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금융당국의 강력한 부동산PF부실 정리 유도에 따라 작년 상반기까지 크게 악화됐던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의 경영 상황이 올들어선 상당수가 호전 추세로 바뀌고 있다.
부실채권들을 대폭 정리하면서 부실채권비율인 고정이하자산비율과 특히 부동산PF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떨어지고,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 신규전입)도 급감하면서 흑자 전환 내지 흑자폭이 확대되는 저축은행들이 많다.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올 상반기 예금과 대출, 자산이 1년 전에 비해 모두 다시 늘어나는 저축은행들도 28곳에 이른다.
하지만 상상인-키움예스- 부산 BNK-구미 라온- 통영 조흥- 인천- 광주 동양- 춘천 CK 등 8개 저축은행만은 지난 6월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이 1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부실이 더 생겼다는 얘기다. 금리인하 추세에 맞추어 예금금리는 내리면서도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리고 있는 저축은행들도 25곳에 달한다. 아직도 부실의 늪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증거로 보인다.
10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포털에 따르면 분당 소재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6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7.16%로, 1년 전 24.66%보다 오히려 2.5%포인트 높아졌다. 부실성 여신들이 1년 전보다 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부실 자산이나 고금리 예금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대출-예금-자산 모두 대폭 감소했다. 그런데도 지난 6월 말 연체율은 부동산PF대출이 38%, 건설업이 38%, 부동산업이 47%에 각각 달한다. 아직도 부실을 정리해야할 부동산관련 대출들이 많다.
하지만 CB(전환사채) 투자 등에서 주로 생기는 파생상품 평가이익이 작년 상반기 285억원에서 올 상반기 766억원으로 크게 늘고, 같은 기간 대손상각비도 1029억원에서 436억원으로 크게 줄면서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661억원 적자에서 204억원 흑자로, 흑자 전환했다.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작년부터 선제적으로 부실을 대거 정리한 영향으로 보인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상상인그룹 최대주주의 유죄 판결로, 일정 기한내에 최대주주 교체 즉 매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최근까지 OK금융그룹과 매각협상을 벌이다 결렬된 것으로 알려진다.
상상인저축은행과 같은 계열인 천안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6월말 24.44%에서 지난 6월 말 23.6%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상상인저축은행과 함께 아직도 79개 저축은행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자본적정성도 업계 최하위권이다. 지난 6월 말 BIS자기자본비율은 8.71%, BIS기준기본자본비율은 6.92%, 단순자기자본비율은 7.44%에 각각 불과하다. 지난 6월 말 부동산관련대출의 연체율은 부동산PF대출이 9.73%로 많이 낮아졌으나 건설업과 부동산업 연체율은 아직도 각각 53%및 54%에 달한다.
부동산PF 쪽만 당국 눈치 때문에 부실을 어느 정도 정리했을뿐 나머지 분야는 여전히 부실 요인들이 많다. 대손상각비는 작년 상반기 491억원에서 올 상반기 157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상상인저축은행처럼 파생상품평가이익이 크게 늘지 못해 올 상반기 영업적자는 107억원으로, 여전히 영업적자 상태에 머물러있다. 작년 상반기 영업적자는 410억원이었다.
경북 구미 소재 라온저축은행도 지난 6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2.29%로 79개 저축은행들 중 세번째로 높았다. 1년 전 20.62%에 비해 약간 더 높아졌다. 대출-예금-자산을 많이 줄이고, 부동산PF대출 연체율도 0로 만들었지만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이 각각 52%, 20%로,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부실을 많이 줄여 대손상각비가 작년 상반기 61억원에서 올 상반기 0로 크게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9900만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작년 상반기 64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 규모는 크게 줄었다.
경남 통영 소재 소형 저축은행인 조흥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작년 6월 말 17.83%에서 지난 6월 말 18.23%로, 소폭 증가했다. 이 저축은행 역시 그동안 부실을 대거 정리했는데도 연체율이 부동산PF대출이 17%, 부동산업대출이 38%에 각각 달할 정도로 여전히 부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손상각비도 작년 상반기 38억원에서 올 상반기 48억원으로 더 늘어 영업적자는 같은 기간 26억원에서 27억원으로 1억원 더 증가했다. 인천(6월말 고정이하여신비율 15.89%)-광주 동양(13.30%)- 키움예스(12.04%)- 부산 BNK(11.41%)- 춘천 CK(10.15%) 저축은행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광주 동양저축은행의 경우 이들 중에서도 상태가 더 심각해 보인다. 결손과 자본잠식 상태에다 대출-예금-자산이 크게 줄면서 올 상반기 영업수익(매출) 131억원에 13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보다 영업적자규모가 더 크다. 대손상각비가 작년 상반기 158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157억원에 달한 영향이 크다.
부실 정리를 계속 세게 하다보니 매출 규모보다 영업적자나 대손상각비 규모가 더 커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부실을 모두 정리하더라도 영업자산을 다시 늘려 영업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이는 저축은행이다.
춘천 CK저축은행의 경우 그동안 부동산관련 부실이 거의 없어 아주 양호한 저축은행이었으나 최근 1년 간 갑자기 부실이 많이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작년 6월 말 2.65%에서 지난 6월 말 10.15%로 껑충 뛰었다. 다만 부동산관련 대출의 연체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보아 부동산 이외 영세사업자나 가계 대출 등에서 부실이 갑자기 많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작년 말과 올 상반기에 걸쳐 상상인 및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과 구미 라온, 파주 안국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특히 부실이 많아 상황이 극히 좋지 않은 저축은행들에 대해 6개월 이내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을 강제한 조치다.
이 중 3개 저축은행은 여전히 헤매고 있으나 파주 안국저축은행만은 부실 여신과 대손상각비가 크게 줄면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이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6월 말 31.02%에서 지난 6월 말 12.21%로, 20%포인트 가량 크게 떨어졌다.
작년 상반기 172억원에 달했던 대손상각비도 올 상반기 0로 급감하면서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169억원 적자에서 16억원 흑자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크게 줄어든 대출과 예금, 자산을 다시 늘려 얼마나 영업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만이 향후 관건이다.
웰컴- 분당 페퍼- OSB- IBK- KB- NH- 하나- 모아- 민국- 부천 키움- 스카이- 푸른- 부산 솔브레인- 창원 SNT- 전주 삼호- 부산 국제- 드림- 평택- 대한- 부천 영진- 안양 부림- 대구 유니온- 부산 흥국- 부산 동원제일- 대구 MS- 광명 융창저축은행 등은 여전히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기는 하지만 1년 전에 비하면 그래도 이 비율이 다소라도 하락한 저축은행들이다.
이 중 분당 페퍼- 부산 솔브레인- 부천 영진- 창원 SNT- 대구 MS- 부산 동원제일- 대구 유니온- 서울 스카이저축은행 등의 지난 1년간 고정이하여신비율 하락폭은 5%포인트가 넘는다.
특히 한때 전국 최고 부실여신비율을 자랑(?)했던 솔브레인저축은행의 이 비율은 1년 전 43.11%에서 지난 6월 말 18.06%로, 무려 25.05%포인트나 떨어졌다. 아직 결손과 자본잠식상태이긴 하나 대손상각비 급감으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여전히 과다한 부동산대출 관련 연체율
한때 단골 부실 저축은행들 중 하나였던 외국계 저축은행 페퍼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년 전 19.45%에서 지난 6월 말 12.98%로 많이 떨어졌다. 대손충당금을 감안한 순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12.62%에서 7.3%로 많이 하락했다.
부실을 대폭 정리하는 바람에 대출과 예금, 자산 감소율도 전국 최상위권이다. 지난 1년 간 대출 감소율이 29%, 예금 감소율이 24%에 각각 달한다. 작년보다는 감소율이 완화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감소폭이 크다.
다만 이 저축은행의 손실위험도가중여신비율은 지난 6월 말 29.68%로 여전히 업계 최상위권이다. 그동안 부실대출 등을 크게 줄였는데도 위험해 보이는 부실여신들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말 연체율을 보면 부동산PF대출이 27%, 건설업대출이 18%, 부동산업대출이 16%에 각각 달한다.
대출 등 자산을 크게 줄이다보니 영업수익도 작년 상반기 1698억원에서 올 상반기 1277억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손상각비가 873억원에서 466억원으로 같이 많이 감소한 덕에 영업적자는 같은 기간 837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많이 줄었다.
부실과 대손상각비 등을 크게 줄이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저축은행도 너무 영업자산 등이 많이 줄어 영업력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저축은행도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페퍼저축은행의 올 상반기 대출-자산-예금 잔액 추이
한편 시장금리 하락추세에 따라 올 상반기 평균 예금금리는 내리면서도 평균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리는 저축은행들도 웰컴저축은행 등 25개에 달했다.
웰컴-애큐온-페퍼-상상인-상상인플러스-신한-HB-JT-JT친애-고려-다올-더케이-동양-동원제일-드림-세림-솔브레인-안국-MS-예가람-오투-조흥-대구 참-청주-흥국저축은행 등이다. 상당수가 부실대출비율이 높거나 아직 부실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해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저축은행들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부실 정리 과정에서 대손상각비 등으로 적자 요인이 커지자 이를 보충하기위해 다소간의 무리를 무릎쓰고서라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경우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부실정리 과정에서 대출이나 예금, 자산을 모두 계속 줄이는 저축은행들이 아직도 다수인데 비해 올 상반기 중에 이미 대출-예금-자산 잔액이 모두 늘어난 저축은행들도 28곳에 달했다.
SBI-웰컴-애큐온-JT-JT친애-바로-고려-대백-대한-더케이-부림-광주 스마트-전주 스타-창원 SNT-부천 영진-예가람-구미 오성-오투-부산 우리-청주 우리금융-유안타-인천-조은-진주-청주-푸른-한화-흥국저축은행 등이다. 일부는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리는 저축은행들과 겹친다.
업황이 거의 정상화돼 대출 등 영업자산과 예금을 다시 늘리는 저축은행들이 다수라고 볼 수 있고, 나머지 겹치는 저축은행들은 아직 경영이 완전히 정상화되지는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대출과 예금을 늘리고 있는 경우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