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차기 대선 초기 국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反)이재명 빅 텐트(big tent)’론이 본격 분출하고 있다.

‘빅 텐트’란 대선 등에서 다양한 노선의 세력들이 연대해 한명의 단일 후보를 내는 전략을 말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물론 범 보수랄 수 있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새미래민주당의 이낙연 전 총리 등이 모두 한 텐트 아래 모여 단일 후보를 내자는 구상이다.

필요하면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까지 모두 연대하자는 취지다. 물론 초반 독주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권을 저지한다는 공동 목표하에서다.

이 구상은 지난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처음 꺼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분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 텐트를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민주당)·정몽준(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사례를 벤치마킹 중이라고 했다. 당시 정 후보를 꺾고 단일 후보로 나선 노 후보는 지지도가 앞섰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홍 전 시장은 “당시 이회창 후보는 지금의 이재명 전 대표보다 지지율이 높았다”며 “1강(强) 후보라도 대통령감으로 적절하지 않을 땐 (국민의 선택이) 50일 만에 뒤집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15일에도 SBS 라디오에 나와 "개혁신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반 이재명 세력도 같이해야 (이재명 후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금은 국민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쏠려 있어서 반 이재명 텐트를 만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후보 단일화는 경선이 아닌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범보수 후보 지지도 1위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15일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反) 이재명 빅텐트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며 "과거에도 보면 노무현-정몽준, 또는 DJP(김대중-김종필), 또 여러 가지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그러나 "경선 기간인데 당의 경선이 좀 어렵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당내 경선이 끝나고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고 경선이 컨벤션 효과 때문에 상당한 정도로 부흥,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이 끝나는 5월3일 이후 한번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CBS라디오에 나와 '빅텐트론'과 관련, "원칙적으로 보수 진영의 많은 분과 연대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우리 당의 경선 자체를 희화화하는 방식의 (단일화 등 연대를) 전제하는 거라면 찬성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같은 빅텐트론이 현재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덕수 대행 추대론이 기존 대선 주자들의 반발에 주춤하자 대선 경선이 끝난 후 아예 한덕수 대행과의 후보 단일화를 넘어 이 전 대표 집권에 반대하는 다양한 정치 세력을 최대한 규합해 이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견해들이다.

실제 한 대행도 수시로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며 국민의힘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이는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는 5월 3일을 전후해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선 도전에 나설 가능성까지는 열어놓은 것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같은 빅텐트론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나 오세훈 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 쪽은 참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반(反)이재명에 동의하는 정치 세력이 뭉쳐서 개헌 연정·연대를 구성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상은 여전히 구상일 뿐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우선 여야 정치권에선 “뭉쳤을 때 이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다”는 승산이 있어야 반명 빅 텐트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의힘 경선이 얼마나 성공하고, 또 한 대행 지지도도 어느 정도까지 상승세를 타느냐도 변수들이다. 한 대행은 지난 14일 발표된 리얼미터조사에서 전체 3위에 깜짝 오르고, 이재명 전 대표와의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도 범보수 후보들 중 가장 적은 격차를 보여 주목받았다.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가야 5월 초쯤 국민의힘 경선확정 후보와의 단일화나 빅텐트론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6·3 조기 대선까진 50일 밖에 남지 않아 반명 빅 텐트를 성사시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계엄·탄핵에 대한 찬반이나 개헌 등과 관련한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단기간에 단일 대오를 만들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 벌써부터 한 대행 추대론 때문에 열기가 식고 있는 국민의힘 경선이 과연 흥행에 성공할지 미지수이고, 한 대행 지지도도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특히 대선 레이스 완주 의사를 밝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최대 변수가 될것”이라며 “이 후보까지 포함되지 않는 빅텐트론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최근까지도 “연대나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은 대구·경북 분들을 위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