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76)이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최근 또 내다팔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명희 고문은 지난 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 77852주를 매각, 보유 지분율이 종전 2.09%에서 1.98%로 0.12%포인트 줄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0만9180원이다. 이 고문은 이 매각으로 모두 85억원을 확보했다.

지난 8일 공시 내역

이 고문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매각한 것은 이번이 벌써 6번째다. 시작은 2021년 말이다.

2019년 말 남편인 조양호 전 회장 별세로 주식을 상속받아 한진칼 주주가 된지 2년 만이었다.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65만주를 처분했다.

당시는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주로 합류해 이른바 3자연합(반도그룹+KCGI+조현아)과의 경영권 다툼이 막을 내린 직후였다.

그 후 이 고문은 2023년 9월과 지난해 2월, 8월, 9월에도 보유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번까지 6번이나 매각하면서 보유 지분율은 2019년 상속 직후 4.71%에서 1.98%로 줄었다. 6차례의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수입은 모두 992억원에 달한다.

이번 지분 매각 이유는 공시에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남편 사망에 따른 상속세 분납 기한이 작년 하반기였기 때문에 작년까지의 5회 매각은 주로 상속세 부담 때문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지난 7일 매각은 상속세와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여 매각 사유가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진칼의 최대주주및 특수관계인 현황

특히 지난 5월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 재발설이 다시 고조된지 석달도 안된 상태여서 더더욱 그렇다.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던 3자연합의 한 축이었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전량(17.90%) 인수하며 한진칼 2대 주주로 뛰어 올랐다.

그 후 잠잠하다가 지난 5월 갑자기 지분 1.01%를 장내에서 매수, 지분율을 종전 17.44%에서 18.46%로 끌어 올렸다. 이로 인해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19.96%)과의 지분율 격차는 종전 2.5%p에서 1.5%p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잠잠했던 한진그룹 경영권분쟁이 다시 발생하는게 아니냐는 보도와 관측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물론 그동안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들로 알려진 산업은행(10.58%), 델타항공(14.90%) 등이 여전히 건재했지만 정권 교체와 글로벌 항공시장 급변 등으로 우호지분 관계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책은행이고, 또 호반그룹은 현 정권의 주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을 모태로 급성장해온 재벌그룹이다. 산업은행이 호반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경영권분쟁이 재발할 수 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들이 나돌아 다녔다.

그 후 한진칼에 투자해온 합계 지분 9% 가량의 2개 사모펀드가 ‘알고보니 조 회장 백기사 성격이 강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델타항공도 여전히 조 회장의 확실한 우호지분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지금은 경영권분쟁 재발설이 많이 잠잠해진 상태다.

2024년 말 기준 한진칼의 5%이상 대주주 현황

그렇지만 이 우호 지분들도 끝까지 조 회장 우호 지분으로 계속 남아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점 또한 사실이다. 이런 상태여서 보유 지분을 확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단 한 주의 주식이라도 매각에는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하는 것이 상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자연합과의 분쟁 이후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조 회장, 막내 여동생 조에밀리리 한진 사장 등 3인이 다시 뭉치며 일종의 계약을 한 터라 지분도 마음대로 팔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호지분 분포 등으로 판단할 때 어머니가 지분을 팔아도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더라도 단 한 주가 아쉬운 상황인데, 조 회장 모친이 무슨 자금이 그렇게 필요해 이렇게 자꾸 보유 주식을 내다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현재 한진칼의 개인 최대주주는 조원태 회장이나 지분율이 5.78%에 불과하다. 다음은 조 회장 막내 여동생인 조에밀리리(옛 조현민) 한진 사장 5.73%, 이명희 1.98% 등이다. 여동생과의 지분 격차도 거의 없다.

대한항공임직원 자가보험(대표 김현모 2.27%), 정석인하학원(1.9%), 정석물류재단(0.95%) 등도 조 회장 특수관계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