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유니슨이 최대주주인 아네모이의 전환사채(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로 인해 300억원 규모의 조기상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최근 5년간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걸으며 주가 반등 여력마저 제한되자, 아네모이는 전환 대신 자금 회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니슨은 현재 보유한 현금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태로, 차환 발행 또는 유상증자 여부 등 자금조달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아네모이는 유니슨의 14회차 CB 전액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하며 조기상환을 청구했다. 유니슨은 오는 6월 24일까지 300억원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2024년 1분기 기준 유니슨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약 105억원에 불과하며, 상환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네모이가 투자한 해당 CB는 지난 2020년 8월에 발행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다. 사채의 표면이자율 3%, 만기보장수익률 7%로 설정됐다. 발행 1년 6개월 후부터는 투자자가 원리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부여된 반면, 콜옵션은 별도로 설정되지 않았다. 최초 전환가액은 2177원이었으며, 주가 하락에 따라 최저조정가액 1524원까지 하향 조정됐다. 전환 시 발행되는 보통주는 1378만431주(전체 발행 주식의 약 11%)다.

이 CB는 채무 상환을 위한 조달 성격이 강했다. 실제로 발행 직후 모집된 300억원 중 250억원은 13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에 사용됐다.

유니슨은 CB 발행 이후 실적 반등은 커녕, 매출과 수익성 모두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유니슨의 최근 5년간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에는 매출 801억원, 영업손실 117억원, 순손실 234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의 서막을 열었다. 2021년에는 매출이 1496억원으로 증가하며 잠시 회복세를 보였고, 영업이익도 4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당기순손실은 12억원을 기록해 완전한 턴어라운드에는 실패했다.

2022년에는 매출이 2391억원으로 급증했으나, 영업이익은 18억원에 그쳤고, 순손실 역시 1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용 구조의 부담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에는 실적이 다시 급락했다. 매출 1077억원, 영업손실 195억원, 순손실 261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어 지난해는 매출이 257억원으로 곤두박질쳤으며, 영업손실 125억원, 순손실 225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이전 실적까지 소급해보면 7년 연속 적자상태다.

유니슨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금융

지속된 실적 악화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CB 발행 직후인 2020년 주가는 한때 70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돼 전환가액과 최저조정가액 모두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까지도 전환 매력이 없는 수준의 주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2일 오후1시 기준 주가는 1171원이다. 최근 1년간 최저가는 555원 같은 기간 최고는1432원이다.

결국 아네모이는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금 회수에 무게를 실었다. CB 전환을 통한 주식 보유보다는 현금 회수를 선택한 이번 결정은, 유니슨의 기업가치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관심은 유니슨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옮겨가고 있다. 풋옵션 행사로 300억원 상환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차환 발행 또는 유상증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단기 유동성이 부족한 만큼 외부 자금 유치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 아네모이가 재무구조 방어를 위해 자금 투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배구조 리스크도 변수다. 아네모이가 가진 유니슨 지분율은 9.2%(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한 반면, 16회차 CB를 보유한 명운산업개발은 전환청구권 행사 시 약 12%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해당 전환청구기간은 올해 12월부터 시작된다. 만약 명운산업개발 측이 전환청구를 단행할 경우,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는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