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대통령 당선을 확정짓자 말자 국회에서 약식 취임식을 한 후 국회 여야대표 오찬,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보직자 임명 등 바쁜 취임 첫날을 보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찾아 취임 선서를 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쟁 수단으로 전락한 안보와 평화, 무관심과 무능 무책임으로 무너진 민생과 경제,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이라며 "위대한 빛의 혁명은 내란 종식을 넘어 빛나는 새 나라를 세우라고 명령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출범하는 민주당 정권 이재명 정부는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면서도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고, 부당하게 약자를 억압하며,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거래로 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등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고 규칙을 지켜 피해를 입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선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GDP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에,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진행된 취임 선서는 보궐선거 전례에 따라 예포 발사나 군악대 퍼레이드 등의 별도 행사 없이 약식으로 간소하게 진행됐다. 취임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포함한 5부 요인과 정당 대표, 국회의원, 국무위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취임식 후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와 오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도, (국민의힘) 김용태 대표도 제가 잘 모시도록 하겠다. 자주 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것을 혼자 다 100% 취할 수는 없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해 가급적 모두가 동의하는 정책으로 국민이 나은 삶을 꾸리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 기념 오찬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여당이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매우 심각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또 새 정부의 국무총리 등 주요 보직 인사도 곧바로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직접 새 정부의 첫 인사를 발표하고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을 지명했다.
이 대통령은 김민석 후보자 지명에 대해 "김 의원은 풍부한 의정활동 경험과 민생 정책역량, 국제적 감각과 통합의 정치력을 갖춘 인사로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신명'(신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민석 후보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지낸 '86 운동권' 출신으로, 1990년 정계에 입문한 후 1996년 당시 32세의 나이로 15대 총선에서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됐고,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아닌 정몽준 후보 측에 서면서 논란을 빚었고, 이어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하기까지 18년이 걸렸다.
2022년 대선때 당시 이재명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며 친명(친이재명)계로 거듭났다. 이번 대선에서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를 이끌었다.
국정원장 후보자로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명됐다. 베테랑 대북전문가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외교안보라인의 실세로 평가됐다.
첫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민주당 강훈식 의원을 발탁했고, 안보실장에는 주러대사를 역임한 '북미·북핵통'인 위성락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임명했다. 대통령 경호처장은 비 육사 출신인 황인권 전 육군 대장, 대변인은 강유정 민주당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빠르면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늦은 오후에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날 진행된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9.42%를 얻어 41.15%를 획득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사전투표율을 합친 전국 투표율은 79.4%였으며, 광주가 83.9%로 가장 높고, 제주가 74.6%로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