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파전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역대 최대 투표율로 대선 사전투표가 이틀째 진행된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들은 ‘네거티브 비방 난타전’도 불사하며 대선 막판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다했다.

사전투표에 부정선거가 많다는 주장이 여전히 적지 않고, 이것이 비상계엄의 한 이유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전투표에서도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사전투표 부실관리 잡음들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날 비방전의 최대 이슈는 ‘이재명 후보 아들 논란’과 ‘김문수 후보 부인에 대한 유시민 작가 발언 논란’이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30일 3차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있었던 여성신체와 관련한 발언에 대해 "제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표현의 수위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당원에게 보낸 이메일 메시지를 통해 "3차 TV토론 중 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실망과 상심을 안겨드렸다"며 "모든 책임은 저 이준석에게 있다.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나와서는 "그 발언이 결국에는 실제로 있었던 발언에 가깝다.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후보 아들의 사생활 논란 공세에 가세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클린선거본부장 정점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사단 첫 회의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직계 가족 네 명 중 세 명이 범죄 전력을 갖고 있다"며 "온 가족이 범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TV 토론 발언과 관련해 낙선 목적 허위 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등 혐의로 이준석 후보를 경찰에 고발했다. 또 이준석 후보의 2013년 성 상납 의혹을 다시 꺼내 들고, '이준석 후보 망언집'을 배포하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은 이준석 후보가 '성 상납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져 무혐의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서도 공직선거법상 당선 목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인 설난영 여사를 향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도 난타전의 대상이 되었다.

유 작가는 지난 28일 공개된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 씨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다.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 작가를 향해 "남성우월주의, 학력 우월주의, 계급주의에 찌든 시대착오적 발언", "역겨운 여성관이자 인간관"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도 페이스북에 "학벌주의와 여성 비하에 가까운 저급한 언어"라며 "계급의식과 오만함이 진보 진영의 대표 스피커라 자처하는 이들의 알량한 철학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례로는 기표된 투표지를 이용한 자작극 의혹과 중복투표, 투표용지 반출, 선관위 건물 무단침입 등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선거 참관인으로부터 "회송용 봉투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나왔다"는 취지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신고는 당시 투표소를 찾은 20대 여성 투표인이 이 같은 내용을 선거 참관인에게 알리며 이뤄졌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해당 선거인이 타인으로부터 기표지를 전달받아 투표소에서 혼란을 유도한 자작극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사전투표소에서는 29일 강남구청 소속의 60대 여성 계약직 공무원이자 투표사무원이 중복투표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사무원 A씨는 오전에는 남편의 신분증을 이용해 대리투표를 하고 오후에는 자신의 명의로 다시 투표를 시도했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투표참관인에 의해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9일 오후 5시쯤 112 신고를 접수해 현장에 출동, A씨를 공직선거법 제248조 '사위투표죄'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선거인 신원 확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확인한 뒤 투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는 29일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들이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거나 식사를 마친 뒤 투표소로 돌아와 투표를 완료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대해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투표소 현장 사무인력의 잘못도 모두 선관위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 구로구에서는 선관위 건물에 무단 침입한 사람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5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29일 밤 11시30분쯤 구로구 선관위 건물에 침입해 이날 오전 3시50분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은 사전투표함이 있는 층이 아닌 다른 층 복도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의 침입 경위와 의도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부천과 김포 사전투표소에선 지난 22대 총선 투표용지가 각각 1장씩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