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백향 기자
“인건비 부담률 13.6%.” 더블유게임즈는 국내 주요 게임사 중 가장 ‘효율적인’ 인건비 구조를 가진 회사다.
더블유게임즈는 중견 게임사 수준의 인건비(864억원)로 대형 게임사에 필적하는 매출(6334억원)을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이상적인 구조지만, 지금 더블유게임즈를 둘러싼 분위기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낮은 비용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한 ‘초효율 경영’이 오히려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더블유게임즈의 인건비는 2024년 말 기준 864억5000만원으로, 매출 6334억원 대비 인건비부담률은 13.6%다. 20대 게임사 기준게임업계 평균 인건비는 2583억원으로 더블유게임즈의 국내 주요 게임사 20곳 가운데 13위 수준이다. 유사 매출 규모를 기록한 컴투스(1811억원, 26.1%), 카카오게임즈(1741억원, 27.8%) 등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인건비로 동일한 매출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더블유게임즈의 비용 구조는 오랫동안 업계의 모범 사례로 거론돼왔다. 2010년대 중반, 소셜카지노 장르가 페이스북 플랫폼을 타고 급성장하면서 대규모 채용이나 신작 개발 없이도 외형 확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셜카지노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당시의 비용 전략은 오히려 역성장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4년 말 기준 더블유게임즈 인건비의 각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급여 중심의 단일 구조에 가까운 모습이다. 833억원이 기본급 형태로 지급됐고, 복리후생비는 37억원에 못 미친다. 특이한 점은 퇴직급여충당금에서 마이너스(–)5억5000만원이 기록돼, 오히려 환입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퇴직급여 부채가 감소했거나, 인력 이탈에 따른 정산 효과로 보인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9000만원 선으로 업계 평균(0.9억원)과 유사하지만, 전체 직원 수는 394명에 그친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주요 대형 게임사들이 수천 명 단위의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블유게임즈는 인건비뿐 아니라 조직 규모 자체가 소규모·경량화돼 있는 셈이다.
더블유게임즈 CI. 사진=더블유게임즈
결과적으로 더블유게임즈는 ‘적은 인원,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매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같은 해 더블유게임즈는 영업이익 248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무려 39.3%에 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단기 수익성 측면에서는 강점이지만, 중장기 성장 동력 측면에서는 뚜렷한 한계를 내포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대형 신작 개발이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력 부족, 투자 미비, 조직 유연성 저하 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더블유게임즈는 2020년 이후 3년 연속 역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2021년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겪었다. 2020년 6581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2023년 5823억원까지 추락했다. 소셜카지노 중심의 매출 구조로 인해 이용자 수 증가나 결제액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고, 새로운 흥행작 없이 기존 타이틀 중심의 매출만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블유게임즈는 인건비를 늘려 신작 개발과 인재 유치에 투자하기보다, 수익률 방어에 치중한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률(39.3%)은 국내 게임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1.1조원에 불과해 넷마블(3.5조원), 엔씨소프트(3.1조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올해 더블유게임즈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6배로, 엔씨소프트(16배)나 넷마블(16배)에 비해 크게 낮다.
시장은 더블유게임즈의 '수익성'보다 '성장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으며, 고효율 모델이 더는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더블유게임즈는 위기감 속에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3년 인수한 스웨덴의 온라인 카지노 업체 ‘슈퍼네이션’과, 올해 초 인수한 터키 캐주얼게임 개발사 ‘팍시게임즈’가 그 중심이다. 다만 해당 법인들의 외형은 아직 크지 않다. 팍시게임즈의 경우 지난해 매출 109억원, 당기순이익 2억원을 기록 중이지만, 더블유게임즈 전체 매출(600억원대)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팍시게임즈는 2분기부터 더블유게임즈의 연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건비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캐주얼게임 장르는 기획·디자인·운영 등 전방위적 인력 투입이 필수적이며, 슈퍼네이션 역시 현지 규제와 운영 전략에 따라 고정비가 확대될 수 있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초효율 구조는 중장기적으로 전환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블유게임즈는 2024년 말 기준 8000억원가량(현금및현금성자산 5456억원 포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추가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 중이다. “연간 1~2건의 인수는 기본적인 경영 계획”이라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하지만 반복적인 외형 확장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인력 투자와 내부 개발 역량 강화 없이 외부 매물에만 의존할 경우, 또 다른 성장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