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유화 장홍선 회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극동유화그룹 모기업 격인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극동유화가 지난 21일과 24일 잇따라 최대주주 교체 공시를 해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극동유화 최대주주인 장홍선(85) 대표이사 회장은 보유 중인 극동유화 지분 전량(21.62%)을 특수관계자인 고진모터스와 이에스애드, 크리테이셔스 3곳에 양도하는 양도계약을 체결했다. 3사가 각 6%, 8.21%, 7.41%씩 나누어 인수한다.

양도금액 297억원에 주식 양도일은 지난 21일, 결제일은 25일이다. 양도 후 극동유화 최대주주는 장선우(50) 극동유화 공동대표로 바뀐다고 회사는 밝혔다. 장선우 대표는 장 회장의 2남1녀 중 막내이자 차남이다.

극동유화의 24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


지난 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면 장홍선 회장 21.62%, 장선우 대표 8.92%, 장 회장 장남인 장인우(54) 고진모터스-선인자동차 대표이사 1.29%, 장 회장의 장녀인 장인주씨(52) 4.96%, 계열사인 우암홀딩스 2.14%, 세영티엠에스 2.41%, 제이제이인터내셔날 0.17% 등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합계가 41.52%다.

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8.75%, 소액주주들이 40.71%를 들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조현범 회장은 장인우-장선우 형제와 절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분 매각 전까지 재계에선 극동유화그룹의 후계구도가 모기업 극동유화를 비롯한 관련계열사들은 차남 장선우 대표가, 또 고진모터스와 선인자동차 등 수입차 계열사들은 장남 장인우 대표가 맡는 것으로 이미 교통정리가 됐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극동유화 주주들간의 지분율 변경 내역(24일 기준)


실제 극동유화 분기보고서를 보면 장선우 대표는 모기업 극동유화에서 아버지와 함께 공동 대표이사일 뿐 아니라 케이디탱크터미널, 케이앤디에너젠(공동대표), 극동산업, 극동케미칼과 신영(광서)치업유한공사 등 2개 중국 자회사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또 형이 장악했다는 고진모터스와 선인자동차에선 아버지와 함께 등기이사 직을 갖고 있다. 세양물류, 우암홀딩스, 제이제이인터내셔날, 우암건설, 세영티엠에스, 세종에이엠씨, 세영모빌리티 등 다른 계열사들에서도 등기이사(사내이사)다.

반면 형인 장인우 대표는 작년 말 기준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곳은 세영모빌리티 뿐이고, 자신이 맡는 것으로 알려진 고진모터스와 선인자동차에선 아버지 장 회장과 공동대표인 것으로 보인다. 세양물류에서도 작년 말 현재 장 회장과 공동대표다.

고진모터스 홈페이지의 장인우 대표 인사말과 얼굴사진


고진모터스-선인자동차의 작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명히 장인우 단독 대표로 나와있다. 고진모터스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장인우 대표 얼굴사진과 인사말이 떠있다. 하지만 상장사인 극동유화의 작년 사업보고서나 올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장홍선 회장이 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라고 나와있다. 두 회사에서 실질적으론 부자가 공동대표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시가 있어 확인되는 계열사 지분을 보면 장선우 대표가 극동유화 8.92%, 투자업체인 우암홀딩스 5.67%, 기계류금형제작업체인 세영티엠에스 45%, 포드-링컨 수입차업체인 선인자동차 6.6%, 우암건설 69.53%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우암건설과 세영티엠에스는 사실상 장선우 개인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장인우 대표의 확인된 지분은 극동유화 1.29%, 우암홀딩스 5.67%, 선인자동차 18%, 세영모빌리티 13% 뿐이다. 극동산업, 극동케미칼, 세종에이엠씨, 제이제이인터내셔날, 우암에프앤비 등은 회사 규모가 작아 그런지 아직 감사보고서도 없어 지분 확인이 되지 않는다.

‘그룹 주요 계열사는 장선우 대표 몫’이라는 항간의 소문처럼 동생 장선우 대표가 계열사 보직 수나 지분에서 확실히 형을 압도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장인우 대표 몫이라는 선인자동차도 작년 말 지분은 아버지 장 회장이 44%로 확실한 제1대주주이고, 장인우 대표는 18%에 불과하다.

장인우 대표가 단독대표로 나와있는 작년 말 고진모터스 감사보고서 기업개황


아우디 수입딜러사인 고진모터스는 작년 감사보고서에서 주주현황을 ‘장홍선 및 특수관계자’라고만 밝히고 대주주별 지분현황은 공시하지 않았다. 이 회사만 주주별 지분율 공시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장홍선 및 특수관계자’라고 표기한 걸로 보아 이 회사에서도 최대주주는 장인우가 아니라 장홍선 회장으로 추정된다.

또 장인우 대표가 공동이든 단독이든 대표이사를 맡고있는 계열사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영업이나 재무상태가 썩 좋지 않다. 고진모터스나 선인자동차 모두 독일차나 일본차들에 밀려 현재 고전 중이다. 특히 고진모터스는 결손에 지속적인 매출 감소, 영업적자 및 순손실 지속 등을 겪고있다.

세양물류도 작년 말 자산과 매출은 각각 362억원, 99억원에 불과하고 자본잠식에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포르쉐자동차 딜러인 세영모빌리티도 결손과 완전자본잠식에 영업적자와 순손실이 지속되는 업체다. 아버지가 좋아하기 어려운 영업실적들이다.

극동유화 분기보고서상의 임원겸직 현황


이런 상황 때문인지 지난 21일 장 회장이 극동유화 지분 전량을 3개 계열사에 매각한다는 공시가 나오자 많은 재계 관계자들은 ‘장선우 대표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까지 몰아주려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장선우 승계 굳히기’라는 해석도 없지 않았다.

실제 그런 것인지는 장 회장 지분을 인수해간 3사의 정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장 회장 지분 6%를 사 간 고진모터스는 앞에서 언급했듯 주주들 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 회장이 최대주주이고, 장인우 대표는 2대주주 쯤으로 추정되지만 장인우 대표가 최대주주가 아니어서 그가 장악한 개인기업이 아닌것은 확실하다.

장 회장 지분 8.21%를 인수한 이에스애드란 업체는 정체부터가 불분명하다.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서 이에스애드를 클릭하면 제이에스애드컴이라는 광고업체로 바로 연결된다. 제이에스애드컴의 주주는 장봉기란 인물로,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제이에스애드컴은 또 현재 결손상태에 작년 매출은 36억원에 불과하고 적자가 지속되는 작은 업체다. 이런 업체가 어떻게 113억원을 들여 장 회장의 극동유화 지분 8.21%를 인수했는지 의문이다. 재평가잉여금 200억원이 있어 그걸 활용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제이에스애드컴(이에스애드)의 결손, 매출(영업수익) 등


아무튼 이 회사가 장 회장이나 다른 자녀의 차명지분 업체라면 이해가 가지만 그게 아니라면 전모를 알기 어렵게 하는 회사다. 장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등재된 것으로 보아 극동유화 계열사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장봉기 최대주주가 장 회장 일가의 친인척일 가능성도 있다.

장 회장 지분 7.41%를 인수한 크리테이셔스란 기업은 감사보고서 자체가 없다. 아마 회사 규모가 너무 작아서일 것이다. 따라서 이 회사가 누구 회사인지, 재무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

고진모터스는 장 회장이 최대주주이지만 재무상태가 썩 좋지 않다. 또 나머지 두 회사는 정체가 불분명하고 작은 계열사들이다. 장 회장은 자금력 있는 멀쩡한 계열사들 다수를 놔두고 왜 이런 계열사들에게 지분을 팔았을까?

추정이지만 세 기업 모두 장 회장이 실제 최대주주일 가능성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개인적 급전 등이 필요한 장 회장이 자기 개인회사들에게 극동유화 지분을 모두 팔았다는 얘기가 된다.

고진모터스를 제외한 두 회사가 장선우 또는 장인우 회사일 가능성도 있다. 장선우 회사들이라면 아버지가 정말 장선우 대표를 확실히 밀어줘 그가 그룹 승계에 한발 더 다가서는 꼴이 된다.

그룹에서 가장 큰 계열사인 극동유화는 케이디탱크터미널, 세종이엠씨, 극동산업, 극동케미칼 등을 종속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을뿐아니라 세양물류 25%, 케이앤디에너젠 지분 50%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장인우 회사라면 장인우의 극동유화 실질 지분율은 16.94%에 달해 장선우를 제치고 역전(?) 기회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아무래도 희박해 보인다. 극동유화가 공시에서 장 회장의 지분전량 처분 후 최대주주는 장선우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장선우 대표가 지분율 현재 8.92%로, 장 회장 지분전량 처분후 개인대주주들 중에서 지분이 가장 많아 “변경 후 최대주주”라고 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다른 숨은 지분들을 망라할 경우 실질적 최대주주라서 이런 표현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회장 지분을 인수한 두 계열사의 정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이상 단정적인 판단은 어렵다. 장 회장이 두 아들 간의 경쟁구도를 계속 유지시키면서 자기 실속만 차렸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장인우 대표가 지난 2월4일부터 3월31일까지 개인자금 10억6678만원을 투입, 장내에서 극동유화 지분 31만주를 매입한 배경도 이 시점에 다시 주목된다. 이 장내매수로 그의 극동유화 지분율은 0.29%에서 1.29%로 높아졌다. 24일 공시에 따르면 장인우는 지난 10월 중 또 다시 지분을 장내매수, 지분율을 1.95%로 더 높였다.

그래봐야 동생 지분율에 여전히 한참 못 미치지만 분명히 숨은 의도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배당 잘 나오는 모기업 지분을 더 사들여 배당수익이나 더 올리자는 재태크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아버지나 동생에 대한 일종의 간접 의사표시일 가능성도 있다.

올해 만 85세인 장 회장의 연령 등으로 봤을 때 승계 등과 관련된 모종의 물밑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지분매각도 그 일환일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비록 두 아들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해지고 있는지는 아직 정확한 판명이 어렵지만...

극동유화 윤활유 공장(홈페이지)


한편 장홍선 회장은 한때 석유협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정유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64년 극동정유(현 현대오일뱅크)를 창업, 당시 현대그룹과 합작을 통해 회사를 키웠으며, 현대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았다.

장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고(故) 정신영 씨의 처남이며 정몽혁 현 현대종합상사 대표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고 정신영씨 부인인 장정자 현대학원 이사장의 동생이다.

장 회장은 1991년 극동정유가 경영난을 겪자 현대그룹에 다시 경영권을 넘겨 주었다. 이후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다 매각하기를 반복했다. 극동도시가스(현 예스코), 창고형마트인 한국마크로, 국제화재(현 MG손해보험), 근화제약 등에 투자했다가 매각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입주한 세양빌딩도 장홍선 일가의 세양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장 회장 일가는 재계에서 알짜 숨은 부자로 알려져 있다.

차남 장선우 대표는 재벌 오너 2·3세들 사이에선 '마당발'로 통할 정도로,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런 ‘마당발’ 때문에 이따금 ‘사법리스크’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8년엔 장 대표가 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 나성균 네오위즈 사장 등과 함께 엔디코프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2023년에는 장선우 대표가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과 함께 배임 증재와 배임 수재,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장인우 대표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장선우 대표는 조 회장에게 사업상 청탁을 하며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 조 회장은 장선우 기업인 우암건설에 '끼워넣기' 식으로 공사를 발주해주고, 그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였다.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특히 조 회장은 이 건등으로 당시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조현범-장선우 커넥션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극동유화는 지난 19일 자사주 90만주를 28.63억원에 에치와이(옛 한국야쿠르트)에 매각한다고 공시한 적도 있다. 정부-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 상법개정을 추진하는 중이어서 웬만한 대기업들은 그 전에 자사주 매각이나 처분에 극도로 몸조심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대기업인 극동유화가 용감하게 정부에 맞서기라도 하듯 정부가 가장 싫어할 자사주 매각을 정면 선택했으니 눈길을 끌만한 일이었다. 에치와이도 눈치 안보고 자사주를 사주었다. 장선우 대표와 에치와이 오너 일가 간의 끈끈한 관계가 없었다면 쉽지 않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