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 류광지 회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금양이 지난 6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사로부터 4500억 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받는다고 했으나 납입일이 최근 5번째 또 연기되었다.

유상증자 연기 대신에 회사 운영에 필요한 최소 자금인 405억 원만 우선 단기 차입금 형식으로 사우디 기업으로부터 빌린다고도 했으나 지난 3일에는 이마저 연기한다고 밝혔다. 합쳐서 6번째 연기인 셈으로, 상장사로서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금양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에서 이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오는 12월24일로 또 연기한다고 밝혔다.

금양의 3자배정 유상증자 5번째 연기후 새 납입일 공시


지난 6월 첫 유상증자 계획 발표 당시 납입일은 8월2일이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지난 9월3일로 한차례 연기했고, 9월3일이 가까워오자 다시 9월17일로 연기했다. 9월17일이 가까워지자 다시 10월17일, 10월17일이 가까워오자 11월28일로 연기했는데, 또 다시 12월24일로 연기한 것이다. 이번으로 5번째 연기다.

이번에는 연기에 대한 특별한 설명도 없었다. 대신 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 사우디 기업인 SKAEEB TRADING & INVESTMENT CO., LTD.으로부터 단기차입금 405억원을 12월3일까지 차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막상 12월3일이 되자 이 단기차입 실행도 연기한다며 투자사의 송금절차 상의 문제로 실행되지 못했다고 지난 3일 정정공시했다. 추후 단기차입이 실행되는 날에 정정공시하겠다고도 밝혔다. 유상증자와 단기차입금 등 하는 공시마다 연기와 정정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금양의 단기차입 연기공시


계속되는 납입일 연기로, 2차전지 공장 준공 일정, 납품계획 등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장의 신뢰도 추락이 우려된다.

한때 2차전지주의 ‘아이콘’으로 각광받던 금양은 거듭된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회사 자금이 고갈 위기에 놓이자 지난 6월 보통주 1300만 주, 상환우선주(RPS) 1400만 주를 발행하되 이를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스카엡 T&I(SKAEEB TRADING & INVESTMENT CO., LTD)가 전량 인수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총 4050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증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 중 2500억 원은 부산 기장지역에 건설 중인 2차전지 배터리 공장 준공에, 나머지 1550억 원은 원통형 배터리 설비 투자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금양은 이 자금으로 올해 말까지 기장 드림팩토리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 1월 2170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 완료해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 원통형 배터리를 본격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계속 연기되며 이같은 금양의 계획도 순차적으로 미뤄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금양의 지난 3일 단기차입금 실행 연기 설명 공시


벌써 6번째나 투자금 및 단기차입금 입금이 미뤄지자 관련업계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우디 투자자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과 회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금양 공시자료를 자세히 보면 ‘스카엡T&I’란 사우디 기업의 실체 부터가 의문 투성이다. 공시에는 이 사우디 기업의 대표이사이자 100% 대주주가 ‘AL SHEHRI, ALI FAIZ S.’란 인물이고, 이 회사는 지난 3월19일 자본금 1억원으로 신설된 법인이란 사실 외에 다른 재무관련 자료 공시가 일체 없다. 7개월 전 설립된 신설 법인이이서 재무자료가 없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만 붙여놓고 있다.

신주 발행가도 이상하다. 유상증자를 할 때 보통 투자자들은 신주 발행가에 할인 혜택을 받고 들어온다. 특히 기존 주주의 경영권을 침해할지 모르는 3자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10%로 할인 제한 폭이 설정되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3자배정 유상증자에는 할인이 아니라 50%가 넘는 할증가로 신주 발행가가 매겨져 있다. 신주 발행가는 보통주든 RPS든 모두 주당 15000원으로, 기준주가 9900원보다 51.5%나 비싸다.

RPS 발행조건 중 납입일 하루 후인 12월25일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당장 가능하다는 조항은 더 이상하다. 증자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납입하자말자 바로 조기상환하라고 사우디 기업이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역시 정상적인 RPS라면 극히 보기 어려운 아주 이례적인 조항이다.

금양 손익계산서


금양은 2차전지 관련 주가가 폭등세이던 수년 전부터 각종 ‘뻥튀기’ 공시로 자주 물의를 일으켰던 상장사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와 올해 반기보고서 모두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 ‘의견 거절’을 받아 현재 주식거래가 정지돼 있다.

회계감사인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회사 작성 재무제표상으로도 금양의 재무나 영업 상황은 크게 좋지 않다.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이 회사의 만기 1년 이내 유동부채는 7120억원으로, 1년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 669억원보다 무려 6451억원이나 더 많다. 단기부채를 갚을 능력(유동성)부터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쌓아둔 이익은 한푼도 없어 누적 결손도 2504억원에 달한다. 올 1~9월 연결 매출은 811억원으로, 전년동기 1165억원에 비해 30%나 줄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도 각각 390억원, 558억원에 이른다. 일부 2차전지 관련기업들은 올들어 영업실적이 다소 호전되고 있지만 금양은 그런 조짐이 아직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