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3대 특검이 윤석열 정권의 각종 비리나 문제점 파헤치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그 중에서도 ‘김건희 특검’이 수사 중인 이른바 ‘집사 게이트’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른 특검 수사 건들과 달리 상당수 대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집사 게이트’란 김건희 여사 일가의 오랜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48)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등 4개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은 184억원이 김 여사와 관련해 부정하게 받은 투자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중 김씨 관련 기업으로 흘러간 46억원이 다시 김건희 여사 쪽으로 간게 아니냐고 특검이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김씨가 오랜 기간 인연이 있는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란 곳에 투자했다. 특검은 당시 IMS모빌리티가 누적 손실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실상의 투자 부적격 기업이라면서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경영상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뇌물성 투자를 한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2023년 투자업체들인 카카오의 김범수 창업자, HS효성 조현상 회장, 한국증권금융의 윤창호 전 사장,다우키움그룹의 김익래 전 회장 등에게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이 중 김 전 회장과 윤 전 사장은 이미 지난 17일 특검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특검팀의 소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이를 도피성 출국으로 판단하고 16일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17일 김씨가 정당한 사유없이 수사 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이에 즉시 김씨에 대한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에 돌입했다.
이런 특검 움직임 및 주장에 대해 핵심 관련기업인 IMS모빌리티의 조영탁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강력 반박하고 있다.
그는 여러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는 투자를 못받을 정도의 부실기업이 절대 아니라”며, “김씨와 오랜 관계인 것은 맞지만 2023년 투자 당시엔 이미 회사를 떠나 투자와 김씨는 아무 관계가 없고, 오로지 우리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자들이 투자한 것”이라고 항의 중이다.
어느 쪽 말이 더 맞는지, 또 IMS모빌리티는 어떤 기업인지를 이 회사의 과거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해 차례로 알아본다.
IMS모빌리티는 2013년 설립됐지만 감사보고서는 2015년부터 공시된다. 당시 회사명은 비마이카였고, 2022년 아이엠에스원으로 바뀌었다가 작년 계열사 합병 절차를 거쳐 아이엠에스모빌리티로 다시 바뀌었다.
초기엔 렌터카 대여가 주 사업이었고, 2015년 말 기준 임직원수 40명에 5개 직영점과 6개 영업소를 보유했다. 자산은 2014년 말 102억원에서 2018년 말 490억원으로 점점 커졌는데, 이 중 384억원이 차량운반구(렌터카)일 정도로 2018년까지는 렌터카사업에 집중했다. 2015년 매출 74억원 중 렌터카 대여료 수익이 69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매출은 2018년 200억원, 19년 357억원, 21년 478억원 등으로 늘었지만 들어가는 영업비용이 많아 영업손익은 소규모 흑자와 적자를 왔다갔다 했다. 당기손익은 2015년과 16년의 소규모 흑자를 제외하곤 계속 적자였다.
계속 적자가 쌓이다보니 설립 이후 한번도 결손 상태를 벗어난 적도 없다. 누적결손은 2015년 말 4.8억원에서 17년 말 40억원, 20년 말 192억원, 문제의 기업들 투자 직전인 2022년 말에는 346억원, 회계방식을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로 바꾼 작년 말에는 무려 1275억원으로까지 늘어났다.
회계방식을 바꾸기 전에는 그래도 순자산(자기자본)만은 흑자여서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었으나 회계방식 변경 후인 작년 말에는 순자산도 -120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되었다.
K-IFRS로 바꾸면 RCPS(상환전환우선주)나 리스 등이 대부분 부채로 바뀌기 때문에 부채가 확 늘어나고 결손도 더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회계방식을 바꾸기 전에도 이미 만성 적자에 결손이 심한 기업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렌터가 업계는 경쟁이 심해 큰 성장이나 이익을 내기 어려운 업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계를 느낀 이 회사는 2019년부터 전통 렌터카 사업을 차츰 줄이고 기업과 렌터카 업체들을 소개해주는 B2B 중심의 렌터카 관련 소프트웨어개발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경영 상황은 비슷했다.
특검이나 언론들이 언급한 ‘부실기업’ 또는 ‘투자부적격업체’ 등의 표현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계속된 적자와 결손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을 부실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어떤 기업을 부실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만 부실기업이라고 해서 외부 투자를 전혀 못받는다는 법은 없다. 지금은 부실 상태이지만 독보적인 기술력 등이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 얼마든지 외부 투자가 쏟아질 수 있다. 몇 년 전의 쿠팡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회계방식을 바꾼 2024년 말 기준 자본금, 누적결손, 순자산 등(()는 마이너스 적자)
초기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했고, 그 후 주로 차입으로 렌터카를 구입해 사업을 조금씩 키웠던 IMS모빌리티가 만성 적자, 누적결손 상태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외부투자 유치 덕이었다.
2015년 말 이 회사의 주주 구성은 창업자인 조영탁 대표가 73%로, 압도적 최대주주였고, 그 다음은 이정훈 이란 인물이 18%, 계열사인 비엠씨셀앤바이가 상호출자 형태로 4.9%, 기타 4.1% 등이었다. 당시 주주수는 모두 7명. 유상증자 액수는 2014년 5.5억원, 15년 3.5억원에 불과했다. 이들 주주 7명이 나눠 부담한 유상증자였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이 작은 비상장 렌터카업체는 대외 공신력이 어느 정도 되는 중견이상 상장기업들이나 주로 한다는 RCPS(상환전환우선주) 방식의 유상증자 또는 투자유치를 과감히 실행한다.
RCPS는 만기가 되면 이자를 붙여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고, 주가가 오르면 보통주로 바꿀수도 있고(전환), 배당도 보통주보다 더 주는 혜택 등이 붙어있는 주식이다. 경영실적이 괜챦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장 대기업이라면 인기를 끌기도 하는 우선주다.
IMS모빌리티는 비상장에, 당시 영업실적도 변변찮았기 때문에 통상의 RCPS보다 상당히 좋은 조건들을 많이 붙였다. 일종의 주식인데도 10년 만기란 조건을 붙였고, 보통 우선주에는 없는 의결권도 부여했다.
누적적 우선적 이익배당, 연복리 3%의 만기상환조건, 발행일부터 당장 가능한 주식전환 청구, 납입기일 5년(2018년 이후 발행분은 3년) 후부터 가능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등의 조건들도 붙였다.
다만 ‘당사의 이익잉여금 범위 내에서 상환의무 존재’라는 조건은 문제가 있었다. 이 회사는 초기부터 계속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한 푼도 없는 누적결손 상태였기 때문이다. 좋은 조건들도 많았지만 결정적인 독소조항도 있는 RCPS였다.
그런데도 2016년 첫 외부 투자자들은 주당 액면가 5천원인 RCPS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주당 45만원과 49만5천원씩에 모두 40억원이나 사주었다. 액면가보다 90배 이상 프리미엄을 붙여 투자해준 셈이었다.
캡스톤4호상장사다리투자조합(지분율13.2%),SK-KNET창조경제혁신투자조합(7.2%), SK-KNET청년창업투자조합(7.2%) 등이 그들이다. 투자조합 형식이라 누가 투자자로 참여했는지는 정확히 확인이 어려우나 사모펀드 또는 벤처캐피탈 운용사들인 캡스톤파트너스와 케이네트파트너스가 조성한 투자조합들에 참여한 투자자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조합 이름 앞에 SK가 붙어있는 걸로 보아 SK그룹이 주도한 벤처캐피탈 자금일 가능성도 있다. 2016년은 아직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영향력이 크게 있을 때가 아니어서 이 벤처캐피탈들이 김건희 여사나 김예성씨 압력 또는 주선으로 투자에 들어왔다고 보기는 약간 애매하다.
벤처투자자들이 IMS모빌리티의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 등을 보고 90배 이상 프리미엄을 주고 들어왔거나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에서 자산운용과 벤처투자 업무 등을 다뤘던 조영탁 대표가 자신의 인맥 등을 활용해 유치했거나 둘 중 하나다. 전자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고, 두 요인이 합쳐졌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보통주 투자도 있었지만 RCPS가 중심이 된 이같은 외부 투자자 유치는 이후에도 계속된다. 이후 들어온 투자자들이 쳐준 프리미엄 배수는 2016년 투자 때보다 계속 더 높아졌다. 2021년 RCPS에는 481배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2017년에는 문제의 김예성씨와 함께 산업은행이 새 투자자로 합류했다. 김씨는 RCPS가 아니라 보통주 지분투자(14.4%)였는데, 자기 회사 지분 100%를 IMS에 넘기고 대신 IMS 보통주 신주를 받는 주식교환방식이었다.
김예성씨가 2대주주로 들어온 2017년말 주주 구성
2018년에는 IBK기업은행과 관련된 아이비케이엔더블유기술금융2018사모투자합자회사, 2020년에는 네오플럭스제3호및4호사모투자합자회사와 한라홀딩스, 2021년에는 리얼맥코이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새 RCPS 투자자로 등록했다.
2022년에는 케이클라비스메타세컨더리펀드제일호와 김예성씨 차명 기업으로 현재 의심받고 있는 이노베스트코리아가 김예성씨 지분을 넘겨받아 새 주주로 들어왔다. 그리고 문제의 2023년에는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모펀드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오아시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조합 등이 새 투자자 대열에 합류했다.
특검이 문제 삼고 있는 오아시스 펀드 이전에도 많은 벤처캐피탈과 펀드, 투자조합, 금융기관, 대기업들이 이 회사의 투자자로 들어왔던 것이다. 작년에는 새 투자유치가 없었고, 2023년까지 총 누적투자유치액은 모두 720억원에 달한다고 IMS측은 밝히고 있다. 이 중 RCPS를 통한 투자만 594억원이다.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유상증자는 2020년이 17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문제의 2023년은 155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2023년 오아시스펀드에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투자한 184억원이 모두 IMS 유상증자에 들어오지 않고 155억원 유상증자 기록만 남은 것은 이중 46억원이 김예성씨 차명기업이라는 이노베스트코리아가 갖고 있던 IMS 지분 매입에 쓰였기 때문이다.
184억원이나 46억원이라는 숫자는 IMS 감사보고서에는 없고,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자료에도 볼 수가 없다. 4개 기업 투자액수도 찾을 수 없다. 투자자 명단과 투자액수는 보통 기밀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치들은 자료조사를 끝낸 특검 측이 모두 언론에 흘린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오아시스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 중 특검은 신한은행(30억원)을 제외한 카오모빌리티 등 4개사만 유독 문제 삼고 있다. 신한은행 등은 별다른 혐의가 없고 자발적으로 단순투자했다고 특검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 2019~21년 검찰총장, 2022년 대통령 당선 등의 이력이 있어 특검이 적어도 2017년 이후 투자는 샅샅이 들여봤을 것이다. 17년 이후 2022년 이전 투자자들 중에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라홀딩스 등의 이름도 보인다.
하지만 이들 투자 역시 아직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 혐의점이 없는 단순투자였거나 아직까지는 혐의점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3년의 RCPS 투자는 투자금 중 46억원이 김예성씨 관련 기업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에 특검이 강한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