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롯데그룹은 수익성이 낮고 커버리지 지표도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그룹 차원의 실질적·구조적인 자구노력이 필요하고, 신세계그룹은 계열분리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제 분리시 이마트그룹(가칭) 부문의 재무부담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화그룹은 방산 부문에 이익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보다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 요구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한기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차입금 의존도 등 5가지 주요 재무지표의 등급별 중앙값을 기준으로 국내 10대그룹의 재무지표 수준을 비교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한기평의 국내 10대그룹 재무지표 종합평가(한기평 정리)
보고서에 따르면 비교 결과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종합적으로 재무지표가 가장 우수한 최상위그룹으로 평가되었다. 삼성그룹은 전 지표가 AAA급 수준에 위치했고, 현대차 그룹은 작년 EBIT(이자-세금반영전 영업이익)/매출(6.9%)은 삼성에 비해 낮으나 대부분 지표가 AAA급 수준을 기록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지표 차상위그룹에는 SK-포스코-HD현대-LG그룹이 선정되었다. SK그룹은 레버리지(부채) 지표는 좋지 않은 편이지만 수익성과 커버리지(재무적 위험수용력) 지표가 탁월했고, 포스코그룹은 수익성과 커버리지는 낮지만 재무구조가 견고했다.
HD현대는 차입부담이 낮아 차입금의존도 및 순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 지표가 강점으로 작용했다. LG그룹은 수익성과 EBIT/금융비용 지표는 좋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차입부담으로 재무적 위험수용력(커버리지)이 양호했다.
나머지 10대 그룹 중 CJ그룹은 수익성은 양호하지만 높은 레버리지(부채)로 인해 상위 그룹 대비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중하위 그룹으로 분류되었다. 롯데-신세계-한화그룹은 재무지표 하위그룹으로 분류되었다.
롯데와 신세계그룹은 수익성·레버리지·커버리지 지표 모두 미흡한 반면 한화그룹은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나 레버리지와 커버리지 지표가 좋지 않았다.
이마트의 연결기준 재무지표 요약(한기평 정리)
신세계의 경우 계열분리를 가정하면 신세계 부문은 계열분리 후에도 견조한 재무구조와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마트 부문은 여전히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소비 환경이 여전히 비우호적인 가운데 경쟁력 회복을 위한 투자부담 확대 가능성도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낮은 (이마트 부문의) 수익성이 재무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화그룹에 대해서는 작년 그룹 매출의 약 39%를 차지하는 케미칼과 신재생 부문이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영업이익의 80%가 화약·방산 부문에 집중되는 등 이익 쏠림이 심화되었다고 밝혔다. 방산 실적이 둔화될 경우 재무부담 우려가 재부각될 수 있는 만큼 케미칼 부문 자구노력 등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와 재무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0대그룹의 부채성 자금조달 규모(한기평 정리)
보고서는 또 재무부담이 클수록 부채성 자금조달 의존도가 확대되는 경향도 이번에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부채성’ 자금조달 또는 ‘비차입성 부채’란 실질적으로 차입인데도 재무제표상 부채 혹은 차입금으로 인식되지 않는 각종 신종 자금조달 방식들을 말한다.
신종자본증권이나 최근 유행하는 PRS(주가수익스왑) 거래, 구매카드-당좌수표-조세채권 유동화, RCPS(상환전환우선주) 같은 자본성 자금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보고서는 이런 조달 수단은 구조적으로 금융부채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회계기준 변경이나 금융시장 경색 시 차환 여력이 저하될 수 있고, 투자성과가 부진할 경우 자금유출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을 제외한 최상위 및 상위그룹은 부채성 자금조달 활용이 미미한 반면 중하위와 하위그룹들은 부채성 자금 조달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산·자본·총차입금 대비 부채성 자금조달 비중은 CJ그룹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은 SK-한화-롯데-신세계 그룹 순으로 나타났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TRS및 부채성 자본조달 내역(한기평 정리)
SK그룹은 재무지표 비교 상위그룹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성 자금조달 규모가 13.5조원에 달해 부채성 자금조달 활용도가 높았다. SK그룹은 계열사별 이익규모와 재무안정성의 차이가 크고, 이차전지 등 대규모 투자와 실적 부진 계열사 지원에 부채성 자금조달을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SK그룹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의 기여도는 절대적이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그룹 전체 영업이익률이 2.5%(24년 기준)에 불과하며, EBIT/금융비용 배율도 0.9배로, 이자부담 여력이 취약하다.
재무구조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부채비율은 165.2%, 차입금의존도는 41.1%까지 상승해 그룹의 재무안정성이 사실상 SK하이닉스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SK그룹 실적에서 하이닉스 실적을 제외했을 경우(한기평 정리)
SK하이닉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SK스퀘어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1%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7.4%) 등 기관투자자와 외국계 기관및 개인투자자 등에 분산되어 있어 그룹 차원의 절대적 지배력은 제한적이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자본적지출(CAPEX, 설비투자)은 큰 편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16.2조원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연평균 CAPEX는 13.9조원, 배당금 지급액 1조원이다. 연평균 FCF(잉여현금흐름, 영업에서 번 돈에서 설비투자, 배당 등을 제외한 금액)는 약 1.3조원 수준에 그쳤다.
이같은 지분구조와 자체 자금소요로 인해 SK그룹이 SK하이닉스 영업에서 창출된 자금을 타 계열사들에 활용하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화학-이차전지-건설 등 비우호적 사업환경에 처한 계열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이나 PRS 등 부채성 자금조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또 지주사 SK의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중 약 6778억원 규모의 일부 거래는 차입거래로 분류된 것으로 파악되나 이외 대부분의 조달은 차입거래로 인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신종자본증권 역시 모두 자본거래로 분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레버리지 지표를 평가할 때는 차액정산계약과 부채성 자본증권에 대한 상환부담이 상당 수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룹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유화학·2차전지 포함 에너지 부문의 실적 개선을 통해 이익 구조를 분산시키고, 부진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