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고 백악관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30일 오전에는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년 만의 정상회담도 갖는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내달 1일 한중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가 재집권한 뒤 첫 한국 방문이고,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지난 8월에 이어 두번째다. 또 중국 정상의 방한은 11년 만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모두 국빈 방문 형태로 한국을 찾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외교 일정을 소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23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발표했다.
레빗은 “트럼프가 수요일(29일) 아침 부산으로 이동해 대한민국 대통령과 양자(兩者) 회담을 가진다”고 했다. 다만 실제 회담 장소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주인 것으로 알려져 레빗이 이를 오인해 발표했을 가능성이 있다.
레빗은 “트럼프가 29일 아침 부산으로 이동해 양자 회담을 가진 뒤 APEC 최고경영자(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같은 날 저녁 정상들의 실무 만찬에 참석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및 APEC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날 시 주석과 회담한 뒤 당일 밤 워싱턴DC로 출발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31일 APEC 개막식, 내달 1일까지 이어지는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체류 기간(1박 2일)도 일본(2박 3일)과 비교하면 짧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는 28일 오전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위성락 실장은 이날 미국과 중국 정상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특히 "미국과는 역대 최단기간 내에 정상 간 상호방문을 완성했다"며 "중국 정상의 방문 역시 11년 만으로, 한중 관계 복원의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APEC 본회의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일 이 대통령은 차기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인 중국의 시 주석에게 의장직을 인계하고, 당일 오후에 곧바로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위 실장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더해, 한반도 이슈와 북한 이슈 및 주변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주나 그 주변에서 이뤄질 것이다. APEC 행사 진행을 위한 여러 행사장, 경주 안에 있는 여러 부속건물 중 한 군데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물관 등 여러 시설이 있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이 이날 트럼프의 방한 일정을 확정하면서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양국 무역 합의가 최종 타결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부장관이 막바지 워싱턴 협상을 벌였지만 아직도 타결되지 않은 현안이 몇가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가 시 주석과 만나 희토류 수출 통제·관세·대두 같은 쟁점을 두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6년 만의 미중 정상회담은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취재진과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상당히 긴 회담(pretty long meeting)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에 총력을 쏟아붓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약식 회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던 미·중 정상 간 대화가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의 최종 담판 성격을 띨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가 2017년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회담 시간도 4시간이 넘었다.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하느냐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트럼프 특성상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관련, 위 실장은 "회담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실무선에서 날짜가 좁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시 주석과의 만찬은 현재 준비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계획하고 있는 만찬 역시 이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만찬이라고 위 실장은 전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에서 한국의 현금 투자 비율을 2000억달러 수준으로 낮추고, 여러 해에 걸쳐 분할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미국이 그동안 ‘전액 현금 투자’와 선불(upfront)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은 투자 금액을 8년간 연평균 250억달러 정도로 요구하는 데 반해, 한국은 한 해 150억달러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애초 3500억달러의 5%(175억달러) 내에서만 현금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출과 보증 등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환시장 충격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외화 규모는 연간 150억~200억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한미 간 통화 스와프도 연평균 투자 금액이 먼저 결정돼야 논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