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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지난달 15일 1100억원짜리 우리투자증권 새 IT시스템 구축사업의 우선협상(이하 우협) 대상자로 SK AX가 결정된 것을 놓고 뒷 말이 무성하다. 주로 그동안의 업계 관례와 다른 방식의 입찰 관련 논란들이다.

SK AX는 SK그룹내의 SI(시스템통합) 등 종합 IT서비스업체로, SK 지주사 (주)SK의 한 사업부문이던 SK C&C가 지난 6월1일부터 바꾼 이름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작년 8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새로 출범한 우리금융그룹내 종합 증권사다. 그동안 변변한 종합 증권사가 없어 금융그룹 전체 실적에서 경쟁 금융그룹에 계속 밀리던 우리금융지주가 새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사업 부문이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당초 LG CNS와 SK AX 등 양대 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이번 입찰은 LG CNS의 중도 제안포기로 결국 SK AX가 우협 대상자로 지난 15일 선정돼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SK AX간의 우선협상은 약 8주 간 진행되며 양측이 최종 협상조건 등에 이의가 없으면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SK그룹 지주사인 SK의 IT사업부문(SK AX) 매출현황


문제는 이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업계 관례로 볼 때 다소 이례적인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며 뒷말이 아직도 무성하다는 점이다. 본지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첫 번째 논란거리는 우리투자증권이 입찰 참가업체들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킨 점이다.

국내에 SI 전문 IT서비스 업체들은 많지만 증권사 SI의 경우 관련 전문 개발자 등이 많지 않아 그 전문인력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LG CNS와 SK AX, 코스콤 등 3사가 주로 증권사 SI 입찰에 그동안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SI 사업의 규모나 복잡성 등에 따라 일부 입찰에는 상대적으로 기업규모가 작은 코스콤을 파트너로 하는 컨소시엄 구성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코스콤이 아니더라도 필요 개발자들이 있는 다른 IT업체들과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례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LG CNS와 코스콤은 상호 컨소시엄 꾸릴 경우 사업자 선정에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보고 컨소시엄 참여를 초기부터 집중 협의했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 측이 갑자기 나서 컨소시엄 금지를 입찰 참가의 전제 조건으로 3사에 통보하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은 없었던 일로 되고, 입찰에는 3사가 각각 따로 참가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발주하는 IT사업 제안 과정에는 발주처가 일절 개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라고 한다. 금융지주사의 보수적 사업관행에 비춰봐도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LG CNS 의 주요 제품현황

아무튼 입찰은 이후 3자 경쟁 체제로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와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우리투자증권은 제안 3사 관계자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제안요청서 상의 과제들을 하나라도 누락하거나 책정된 예산을 초과하는 제안을 할 경우 기술평가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무조건 탈락’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면서 책정된 예산(부가세 포함 1100억원)까지 3사에 공개했다고 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통상 공정경쟁을 유도하고 유리한 가격 협상을 위해 발주처가 사업 예산을 비밀로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책정예산까지 3사에 모두 공개해 크게 당황스러웠다는게 당시 참가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결국 LG CNS는 이 예산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입찰을 포기했다. LG CNS 측은 우리투자증권이 공개한 예산보다 30% 가량 예산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채산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콤도 임의로 과제를 축소한 제안서를 제출했다가 조기 탈락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 있었던 현대차증권의 IT시스템 구축사업(예정가 1천억원) 입찰에서는 같은 증권사 SI입찰이었는데도 컨소시엄 금지나 예정가 공개 같은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입찰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코스콤-LG CNS 컨소시엄이 선정되기까지 했다.

물론 우선협상에서 서로 조건이 안맞아 이들은 본계약 체결을 포기, 이번처럼 SK AX까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우리투자증권 입찰의 경우) 지극히 보수적이고 원칙을 중시하는 대형 금융지주사의 자회사가 발주하는 입찰에서 이런 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영업실적


경쟁에 참여했던 관련 임직원들은 업계 관계자들끼리 사석에서 만나면 이 입찰의 공정성 문제를 거침없이 거론한다고 한다. 하지만 본지가 취재를 시작하자 이들은 한결같이 입을 굳게 다물거나 “입찰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고 본다”는 반응만 보였다.

LG CNS 측은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아예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코스콤의 이번 입찰관련 부장급 간부는 “컨소시엄 금지는 제가 중간에 참여해 잘 모르겠고, 예산은 막판에 공개하긴 했으나 그게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봐서 특정업체를 봐주기위한 입찰이라든가, 입찰과정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랬다면 우리는 (입찰에)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니 기회를 더 보겠다는 느낌도 읽혔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이번 신시스템구축 사업자 선정에 있어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참여업체 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