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인천공항 면세점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들 중 향수, 화장품, 주류, 담배 등을 판매하는 신세계 DF2권역과 호텔 신라 DF1권역의 연간 예상임차료가 각각 3208억원, 31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추산했다.

한기평은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업계 자료를 취합하고 2019년 인천공항 출국객수 기준으로 예상 임차료를 산정해본 결과 이같은 추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한기평이 추산한 객당 임차료는 신세계의 DF2가 9020원, 호텔신라의 DF1이 8987원씩이다.

이같은 거액 임차료에 비해 신세계디에프가 지난달 30일 DF2권역 사업철수를 발표하면서 밝힌 이 권역의 작년 연간 매출은 4039억원이다. 연간 판매 매출로 공항 임차료를 내고 나면 8백억원 밖에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판매상품 매입비나 다른 원재료비, 인건비, 기타 판매 비용들까지 모두 감안하면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해 보인다.

신세계의 지난달 30일 인천공항 일부 면세점 철수 공시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우선 면세점 입찰 때 인천공항 측이 출국객수 기준으로 임차료를 매기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다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고 입출국객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도 환율 폭등과 중국 내수경기 침체 등에 따른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공항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못해 이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입국객수와 면세점 이용객수 추이(한기평 정리)


이에 따라 올들어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을 요청하며 법원 조정절차를 진행했고, 법원은 각각 25% 및 27% 수준의 임대료 인하를 명시한 강제 조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이의신정을 제기하는 등 조정 절차가 원만히 마무리되지 못하자 호텔신라는 지난 9월 DF1 권역, 신세계디에프는 지난달 30일 DF2권역 영업철수를 각각 발표했다. 양 사 모두 1910억원이라는 막대한 위약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린 조치다.

인천공항 일반면세점들의 임차료 예상(한기평 추산)


단기적으로 위약금 부담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임차료 부담이 완화돼 일정 수준의 영업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고 한기평은 설명했다.

이번에 양 사가 철수를 결정한 DF1 및 DF2 권역 외 DF3~5 권역의 영업은 당분간 계속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모두 패션과 액세서리, 부티크 등을 판매하는 점포들로, DF3는 호텔신라, DF4는 신세계디에프, DF5는 현대백화점이 각각 맡고있다.

신세계디에프 면세점 지점별 판매액 추이(한기평)


한기평은 이들 3개 권역의 연간 예상 임차료를 각 900억원, 891억원, 394억원으로 추산했다. DF1,2권역에 비하면 임차료가 3분의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때문에 이들 3개 권역은 당분간 영업을 계속해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곧 사업 철수로 비게 될 DF1,2 권역의 재입찰을 실시할 방침이지만 임차료를 낮추고 임차료 산정방법을 개선하지 않는 한 기업들의 입찰 참여는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