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 최대주주인 류광지 대표이사 회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2차전지 관련 주가가 폭등세이던 수년 전부터 각종 ‘뻥튀기’ 공시로 자주 물의를 일으켰던 상장사 금양이 이번에는 사우디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유상증자를 받기로 했다고 해놓고선 그 납입일을 벌써 세 차례나 연기하는 바람에 또 논란을 빚고 있다.

금양은 지난 17일 납입 예정이던 405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오는 10월17일, 한 달 뒤로 다시 연기한다고 17일 공시했다.

지난 6월 첫 유상증자 계획 발표 당시 납입일은 8월2일이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지난 9월3일로 한차례 연기했고, 9월3일이 가까워오자 다시 9월17일로 연기했다. 17일이 가까워지자 또 다시 10월17일로 연기한 것이다. 이번이 세번째 연기다.

금양의 지난 17일 3자배정 유상증자 일정변경 관련 공시


금양은 거듭된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회사 자금이 고갈 위기에 놓이자 지난 6월 보통주 1300만 주, 상환우선주(RPS) 1400만 주를 발행하되 이를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SKAEEB TRADING & INVESTMENT CO., LTD’(스카엡T&I)가 전량 인수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총 4050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증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 중 2500억 원은 부산 기장지역에 건설 중인 2차전지 배터리 공장 준공에, 나머지 1550억 원은 원통형 배터리 설비 투자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증자 자금 납입이 세번째 연기되자 금양은 17일 회사 게시판에서 "투자금 납입을 받기 위해 담당 임원이 스카엡T&I와 매일 통화·미팅을 이어왔지만 당사 계좌로 납입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투자사가 반드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는 해외 송금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행정적 절차와 금융 시스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첫 연기 당시에도 “해외 송금에 필요한 행정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지만 자금 규모가 크다 보니 은행 내부 승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지연이 있었다”고 일부 언론에 설명한 바 있다.

행정 절차는 8월에 모두 마무리됐다고 해놓고선 다시 행정 절차와 은행 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기 후에도 일부 언론에는 “사우디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긴 했으나 당좌수표 형태여서 현금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자에 들어오겠다는 사우디 투자자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과 회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사전에 충분히 준비했어야 할 대규모 투자 건이 단순 송금이나 절차 문제로 세번이나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 자체부터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양의 3자배정 유상증자 개요

금양의 공시자료를 보면 ‘스카엡T&I’란 사우디 기업의 실체 부터가 의문 투성이다.

공시에는 이 사우디 기업의 대표이사이자 100% 대주주가 ‘AL SHEHRI, ALI FAIZ S.’란 인물이고, 이 회사는 지난 3월19일 자본금 1억원으로 신설된 법인이란 사실 외에 다른 재무관련 자료 공시가 일체 없다. 6개월 전 설립된 신설 법인이이서 재무자료가 없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만 붙여놓고 있다.

금양 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참여한다는 사우디기업 관련 공시들


신주 발행가도 조금 이상하다. 유상증자를 할 때 보통 투자자들은 신주 발행가에 할인 혜택을 받고 들어온다. 특히 기존 주주의 경영권을 침해할지 모르는 3자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10%로 할인 제한 폭이 설정되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3자배정 유상증자에는 할인이 아니라 50%가 넘는 할증가로 신주 발행가가 매겨져 있다. 신주 발행가는 보통주든 RPS든 모두 주당 15000원으로, 기준주가 9900원보다 51.5%나 비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2차전지 기업과 달리 한국 업체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암담한 업황이나 업황 전망이 지배적인데,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서라도 4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과연 어떤 기업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신주발행가 공시


RPS 발행조건 중 납입일 하루 후인 10월18일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당장 가능하다는 조항도 눈길을 끈다. 4050억원 중 2100억원은 납입하자말자 바로 조기상환하라고 사우디 기업이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역시 정상적인 RPS라면 극히 보기 어려운 아주 이례적인 조항이다.

금양 RPS의 풋옵션 행사조건

금양은 지난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 ‘의견 거절’을 받아 현재 주식거래가 정지돼 있는 상태다. 올 상반기에도 회계감사인으로부터 반기 검토 ‘의견 거절’을 받았다. ‘의견 거절’은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를 도저히 믿기 어렵거나 회사의 비협조로 재무제표 확인이 어려울 때 외부 회계감사인들이 흔히 내리는 조치다.

회계감사인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회사 작성 재무제표상으로도 금양의 재무나 영업 상황은 엉망이다.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이 회사의 만기 1년 이내 유동부채는 7046억원으로, 1년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 786억원보다 무려 6260억원이나 더 많다. 단기부채를 갚을 능력(유동성)부터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쌓아둔 이익은 한푼도 없어 누적 결손도 2327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매출은 584억원으로, 전년동기 761억원에 비해 23%나 줄었고, 올 상반기 영업손실과 반기순손실도 각각 255억원, 355억원에 이른다. 영업손실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더 커졌다.

이런 상황이어서 3자배정 유상증자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 자금이 어려울때마다 최대주주 류광지 회장이 3자배정 유상증자나 자기 지분 무상증여, 대여금 출자전환 등의 방식으로 긴급 수혈을 해주어 위기를 모면해 왔다. 올들어서는 그것도 어려워져 이렇게 사우디 자금까지 끌어들이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류 회장은 과거 각종 호재성 발표로 금양 주가가 크게 오를 때마다 자기 지분을 대거 팔아 거액 차익을 챙겼고, 이 돈을 금양에 대여하기도 했다. 금양 주가가 떨어지면 류 회장과 개인 회사들은 다시 금양 주식을 대거 사모으는 방식으로 재테크(?)를 해왔다고 한다.

작년 초 금양 주가가 좋았을 때에도 류 회장은 지분 4.55%를 매각, 2439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때 류 회장의 지분 매각 및 평가차익이 수조원대에 이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번 돈을 회사에 이따금씩 다시 재투입해왔던 것이다.

금양의 연결기준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원래 금양은 2차전지와는 큰 관련이 없던 부산 소재 발포제 전문기업이었다. 한때 발포제시장 전세계 1위라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발포제 하나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어 탈출구를 고심하던 차에 마침 전기차와 2차전지 붐이 일자 류 회장과 금양은 2022년 무렵 갑자기 ‘2차전지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밧데리아저씨’로 유명했던 박순혁씨가 한때 이 회사 임원으로 몸담으며 홍보를 도왔다. 금양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삼성SDI 등도 아직 개발을 못했다는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도 큰 소리쳤다. 리튬 채굴에 직접 나서겠다며 콩고에 이어 몽골 진출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2021년까지 수천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한때 20만원선에 육박했다. 주가가 조금 하락하기만 하면 또 다른 호재성 발표들이 이어졌다. 회사와 오너가 주가 관리를 잘 해주어서 그런지 다소 터무니없어 보이는 발표들에도 금양 주식을 지금도 갖고 있는 소액 투자자들이 23만명(6월 말 기준)이 넘는다. 소액투자자 지분율도 72%에 이른다.

그래서 금양과 금양 주식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과연 부산의 작은 중견기업이 무슨 돈이 있어 SK도 아직 쩔쩔 매는 배터리사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리튬광산이나 2차전지 생산 공장의 실체는 과연 있기나 한가’하는 의문들이었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수소연료전지사업까지 신사업에 추가했다.

실제 배터리사업 진출 선언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미미하다. 부산 사상구 본사의 2차전지사업 드림팩토리1의 올 상반기 가동율이 21%라고 했지만 올 상반기 연결기준 배터리 소재 매출은 5억원, 2차전지 매출은 1억원 남짓에 각각 불과하다.

금양의 부산 기장 제2공장 건설 현장


다만 2차 전지 원통형 배터리 대량 생산을 위해 부산 기장에 짓고 있다는 부산 드림팩토리2가 계속 건설 중인 것은 팩트인 것 같다. 회계장부상 건설 중인 자산은 작년 초 1226억원에서 지난 6월 말에는 7148억원으로 늘어나 있다. 각종 사진으로도 이 공장의 실체는 점점 완성형에 가까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공장을 완공, 양산체제에 들어간다고 떠들었는데, 설비자금이 모자라 이번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장은 덜 지었지만 공시상 2차전지 제품 관련 수주는 이미 4건, 5790만달러에 달한다. 납기는 모두 2026년 말이다. 이 수주의 진위에도 의문이 많지만 진짜 수주라 하더라도 과연 내년 말까지 제품 인도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몽골 리튬광산 개발도 진짜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몽골 현지에 설립한 광산 자회사 MONLAA LLC.(지분율 60%)의 작년 매출은 19.7억원이고, 당기순손실은 366억원이라고 작년 금양 사업보고서는 밝혔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금양 전체의 연결기준 자원개발 매출은 0로 나와 있다. 어느 통계가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이래서 외부 회계감사인도 감사의견을 거절했는지 모른다.

금양 반기보고서는 또 21700, 4695 원통형 리튬 이차전지를 개발 완료하고, 생산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장 공장이 완공되면 양산에 들어간다는 그 배터리다. 하지만 이 원통형 배터리의 기술력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금양의 원통형 배터리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벌써 수많은 대기업들이 금양 투자에 달려 들었을 것이다.

금양 3자배정 유상증자 자금의 사용목적


실체가 의심받거나 다소 황당해 보이는 보도자료나 공시 등에 주로 의존하는 금양의 홍보스타일도 여전해 보인다. 작년 가을 장래사업·경영계획을 거짓 또는 잘못 공시했다는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23년 5월 몽골 광산개발업체 몽라(MONLAA)의 지분 취득을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와 관련해, 금양이 몽골 광산의 실적 추정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논란에 따른 것이다.

당시 금양은 몽라 투자로, 1년 후인 2024년이면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1609억원을 거둘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해당 공시 다음 날 금양 주가는 18.12% 급등했다. 하지만 금양은 1년 반 후인 작년 10월27일 정정 공시를 통해 종전 실적 전망보다 크게 쪼그라든 작년 매출 65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제시했다.

실제 금양 사업보고서 상의 작년 이 광산업체 매출은 19.7억원, 당기순손실은 366억원이었다. 1년 전의 대형 부풀리기 뿐 아니라 불과 두 달 후 드러날 실적까지 이렇게 부풀린 것이다. 이것도 올 상반기 자원개발 매출이 0라는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 통계도 있는 것으로 보아 진짜 맞는 통계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식의 보도자료나 공시들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주가가 떨어질만 하면 나중에 맞든지 말든지 장밋빛 호재 발표로 주가를 올린 후 지분매각 차익 등으로 오너나 회사 자금을 마련하는 스타일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보면 금양의 배터리사업은 접는게 맞아 보이지만 그동안 올린 주가차익과 공장 신설투자, 23만 소액투자자 등을 생각하면 쉽게 포기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금양 배터리사업 실체나 전망에 관한 판단은 투자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