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환인제약이 동국제약, 진양제약, 경동제약 등과 보기 드물게 제약사 3곳과 자사주 맞교환을 한다. 맞교환 목적은 4사 모두 전략적 제휴 및 파트너십 구축과 사업협력 관계 강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보유하던 자사주를 갑자기 맞교환하는 점 등으로 볼 때 임박한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을 피하면서 상호 우호지분 구축 목적도 다분히 있어 보인다. 경영권 분쟁 등 유사시 서로 우호 지분 역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사 간 자사주 맞교환의 중심 축은 환인제약이다. 환인제약은 지난 11일 공시에서 보유 자사주 233만3천주(12.54%) 중 131만6889주(7.08%, 154억원)를 이번 맞교환 대상으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동국제약에 자사주 60만주를 주고, 동국제약 자사주 37만1987주를 받기로 했다. 교환금액은 양사 똑같이 70.38억원씩이다. 또 진양제약에는 자사주 31만6880주를 주고 진양제약 자사주 70만주를 받는다.
진양제약은 이 맞교환 외에 자사주 20만4391주를 장외처분(처분상대 신정일)한다고도 공시했다. 진양제약은 맞교환과 장외처분으로 보유 자사주 전량 90만4391주(6.4%)가 모두 없어진다. 두가지 방식을 합친 처분금액은 48억원이다.
환인제약은 또 경동제약에는 40만주를 주고 경동제약 자사주 77만4257주(2.5%)를 받는다. 양사 교환금액은 똑같이 46.92억원. 4사간의 상호 맞교환 금액은 서로 똑같아 주식 양수도 대금은 상계처리하고, 별도의 현금 교부는 없다고 4사는 설명했다.
자사의 자사주 계좌에서 처분 상대방 회사 증권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방식이다. 맞교환 일자는 모두 12일이고, 맞교환가격은 모두 11일 종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동국제약의 이 맞교환 전 자사주 보유량은 49만1680주 1.09%였다. 맞교환으로 0.82%가 없어지고 0.27%만 남는다. 동국제약은 원래부터가 자사주가 많지 않던 제약사다.
하지만 환인제약(12.54%), 진양제약(6.4%), 경동제약(12.38%) 등은 이 처분 전에도 자사주 보유량이 많던 제약사들이다.
특히 환인제약의 경우 지난 9월 말 기준 이광식 대표이사 회장의 지분은 20%, 이원범 대표이사 사장이 3.27%였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합계가 23.27%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연금이 5.61%, 피델리티펀드가 5.64%를 갖고있고, 소액주주 비율도 32.33%에 달한다. 이같은 최대주주 등의 취약한 지분율 때문에 회사 돈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12.54%나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이나 행동주의펀드 등의 공격 대비용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번 자사주 맞교환으로 환인제약이 3사에 건네준 자사주는 유사시 환인제약 우호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사주가 이전까지 12.38%나 됐던 경동제약의 경우도 류기성 최대주주 지분율은 17.51%에 불과하다. 소액주주 비율은 34.68%다.
이번 맞교환과 장외매각으로 진양제약은 자사주가 모두 없어진다. 반면 환인제약은 5.46%, 경동제약은 9.78%의 자사주가 여전히 남는다.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이 임박하면서 이날도 이들 4사외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처분 또는 ‘자사주 탈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녹스첨단소재와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을 공시했다. 자사주 소각의무화 입법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8월 이후 72번째와 73번째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 공시다.
유진테크는 이날 자사주 30만주(1.31%)의 시간외대량매매 방식 매각을 공시했다. 미원화학은 자사주 160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하고, 5148주는 우리사주조합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천보는 자사주 1914주를 임직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반면 DMS와 토비스, 서진시스템 등 3사는 각 111만6890주, 77만9797주, 40만8870주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정부와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할 자사주 처분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