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씨앤이 시멘트생산공장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국내 최대 시멘트업체인 쌍용C&E는 옛 쌍용그룹 주력기업이던 쌍용양회의 현재 이름이다. 2016년 대형 토종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인수한 이후 시멘트사업에 환경폐기물 사업을 추가하면서 회사명을 바꾸었다.

과거 쌍용그룹은 무리한 자동차 투자 때문에 IMF 외환위기 때 공중분해 되었지만 쌍용양회만은 꾸준히 이익을 내던 우량기업이었다. 2010년대 이후 지금까지도 한번도 적자를 내본 적이 없다.

2016년 이전 채권 금융기관들이 주인이었을때도 마음만 먹으면 주주배당을 할 여력은 되었지만 배당은 거의 없었다. 어차피 재매각할 기업이었으므로 채권금융기관들이 무리하게 배당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앤코 인수 첫 해인 2016년부터는 오랫만에 배당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연결 당기순익이 각각 1728억원과 3021억원이었던 2016년과 2017년 주주배당은 각각 280억원, 1056억원이었다.

순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배당성향이라고 하는데 보통 30~50% 정도를 적정 배당성향이라고 한다.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배당으로 써버리는 것보다 일정 비율은 회사에 남겨두었다가(이익잉여금 또는 사내유보) 신규미래투자나 결손보전 등에 대비하는게 정상적인 기업의 보통 배당관례이기 때문이다.

2016~17년 두 해의 배당성향(연결)은 각각 16%, 35%에 그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극히 정상적인 배당 행태였다고 볼 수 있다.

쌍용씨앤이의 주요 배당지표

하지만 2018년부터 배당지급액이 갑자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매년 배당액은 1870억원, 2123억원, 2217억원, 2211억원, 2210억원씩이었다.

같은 기간 연결 당기순익은 1463억원, 1307억원, 1382억원, 1860억원, 1278억원 이었다. 매년 배당성향은 127.8%, 162.5%, 160.4%, 118.8%, 173% 등으로 모두 100%를 넘었다. 5년 동안 한해도 빠지지 않고 벌어들인 순익보다 훨씬 많은 배당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는 얘기다.

‘사모펀드 답게 너무 약탈적’이라는 비판 때문이었는지, 2197억원의 순익을 냈던 2023년에는 배당지급액이 1393억원으로 갑자기 확 떨어졌다. 배당성향도 63.4%에 그쳤다.

그러나 한 해도 못가 작년에 다시 배당은 급격히 증가했다. 작년 쌍용씨앤이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시멘트 출하량 감소로 매출은 전년보다 약간 줄었지만 시멘트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연결 영업이익은 1901억원으로, 전년 1841억원보다 오히려 약간 늘었다.

하지만 당기순익은 금융비용 급증 등으로 23년 2197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827억원에 그쳤다. 그런데도 분기배당 등을 포함한 연간 배당지급액은 2219억원에 달했다. 2년 전의 배당 관행으로 다시 회귀한 것이다.

작년 배당성향은 268.4%로 치솟았다. 한해 동안 벌어들인 순익의 무려 2.68배를 주주배당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대기업이라면 있기 어려운 초고배당 사례였다.

계속되는 초고배당으로 이익잉여금 등 배당재원이 크게 줄어들자 쌍용씨앤이는 지난 2020년과 21년 말 두차례에 걸쳐 자본잉여금 1조1832억원을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키는 변칙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자본잉여금은 유상증자 등 자본조달 과정에서 생긴 납입자본금 이외의 잉여금으로, 원칙적으로 배당 재원으로 돌려선 안되는 돈이다. 일부 예외조항을 적용하면 이익잉여금 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 사실상 무리하게 배당재원으로 돌린 것으로 보였다.

지난 7년간 한 해만 빼고 이렇게 약탈에 가까운 고배당을 했으니 회사에 쌓아둘 사내유보 등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쌍용씨앤이의 연결 이익잉여금과 자본총계(순자산)

변칙 자본잉여금 전입 등에 힘입어 2023년 말 1조5992억원까지 커졌던 연결 이익잉여금 잔액은 작년 말 1조2735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이익잉여금이 감소한 만큼 순자산(자본총계)도 같은 기간 1조5789억원에서 1조2893억원으로 감소했다. 순자산이 감소한 만큼 부채비율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익이 배당지급액에도 한참 모자라고, 사내유보도 줄어들면 신규투자나 필요한 운영자금 등은 빚을 내 조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앤코는 쌍용씨앤이 인수 이후 기업가치를 크게 올리기위해 시멘트 본업과 관련없는 계열사들은 대거 처분하고, 폐기물 처리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시멘트 생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환경폐기물 관련 투자를 크게 늘려왔다.

이 투자도 모두 쌍용씨앤이가 대부분 부담했다. 벌어들인 순익은 배당지급에도 크게 모자라고, 이런 투자부담까지 지고 있으니 쌍용씨앤이의 재무상태는 크게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20년 말 9733억원에 그쳤던 쌍용씨앤이의 장단기차입금 및 회사채 발행잔액은 2023년 말 1조2341억원으로 커진데 작년 말에는 1조5222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차입금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20년 말 8422억원에서 23년 말 1조957억원, 작년 말 1조4212억원으로 역시 급증했다. 20년 말 44%에 불과하던 순차입금 비율 역시 23년 말에는 131%, 24년 말에는 172%로 껑충 뛰었다. 2018년 말 73%에 그치던 부채비율(연결)도 23년 말 131%에 이어 작년 말 172%로, 6년 만에 2배 이상 크게 상승했다.

쌍용씨앤이의 차입금과 부채비율, 순차입금비율 등

작년에 차입이 특히 많이 늘어난 것은 한앤코가 쌍용씨앤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상장폐지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 부담을 쌍용씨앤이에도 많이 지게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7029억원 중 3349억원을 쌍용씨앤이가 떠안았다. 쌍용씨앤이는 이 중 1800억원을 최소고정금리 연 5.9%의 NH증권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이 자금이 만기 6개월짜리이다보니 쌍용씨앤이의 단기차입금 비중도 2023년 말 29%에서 작년 말에는 36%로 크게 높아졌다. 쌍용씨앤이의 연간 이자비용도 2023년 643억원에서 작년 780억원으로 더 크게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자금시장에 알려지면서 쌍용씨앤이는 올들어 단기자금 조달에 더 애를 먹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쌍용씨앤이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14일 1년 만기 사모회사채 200억원어치를 연 4.2%에 발행했다. 쌍용씨앤이가 회사채 발행 시장에 나온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5개월여만이다. 또 지난달 17일에는 총 5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도 금리 4.15%로 발행했다.

금리인하 추세로 작년 말과 올해 초 수많은 대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좋은 금리로 필요자금을 대거 조달했다. 금리가 2%대로 떨어진 금융회사나 대기업들도 수두룩하다. 보통 우량기업들의 평균 조달금리도 이제는 3%대 초반이 대세다.

하지만 쌍용씨앤이는 공모채 시장도 아닌 사모채와 단기물 시장에서, 그것도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금리로 눈치보듯 소량을 간신히 발행했다. 과거 우량기업 쌍용양회 같았으면 생각도 못했을 자금시장에서의 대우다.

쌍용씨앤이의 연결 손익계산서

쌍용씨앤이의 영업실적도 하향 추세다. 아직 시멘트 출하량 기준으로는 시장 1위라지만 레미탈 등 다른 사업부문들을 합친 연결 매출은 작년에 한일시멘트가 쌍용씨앤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도 모두 한일시멘트가 쌍용씨앤이를 이젠 앞서고 있다. 사모펀드의 계속된 ‘학살적 고배당’에 기업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한일시멘트 연결 손익계산서·

결국 작년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이 심각한 배당상황과 재무구조 악화 등을 지적하며 일제히 쌍용씨앤이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이 때문에 쌍용씨앤이는 자금조달에 더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