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직무대행(사장).[사진=삼성전자 제공]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많은 대기업들이 실적이나 업무 능력이 뛰어난 임직원들에게 현금이나 주식 등의 인센티브 상여금을 자주 지급한다. 이때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은 ‘누가, 무슨 이유로, 도대체 얼마 만큼의 상여금을 받을까’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장 대기업이라도 현금 상여의 경우 거액 보수를 받는 일부 최고위 임원 등을 제외하면 개인별 상여금 내역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임원에 대한 주식 상여의 경우 공시해야 하지만 주식 상여금 사례는 또 흔하지 않다.

때마침 임원 상여금, 특히 주식 임원 상여금의 전모가 흔치않게 드러나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국내 최대 상장기업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새로 임직원 주식보상제도를 신설하면서 최근 임원들에 대한 첫 주식 상여 공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7월28일 공시 내용

삼성전자는 작년 말부터 취득 중인 자사주 10조원어치 중 1.6조원 가량을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하겠다고 올해 초 공개한 바 있다. 20여년 전에 잠시 실시됐던 스톱옵션 제도가 없어진 후 삼성전자가 임직원들에게 주식 보상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 첫 작품으로, 지난 5월26일 직원 12만3086명에게 자사주 525만6775주, 2875억원어치를 지급했다. 주당 54700원꼴로, 모든 직원이 30주씩을 기본으로 받았다. 우수평가 직원들에게는 추가로 156만주가 지급됐다.

그리고 2차로 지난 7월28일 모두 622명의 임원들에게 성과급 자사주 77만9315주, 549억원어치를 지급한다고 또 공시했다. 목적은 임원 등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장기성과 창출 독려용이라고 설명했다.

임원 대상 장기성과인센티브(LTI)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LTI는 만 3년 이상 재직한 임원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경영실적에 따른 보상을 향후 3년 동안 매년 나눠서 지급하는 제도로, 성과에 따라 평균 연봉의 0~300%가 책정된다.

임원들은 이제 이 인센티브의 50% 이상을 자사주로 받는다. 상무는 전체 인센티브의 50% 이상을,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등기 임원은 100%를 자사주로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자사주 성과급을 받은 임원 명단과 성과급 내역은 지난 1일 대거 공시됐다. 6일까지 공시된 임원명단은 모두 531명이다. 당초 지급대상이라고 공시된 622명 중 91명의 명단이 공시되지 않았다. 아직 공시되지 않았거나 당초 계획과 달리 이번 지급대상에서 빠진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사내이사(등기이사) 및 미등기임원은 부사장 이상이 352명, 상무가 756명으로, 모두 1108명에 달한다. 이재용 회장은 미등기 상근 회장이다.

삼성전자 전 임원들 중 577명(52%)이 6일 현재까지 아직 주식 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고위급 임원들 중에는 이재용 회장과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우선 여기에 해당된다.

사장급 중에도 박승희 Corporate Relations 담당과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 한승환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장, 고크리스토퍼한승 미래사업기획단장 등 4명이 6일 현재까지 아직 주식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재용 회장은 오래 전부터 삼성전자에서 일체의 보수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식 상여금 지급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부회장과 4명의 사장급에 대해선 이유 설명 공시가 없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제공]

재직기간(3년 이상) 등 여러 이유로 이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거나 지급은 되었지만 아직 공시가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번 지급대상으로 분류되었을 수 있다.

특히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직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전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경영전반의 최고 책임자인 단독 대표이사이고, 특히 HBM 등 반도체 분야 경쟁력 회복을 위해 최일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대표적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램분야에서 쭉 커온 전 부회장은 삼성SDI 대표이사로 몇 년간 외도했다가 작년 5월 HBM 등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삼성전자의 구원투수(DS반도체 부문장)로 컴백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컴백 후 장내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여러차례 사모아 현재 17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부 자신의 돈으로 사모은 것이고, 회사가 무상으로 지급한 주식은 전혀 없다.

삼성전자로 컴백한지 아직 3년이 되지 않아 이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전 회장의 단호한 성격 등으로 볼 때 이번 주식 상여금 자체를 거부했을 가능성도 있다. 회사가 아직 고전하고 있는데, 다른 임직원들은 받게 하더라도 적어도 대표이사인 자신만은 받을 수 없다고 나왔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삼성전자의 3인 사내이사들 중 노태문, 송재혁 사장의 주식상여 내용

6일 현재까지 주식 상여를 받은 임원들 중 가장 많은 주식 상여를 받은 인물은 노태문 DX(가전)부문장 직무대행 겸 MX(모바일 스마트폰) 부문장(사장)이다. 모두 22679주를 받았다. 이사회 의결 공시 당시인 7월28일 주가 70400원으로 계산하면 15.97억원 상당이다.

노 사장은 전영현 부회장, 송재혁 DS(반도체) 부문 CTO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3인 사내이사(등기이사)진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송 사장은 이번에 주식 4073주를 받았다.

노 사장이 받은 주식 평가액은 과거 삼성전자가 잘 나가던 시절 고위 임원들이 받던 현금상여금 등에 비하면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다. 첫 주식상여이고, 또 지난 2년간의 부진했던 영업실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노 사장은 작년에 급여 14.63억원과 현금상여 35.25억원 등 50.98억원을 연간 보수로 받았다. 작년까지 사내이사가 아니던 전영현 부회장은 연간보수 5억원 이상 중 상위 5명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올해는 대표이사로 승진했기 때문에 현금 급여와 상여금이 확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 다음으로 많은 주식 상여를 받은 임원들은 사업지원T/F장인 정현호 미등기 상근부회장(13419주), 박학규 사업지원T/F담당임원 사장(9820주), 전경훈 DX부문CTO 사장(8866주), 최원준 MX개발실장 사장(6722주), 김용관 경영전략담당사장(6349주),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6220주), 김수목 법무실장 사장(6107주) 순이다.

사장급 중 지급주식수가 가장 적었던 사람은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2869주)과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3116주), 안중현 경영지원실담담임원사장(3456주) 등이다. 관련 실적이 좋지 않았던 때문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영업실적

부사장급 중에서는 최진원 재경팀담당임원이 6186주를 받아 웬만한 사장급들보다 받은 주식수가 많았다. 최 부사장보다 받은 주식수가 적은 사장급이 15명에 이른다. 최 부사장 다음은 신명훈 법무실담당원 부사장(4124주), 이상주 유럽총괄대외협력팀장 부사장(4026주) 순이다.

상무급 중에서는 김이태 시스템LSI 센서사업팀 담당임원이 2170주로 가장 많았고, 역시 같은 시스템LSI 센서사업팀 담당임원인 고경민 상무가 1722주, 이규원 DS부문 DSJ담당임원과 우형동 DS부문 상생협력센터담당임원이 같이 1693주씩 등의 순이다.

부사장들 중 김이태 상무보다 받은 주식수가 적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번에 433주를 받은 부사장도 있다. 상무들 중에서도 상당수 초임 상무들은 똑같이 275주씩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최근 3년간 영업실적

이번 첫 주식 상여금의 주요 특징들을 대충 추려보면 회사 전체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발군의 실적을 낸 사업부문 우수 임원들은 확실히 더 많은 주식을 지급받았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시스템반도체(LSI) 센서사업팀의 두 상무가 대표적이고,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DX부문의 전경훈 CTO사장, 최원준 MX개발실장 사장 등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노태문 사장에게 가장 많은 주식이 지급된 것도 DX와 MX 부문 실적을 지켜낸데 대한 포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재경, 사업지원 등 전통적으로 삼성이 강하다는 ‘관리’ 부문이 계속 우대를 받은 것도 이번 주식상여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정현호 부회장, 박학규 사장, 최진원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회장의 오랜 재판들과 송사 등에서 기여해온 법무담당 임원들도 우대를 받았다. 김수목 법무실장 사장, 엄대현 법무실담당임원 사장(5276주), 신명훈 법무실담당임원 부사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