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인 삼양식품과 삼영엠텍이 19일 보유 자사주 전량을 장외매각(시간외대량매매)한다고 나란히 공시했다.
삼양식품이 매각할 자사주는 74887주(0.99%)로,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이다. 매각 예정일은 11월20일부터 28일까지로, 매각가격은 주당 137만2천원에 매각액수가 1027억2천만원에 달한다. 영업활황으로 워낙 주가가 높은 탓이다. 매각 목적은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의 자사주 지분은 0.99%에 불과하지만 삼영엠텍은 6.7%에 달한다. 삼영엠텍은 보유 자사주 전량인 87만주(지분율 6.7%)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90억원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와 47억원의 CB(전환사채) 발행도 이날 같이 공시했다.
삼영엠텍의 자사주 처분가격은 주당 15637원으로, 19일 종가대비 5% 할인된 금액이며, 매각 예정일은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다. 모두 매각에 성공할 경우 136억원의 매각대금이 삼영엠텍에 들어오게 된다.
처분 상대방은 에스엔시스와 MANIFOLD MASTER FUND 등 2곳으로, 각각 60만주와 27만주씩을 인수하게 된다.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에 대해서는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거래되므로 주식가치 희석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삼영엠텍은 강조했다.
하지만 삼영엠텍 자사주를 매입한 2곳이 시장에 즉각 내다팔 경우 주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삼영엠텍은 에스엔시스 등 2곳과 일정기간 자사주 시장 매도금지 등의 계약을 맺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선 공시하지 않았다.
삼영엠텍도 이번 자사주 처분 목적이 투자재원 확보라고 설명했다. 조달한 자금은 종속 자회사인 삼영파트너스 증자에 투입되고, 삼영파트너스는 증자를 통해 동아화성 주식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영엠텍은 이날 9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47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도 의결, 공시했다. 이 모두 투자재원 확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삼양식품과 삼영엠텍의 자사주 전량 매각은 정부-여당이 현재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사주를 보유한 많은 상장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개정이 있기 전에 서둘러 자사주를 처분해 버리려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대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적지 않지만 자사주 시장 매각이나 시간외대량매매 방식 매각, 자사주 교환대상 교환사채 발행, 임직원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자사주를 서둘러 처분하고 있는 상장사들도 많다.
이같은 ‘자사주 탈출’이 본격화된 지난 8월 이후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을 공시한 기업은 19일 현재까지 56개사에 이른다. 19일의 경우 삼영엠텍이 자사주 전량 매각을 택한 반면 테스와 화신정공은 정공법대로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 18일에는 삼진제약이 자사주 58만주 소각을 공시했다.
삼영엠텍의 자사주 처분대상,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 공시
자사주 일부를 여러 방법으로 매각처분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많지만 삼영엠텍처럼 6.7%나 되는 보유 자사주를 아예 용감하게(?) 전량 매각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흔치 않다. 정부-여당의 입법의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처럼 보여 아무래도 큰 기업들일수록 꺼리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이후 이들 두 기업외에 흥아해운(11월7일), 켐트로닉스(11월5일), 후성(10월30일), 퍼스텍(10월30일), 유티아이(10월28일),아이즈비전(10월27일), RF머트리얼즈(10월21일, 전량 시장매도), 티에스아이(10월15일), 신성델타테크(10월14일) 등도 보유 자사주 전량을 여러 방법으로 매각처분했다.
하지만 모두 보유 자사주 양이 많지 않았다. 삼영엠텍처럼 자사주가 5%를 넘는 곳은 없었다. 삼양식품은 자사주 지분이 높지는 않았지만 매각대금이 1027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역시 정부의 자사주 강제소각 처분 전에 서둘러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삼영엠텍은 플랜트 기자재, 구조물 구조재, 선박엔진 구조재 및 풍력 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업체다. 지분 10%의 전창옥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이며, 소액주주 비율이 58%에 달한다.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자산총계 1466억원에 올 1~9월 매출 854억원, 영업이익 87억원, 당기순익 75억원을 각각 올렸다. 영업실적은 견실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