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2차전지 소재기업 엘앤에프가 올해 1분기 367%의 부채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287%) 대비 8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수치로, 자본총계 대비 부채총계가 3.6배를 넘겼다. 회사가 실질적인 유동성 위기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 속에서 영구채 발행 등 자본 확충 시도마저 무산되며, 올해 말까지 구조 개선에 실패할 경우 신용경색과 차입금 상환 부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엘앤에프의 공개된 요약 재무상태표를 보면, 올해 1분기 매출 3648억원, 영업손실 1403억원을 기록했다. 이전 분기 대비 손실폭은 다소 줄었지만, 전년 동기(6357억원) 대비 매출이 반토막 났다. 엘앤에프는 작년 연간 51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정체가 원인이다.

올해 1분기 자산총계는 2조8602억원으로 전 분기(2조7998억원) 대비 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7233억원에서 6119억원으로 15%나 감소했다. 반면 부채총계는 2조2483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20765억원) 대비 8% 증가하며 자본 대비 압력이 가중됐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87%에서 올해 1분기 367%로 급등했다. 1년 전 같은 분기(241%)와 비교하면 무려 126%포인트(p) 치솟은 수치다.

재고자산 항목도 적신호다. 지난해 1분기 9395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은 올해 1분기 6017억원으로 1년 새 36%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재고 소진이 아닌, 평가손실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재고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자본총계 축소에 기여했고, 이로 인해 회계상 부채비율도 급격히 뛴 셈이다. 다만 회사 측은 2분기부터는 평가손실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유동비율은 지난해 1분기 100%에서 2024년 말 70%로 하락했고, 올해 1분기엔 64%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이 100%를 밑돌면서 단기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1분기 차입금 의존도는 65%로 상승하며, 외부 차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지속되고 있다.

엘앤에프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엘앤에프

엘앤에프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올해 1분기 마이너스(-)192억원으로 이전 분기의 639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 손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실물 거래를 통한 현금 창출력이 약해졌음을 뜻한다. 작년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198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영업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올해 1분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5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전 분기 -748억원에서 개선된 모습이다. 다만 이는 투자 자체를 줄인 데 따른 결과로, 실질적인 신규 성장동력 확보보다는 긴축에 가까운 선택으로 보인다. 반면 재무활동에서는 713억원의 유입이 발생했다. 이전 분기 -912억원에서 반등한 결과인데, 이는 교환사채 매입 및 재조정, 단기 차입 확대 등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전체적인 현금흐름은 플러스 256억원으로 이전 분기(-902억원) 보다 반등했지만, 이는 재무활동을 통한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올해 3월말 기준 기초현금 2795억원이 유지되며 단기적으로는 버틸 수 있지만, 영업이익 없는 현금 유입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8130억원이다. 당장 채권단이 대출 회수를 요구하진 않겠지만, 올해 연말까지 자본 확충에 실패할 경우 단기차입금 8000억원대의 상환 압박이 현실화될 수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자본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앞서 추진했다 무산된 영구채 발행이 재논의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자율 협상 난항과 투자자 신뢰 부족이라는 현실의 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유상증자는 배제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신종자본증권 또는 자산 유동화와 같은 우회적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엘앤에프가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한 교환사채(EB)의 일부가 원금 대비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매도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조차 발행사의 상환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