172억원, EB 납입일은 오는 12월1일이다. 발행목적은 차입금 상환용.

해성산업은 이날 또 보유 자사주 중 보통주 97만6705주 2.88%와 우선주 11469주 0.03%는 내년 5월 이내에 모두 소각하겠다고도 공시했다. 자사주 소각과 EB 발행이 완료되면 이 회사의 보유 자사주 293만4476주는 모두 없어진다.

대창의 차입금 현황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8월 이후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공시했던 상장사는 모두 60개사에 달한다. 그 중 지난 9월15일 이후 공시가 44개였다. 이번 정기국회 중에 입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EB발행이 현격히 늘었다.

금감원이 자사주 EB에 대한 공시규제를 크게 강화한 지난달 20일 이후 21일 현재까지 자사주 EB발행을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17곳이다. 9월 하순~10월 중순에 비해 숫자가 약간 줄긴 했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 상장사들도 여전히 많다는 증거다.

17곳 중 광동제약만 금감원의 공시정정을 요구받고 EB 발행을 철회했을 뿐 나머지 16사 중 상당수는 공시 정정을 요구받고도 발행을 강행하고 있다. 상장사 디아이는 지난 18, 19, 20일 연속으로 3차례나 공시 정정을 요구받고 공시 정정을 한 후 21일 예정대로 교환사채 납입을 완료했다.

테스와 아이스크림미디어는 2번의 공시 정정을 하고 EB발행을 완료했다. 신성에스티, 바이넥스, 이랜텍 등은 1차례 공시 정정 후 발행에 성공했다. 인텍플러스, 휴온스, 휴온스글로벌 등은 한차례씩 공시 정정 후 발행 대기상태다.

물론 한 차례도 공시 정정없이 무난히 발행을 끝낸 상장사들도 있다. 에스피시스템스, 비나텍, 제이앤티씨, 오로라 등이다.

아톤의 자사주 활용계획 등


21일의 대창 말고 지난 20일에도 상장사 아톤이 역시 자사주 기반 EB발행을 공시했다. 교환대상이 될 자사주 물량은 66만4011주 2.73%로, 교환가격은 주당 7530원 15% 할증가액이다. 발행액은 50억원, 처분예정일은 오는 28일이다.

핀테크 보안솔루션 및 간편인증서비스 업체인 이 회사의 이 처분 전 자사주는 122만8121주 4.94%였다. 아톤은 같은 날 36만8437주의 자사주 소각도 공시했다. 소각금액은 23억원이고, 소각예정일은 오는 28일이다. EB 발행과 소각하고 남은 자사주 19만5673주는 종업원 복지개선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정부나 투자자들을 의식, EB 발행과 함께 자사주 소각, 종업원 복지 활용 등의 패키지를 골고루 섞은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EB 발행보다 더 노골적(?)인 탈출 방법인 자사주 매각을 강행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지난 19일 보유 자사주 전량을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시한 삼양식품과 삼영엠텍이 대표적이다. 같은 날 구영테크는 자사주 장외매각과 자사주 맞교환을 섞어 보유 자사주 전량을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극동유화, 그린생명과학, 흥아해운, 켐트로닉스(자사주 전량) 등도 이달 들어 보유 자사주를 일부 또는 전량 매각 처분했다.

정부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대로 이달들어 보유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들도 많았다. 대한제강, 디케이앤디, 헥토이노베이션, 선바이오, 에이치엔에스하이텍, 셀로맥스사이언스, 아세아, 아세아시멘트, 엠씨넥스, 두산, TYM, 데브시스터즈, 포인트모바일, 와이솔, 대덕, SK스퀘어, 디아이, 삼익THK, 케이피에프, 파이오링크, 삼진제약, 화신정공, 테스,아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