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영원무역이 스위스 프리미엄 전기자전거 브랜드 스캇의 2대 주주 지분을 모두 사오는데 앞으로 350억원 가량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영원무역의 스캇 지분율은 50.1%이고, 2대 주주인 스캇 창업자 비아트 자우그의 지분율은 47%다. 지난 2월 영원무역은 그동안 동업자였던 비아트 자우그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며 당초 계약대로 그의 지분을 모두 사오는 콜옵션 행사를 결정한 바 있다.
영원무역은 19일 공시에서 콜옵션 취득주식 가치 산정의 기준일을 결정하는 11월12일자 중재 판정문을 국제상업회의소(ICC)로부터 지난 18일 수령했다고 밝혔다.
결정된 취득주식 가치 산정 기준일인 지난 2월6일을 기준으로 당사자들이 합의한 절차에 따라 비아트 자우그 보유 스캇 주식 전체인 583만7500주의 가액을 산정해본 결과 약 349억6728만7368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기준 스위스 프랑 환율을 적용해 계산된 수치다.
영원무역은 또 18일부터 30 영업일 이내에, 중재 판정부가 당사자들에게 명한 바에 따라, 산출가액의 75%인 262억원을 비아트 자우그에게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25%는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것을 대가로, 비트 자우그 보유 주식 전체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대주주 지분을 전량 사오는 것은 지난 2월 콜옵션 행사 때 이미 결정된 방침으로, 이번에는 중재판정문 수령을 계기로 정확한 인수금액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절차가 완료되면 영원무역의 스캇 지분율은 97%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스캇을 완전 지배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앞서 영원무역은 2022년 9월 당시 대표이사이던 비아트 자우그가 공동경영 계약상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다며 그의 지분을 인수하는 콜옵션 권리 확인을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청구했다. 비아트 자우그는 2023년 4월 반대 신청을 제출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영원무역은 지난 2월 비아트 자우그로부터 콜옵션 행사를 결정하며 약 47%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기로 했다.
다만 추가지분 인수금액 350억원은 당초 관련업계가 추정했던 금액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관련업계 등은 추가지분을 인수하려면 최소 천억대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었다.
인수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것은 다행이지만 2022년까지만 해도 계속 양호했던 스캇의 영업실적이 작년부터 크게 고꾸라지고 있는 점은 영원무역에게 계속 고민거리일 것으로 보인다. 350억원을 추가 투입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고민이다.
영원무역은 2013년 스캇 지분 20%를 매입한 데 이어 2015년 30.01%를 추가 인수하며 총 50.01%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당시 스캇 지분 인수를 위해 투자한 총 금액은 1545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섬유 한 종목만으로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절박감에서 실행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었다. 인수 초기에는 스캇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인수 이후 스캇의 매출은 2016년 7758억 원, 2017년 8066억 원, 2018년 8874억 원, 2019년 9528억 원, 2020년 1조500억 원, 2021년 1조535억 원, 2022년 1조3975억 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가파르게 상승, 2017년 45억 원에 불과하던 것이 2022년에는 1765억 원까지 늘어났다. 인수 후 2022년까지 단 한 해도 적자는 없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스캇의 실적이 급락하면서 효자 사업에서 ‘애물단지’로 바뀌었다. 엔데믹 이후 글로벌 수요 감소와 경기 침체 때문이었다. 스캇의 2023년 매출은 1조2424억 원으로 인수 후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587억 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작년 매출은 9537억원으로, 1조원 밑으로 다시 떨어졌고, 당기손익은 210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 1~9월에도 매출 8565억원에 987억원 적자 상태다. 영원무역의 전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3년 6371억원에서 작년 315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 이익 급감의 주범 중 하나가 스캇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350억원을 더 들여 2대주주 지분을 마저 인수키로 한 것은 그만큼 미래 성장가능성이 아직 충분하다고 본 때문으로 보인다.
원래 스키 전문업체였던 스캇은 1986년 첫 MTB(산악자전거)를 출시하며 자전거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0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Road Frame을, 2011년에는 MTB Carbon Frame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투자를 통해 고가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영원무역 분기보고서는 “올해도 시장 전반적으로 과잉재고 및 할인판매가 지속되고 스캇도 일부 재고 할인 판매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올해 새 모델 출시 등으로 시장 선도를 시도하고자 하며 향후에도 신제품개발 및 합리화를 통해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에서 독보적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