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그룹에서 그룹 오너의 둘째 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각종 ‘경영권 승계 돕기’가 작년에 더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영원무역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YMSA의 작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이 회사의 주요 경영진 급여총액은 100억원으로, 2023년 30억원에 비해 1년 사이에 3배 이상 급증했다.

2022년까지 경영진 급여총액은 매년 19억원 정도여서 23년에도 갑자기 많이 늘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작년에는 그보다도 더 급증한 것이다.

YMSA의 주요 경영진 전체 급여


YMSA는 영원무역그룹 공식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09%를 보유, 지주사의 최대주주다.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16.77%)보다 지분율이 더 높아 사실상 ‘진짜 지주사’라는 소리도 듣고 있는 옥상옥 회사다.

하지만 회사는 그리 크지 않다. 아웃도어 원재료 또는 원단을 영원무역 해외법인 등에 공급하고 배당도 받아 주로 매출을 올리는데, 2024년 말 별도기준 자산이 2797억원, 매출(영업수익) 715억원, 당기순익이 76억원 정도다. 특히 작년 말 기준 종업원수는 단 15명에 불과하다.

YMSA의 기업개황


이 회사의 사내이사(등기이사)는 현재 성 회장의 둘째 딸인 성래은 대표이사와 성기학 회장, 성 회장의 조카로 보이는 조재영씨 등 3인이다. 종업원수 15명에 경영진 3인인 회사의 경영진 연간 급여가 100억원이라면 아주 과도한 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22년 말까지는 성기학 회장이 YMSA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2023년 3월 갑자기 이중 50.10%를 둘째 딸 성래은 그룹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이 때문에 그룹 경영권승계가 그때 이미 절반 이상 완료됐다는 평가도 많이 나돌았다.

지금도 성래은 부회장이 YMSA의 최대주주이고, 성 회장은 나머지 지분 49.9%를 들고있어 2대 주주다. 성 부회장은 또 2021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 YMSA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YMSA의 2인 주주현황


비상장사라 대표이사 급여 등이 공시되진 않지만 작년 경영진 급여 100억원 중 성가은 대표가 적어도 절반 이상은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성 회장은 이 회사 말고도 그룹 주력기업인 영원무역과 노스페이스 국내 판매기업인 영원아웃도어 등에서도 대표이사 회장 자리를 맡고 있어 이 작은 회사에서까지 굳이 많은 급여를 받고 있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9일 본지가 이미 보도한 바 있지만 성 부회장의 보수는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에서도 크게 늘어났다. 성 부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에서 현재 상근 대표이사 부회장, 영원무역에선 대표이사가 아닌 상근 사내이사 부회장이다.

홀딩스의 성 부회장 보수(연봉)는 2023년 40.35억원에서 작년 63.25억원, 영원무역 보수는 같은 기간 41.7억원에서 62.75억원으로, 모두 50%이상씩 크게 올랐다. 두 회사 보수만 합쳐도 작년에 126억원에 달했다.

4월9일 보도 당시에는 YMSA 작년 감사보고서가 아직 공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2023년 이 회사 경영진급여 합계 30억원이 모두 성 부회장에게 갔고, 이 보수가 작년에도 유지되었다는 가정 하에 작년 성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들에서 받은 보수합계를 156억원으로 추정했다.

YMSA의 3인 사내이사 현황


156억원은 당시까지 공개된 작년 재벌 총수들 연봉 4위 급에 속했다. 영원무역그룹은 2024년 공정위 산정 자산기준 재계 서열 73위 그룹이다. 이 정도 그룹의, 총수도 아닌 총수 딸 부회장 연봉랭킹이 재계 4위에 오른 것은 너무 과해 보인다는게 당시 본지 보도의 주 논점이었다.

2025년 공정위 선정 영원그룹의 재계 서열은 92위로 더 떨어졌다. 그룹 총자산이 2023년 말 6조890억원에서 작년 말 5조240억원으로 1조원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도는 부분적으로 정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도 후 작년 YMSA 감사보고서가 나오면서 작년 성 부회장이 YMSA에서 받은 연봉이 50억원~100억원까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어서다. 작년 성 부회장 연봉이 100억원이라면 연봉랭킹은 4위가 아니라 2위급(226억원)까지 더 뛰어오른다.

작년 주요 재벌 총수 연봉 랭킹 1위는 조현상 HS효성 회장(323.8억원)이고, 2위와 3위는 각각 신동빈 롯데그룹회장(216.5억원)과 이재현 CJ그룹회장(193.7억원)이었다.

성 부회장 연봉이 50억원이라면 그대로 4위다. 정확한 성 부회장 연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논의는 의미가 없지만 아무튼 성 부회장 작년 보수가 재계 랭킹 4위안에 들 정도로 급증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24년3월 지급된 YMSA의 23년 연말배당 130억원 관련 공시

YMSA는 과거부터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많이 받던 업체였다. 매년 배당수익을 제외한 진짜 영업 매출의 대부분을 영원무역 해외 법인들이 올려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출이 늘고 이익이 쌓이자 2019년 한꺼번에 80억원의 배당을 했다가

‘일감몰아주기로 번 돈으로 오너 배당잔치하느냐’는 호된 비판을 언론 등에서 받은 적도 있다.

이때문인지 몰라도 그 전과 그 후 주주배당을 한 적이 전혀 없었다. 이랬던 YMSA가 갑자기 2023년 연말 배당을 130억원이나 지급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 배당으로 성 부회장도 65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작년 3월 쯤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왜 ‘뒤늦게’라는 표현을 쓰느냐면 2023년 연말배당은 23년 감사보고서에 당연히 기재해야 하는데, 배당 사실을 지난 4월14일 공시된 2024년 감사보고서에 뒤늦게 기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9일 본지 보도 때도 130억 배당 사실은 포함되지 못했다.

업무상 실수인지, 아니면 거액배당 사실을 가급적 최대한 오래 숨기려한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은닉 의도라면 성 부회장의 증여세 관련 여론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증여세 부담이란 2023년 성 부회장이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YMSA 지분 50.1% 때문에 생긴 850억원의 증여세 납부와 관련한 여론 부담들을 말한다.

성 부회장은 대다수 재벌가 2~3세들처럼 세금 연부연납제도를 활용, 증여세를몇년에 걸쳐 나누어 내지않고 2023년 단 한번에 전액을 납부 완료했다. 당연히 그 자금출처에 관심이 많이 쏠렸다. 알고보니 자신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YMSA에서 대부분을 빌려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 회사는 815억원을 성 부회장에게 빌려주었는데, 이는 회사 전 자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당연히 회사로선 너무 벅차 당시 본사 건물로 사용하던 대구 동구 만촌동 소재 빌딩을 영원무역에 587억원에 긴급 매각하기도 했다.

총수 딸의 증여세 납부 자금 조달을 위해 그룹 주력기업까지 동원된 모양새였다. 성 회장의 매각 협조 지시 없이는 성사가 어려울 일이어서 2023년 당시에도 ‘심한 아빠찬스’라는 비판들이 난무했다.

YMSA가 지배주주 성래은 부회장에게 빌려준 장기대여금 잔액


성 부회장에게 이제는 또 YMSA에서 빌린 돈을 갚는게 급선무가 되었다. 이자부담 등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23년 한해 동안에는 44억원을 갚았고, 작년에는 134억원의 원금을 갚아 작년 말 차입잔액은 637억원으로 많이 줄었다.

작년 차입금 갚기의 1등 공신은 당연히 크게 늘어난 연봉과 배당이었을 것이다. 최소 180억원이 넘어 보이는 연봉과 65억원의 배당은 세금을 제하고도 넉넉한 실탄이었다.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도 직간접적으로 적극 협조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2021년 주당 2천원, 2022년 3050원이던 주주배당금을 2023년 3970원, 작년 5350원 등으로, 공교롭게도 증여세 납부가 있었던 2023년 이후 크게 늘렸다.

YMSA가 영원무역홀딩스에 받은 주주배당금(천원)


특히 2023년과 작년에는 그동안 전혀 없었던 중간배당까지 각각 주당 1600원 및 2400원씩 실시했다. 그 덕에 지주사의 최대주주인 YMSA가 받는 배당금은 2022년 79억원에서 23년 184억원, 24년 18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연결 매출-당기순익이 모두 최근 3년간 계속 하강세인데도 주주배당은 거꾸로 계속 늘렸다. 크게 늘어난 배당금 수익이 YMSA 당기순익에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 작년 초의 130억원 배당금 지급도 가능케 했다.

YMSA의 2024년 내부거래 현황


이런 지원들 외에 YMSA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작년에 여전했다.

작년 YMSA의 별도기준 매출(영업수익) 715억원 중 배당금수익 189억원과 수입임대료 9억원을 제외한 순수 영업매출은 517억원이다. 이 517억원 중 17.43억원을 국내 계열사인 영원아웃도어가 올려주었고, 497억원은 해외 계열사들에서 올린 매출이었다.

순수 매출의 무려 99.5%를 국내외 계열사들이 올려주었다. 오래 전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지만 작년에는 더 높아졌다. 해외 계열법인들 중에는 방글라데시 폴리에스테르공장인 KPP가 작년에 136억원, 베트남 아웃도어제조법인인 YNL이 94억원어치의 YMSA 원단 등을 각각 사주었다.

임직원 15명 뿐인 이 회사가 자체 기술과 제조설비로 아웃도어 원단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이들 국내외 계열사에 조달하기는 어렵다. 작년 별도기준 매출원가가 464억원인데 공교롭게도 비용 중 상품매입비가 464억원이었다.

원단을 전량 외부업체에서 구입, 거의 그대로 국내외 계열사들에게 다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YSMA의 상품 매입비용


이 과정에서 국내외 계열사들이 직접 조달해도 될 원단을 굳이 YMSA를 거치도록 해 YMSA가 일종의 ‘통과세’를 받아 먹었다면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의혹이 더 짙어질 수 있다. 계열사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상당한 특혜를 YMSA가 받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상당한 특혜나 ‘통과세’인지, 아닌지는 공정위만이 정확히 판정할 수 있다. 때마침 영원무역그룹은 총자산이 5조원을 넘어 작년 5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첫 공식 지정되었다.

총수일가 지분이 20%가 넘는 기업이나 이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갖고있는 계열사에 대해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의혹이 있을 경우 공정위의 정식 조사 내지 제재 대상이 될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작년 5월 이후로는 수시로 YMSA를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아무튼 국내외 계열사들이 작년에도 열심히 YMSA 원단을 사주고, 또 지주사는 배당을 급격히 늘려줘 YMSA는 매출과 순익을 많이 늘렸다. 그 덕분에 성 부회장의 배당과 연봉도 크게 늘어났다. 그 돈으로 증여세 관련 회사 차입금도 대폭 상환할 수 있었다.

지주사와 많은 계열사들이 총수 딸의 경영권승계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총동원되고 있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익편취나 일감몰아주기 또는 부당내부거래 정황이 농후해 보인다”면서 “설령 당장 법조항에 걸리는게 없더라도 전형적인 ‘아빠찬스’라 아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금은 제대로 냈다지만 세금을 내기위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갖가지 내부 편법지원이나 일감몰아주기 등의 변칙 행태들이 총동원된 사실상의 변칙 승계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