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기업공개(IPO) 준비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상장 주관사 선정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되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인 조만호 대표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2929억 원, 영업이익 176억 원, 순이익 15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2602억 원, 영업이익 142억 원, 순이익 77억 원) 대비 각각 12.6%, 24%, 104% 증가한 수치다. 패션업계 전반의 소비 위축 흐름 속에서도 뷰티,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한 결과다. 실적 회복은 무신사의 IPO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무신사는 IPO 요건 충족에도 속도를 냈다. 올해부터는 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회계 투명성을 높였고, 지난 3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사회 독립성과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며 상장 심사에서의 신뢰 요건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도 일반 투자자가 무신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전환 조치가 이뤄졌다. IPO 준비가 본격화된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시장 기대와 달리 상장 주관사 선정은 예정보다 늦어지는 분위기다.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이 당초 예상된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엔 조만호 대표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변수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조 대표는 현재 무신사 지분 52.65%(1억575만59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조 대표가 추진 중인 한남타워 개발 사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 증권사에 부동산 자문 요청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 그래픽=더트래커/배건율 기자

증권사 관계자는 “조 대표의 개발 사업 관련 보고를 받았고, 해당 자금 조달이 마무리돼야 주관사 선정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내부 분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조 대표의 개인 사업이 IPO 일정에 우선순위를 앞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한남타워 개발은 시니어 레지던스 형태로 조성될 예정이나, 앵커 투자자 확보가 지연되며 상환 압박이 커지고 있다. 9월 만기를 앞둔 토지담보대출(브릿지론) 문제 해결이 조 대표의 급선무가 되면서, 무신사 상장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이다.

다만 무신사 측은 IPO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는 주관사를 선정한 뒤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것도 전략적 선택이라며 상반기 내 RFP 배포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무신사는 실적 개선과 동시에 기업 체질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년 적자를 이어오던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 솔드아웃 운영사)는 올해 1분기 흡수합병 했다. SLDT는 2021년 -158억원, 2022년 -427억원, 2023년 -288억원, 지난해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앞서 지난해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자회사인 오리지널 랩과 지속가능성 플랫폼 CQR을 운영하는 무신사랩 등도 청산했다. 신사업으로는 하반기 중고 의류를 무료 수거해 위탁 판매하는 ‘무신사 유즈드’ 론칭이 예정돼 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약 3조4000억 원 수준이다. IPO를 통한 추가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실적뿐만 아니라, 신사업 안착과 자회사 수익성 회복, 그리고 글로벌 확장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초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풋옵션 계약은 지난해 12월까지 IPO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이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하며 준비 기간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